석유를 생각하다

과학 전문가에게 듣는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석유 이야기 ②

글_ 이종림(과학전문작가)

석유는 인간에게 언제까지 필요할까요?

기술의 발전, 에너지 소비 패턴의 변화, 새로운 매장량의 발견 등 다양한 요인이 있어 인류가 석유를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석유가 운송, 난방, 전력 생산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인간이 발견한 가장 중요한 자원

전 세계적으로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한 석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석유를 동력으로 하는 기계와 운송 수단의 개발은 세계 무역에 혁명을 일으켰죠. 먼 거리에 걸쳐 상품과 사람의 효율적인 이동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또한 석유는 농작물 수확량을 크게 증가시키는 비료와 살충제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현대 농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석유는 1850년대부터 인간이 대규모로 개발해 온 에너지 원료입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기술 발전은 석유, 석탄 및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석유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며, 세계의 석유 매장량은 석유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항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수력, 태양열 및 풍력 에너지, 지열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연간 에너지 사용량의 일부만 충족하고 있죠.

  • 전 세계 하루 평균 석유 소비량

  • 국제 에너지 기구(IEA)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는 지난 30년 동안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 여전히 가장 큰 에너지원은 석유입니다. 오늘날 석유는 세계 에너지의 약 40%와 운송 에너지의 96%를 공급합니다. 석유의 소비가 전기, 천연가스, 석탄의 점유율을 훨씬 앞서고 있는데요. I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일 약 9600만 배럴의 석유가 소비됩니다. 이는 약 1536만㎡로 파리 에펠탑보다 더 큰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기의 양이죠.

석유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

이처럼 석유의 소비가 많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전적으로 석유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세계 OECD 국가 34개국에서 석유의 지배력은 훨씬 더 큽니다. 우리나라 또한 석유 소비 세계 8위를 차지할 정도로 석유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석유는 여전히 운송, 산업 공정 및 기타 응용 분야의 주요 에너지원이며, 가까운 미래에도 중요도가 변함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IEA는 석유 수요가 적어도 204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율은 둔화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인간이 계속해서 석유를 필요로 하는 기간은 경제적, 정치적, 기술적, 환경적 요인의 복잡한 상호 작용에 달려 있습니다.

석유는 다른 행성에도 존재하나요.

지구 외에 다른 행성에도 석유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현재 지구 밖 다른 행성에 석유가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우리 태양계의 일부 천체에서 탄화수소를 발견했습니다. 탄화수소는 수소와 탄소 원자로 구성된 분자로 석유의 주성분입니다. 탄화수소의 발견은 석유가 존재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토성 타이탄의 풍부한 탄화수소

토성의 위성 타이탄은 석유와 가스를 만드는 기본 물질인 탄화수소가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타이탄은 토성의 위성 중 가장 크기가 큰 위성인데요. 2008년 NASA는 카시니 우주선의 관측을 통해 지구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보다 수천 배 많은 액체 탄화수소가 타이탄에 있음을 탐사했습니다.
카시니 우주선은 타이탄 표면의 약 20%를 레이더로 관측했습니다. NASA는 타이탄 표면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호수와 바다에 액체 메탄과 에탄이 있으며, 더 깊은 지점에 탄화수소 저장소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적도를 따라 흐르는 어두운 모래 언덕에는 지구의 석탄 매장량보다 수백 배 더 많은 유기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타이탄의 탄화수소는 지구와 같은 생물학적 잔해가 아니라 대기에서 화학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타이탄의 탄화수소는 엄밀히 말해 ‘화석 연료’라고는 할 수 없죠.

오리온자리의 거대 유전

화성도 한때 원시 생명체가 생존했다면, 과거에 화석 연료를 형성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화성은 액체 상태의 물과 탄화수소가 표면에 안정적으로 존재하기에는 너무 차갑습니다. 석유나 가스가 존재하더라도 지하 깊숙이 갇혀 있어 접근하기도 어렵고요. 화성에 화석 연료 매장량이 많다는 강력한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태양계 외부에서도 적절한 온도, 지질학 및 생물학적 변화가 있는 경우 화석 연료를 잠재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데요. 2012년 독일 막스 플랭크 연구소는 오리온 별자리의 말머리성운 은하에서 큰 탄화수소 분자 퇴적물을 발견했습니다. 오리온 별자리는 지구와 무려 1300광년 떨어진 곳이죠.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지구 전체 물의 양보다 200배 많은 양의 탄화수소가 있는 유전을 발견했습니다. 이 유전은 분해된 유기 물질이 아닌 죽어가는 별의 폐기물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이처럼 지구 밖의 행성에서는 과거 생명체의 흔적이나 탄화수소의 발견을 통해 석유 매장량을 추측할 뿐, 석유나 가스가 존재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일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직접 탐지하거나 우리에게 실용적으로 채굴하기에는 힘든 상황이죠.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원격 감지 및 분석 기술로 우주 전체에 화석 연료가 존재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주 탐사와 외계 행성 연구가 진행되면서 더욱 발전할 흥미로운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