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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On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돼야 할 때”

<GPT 제너레이션> 이시한 작가

글_ 김미현 사진_ 박성수

“○○해주는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농담처럼 던지던 이 말이 현실이 됐다. 마치 가상의 비서처럼 대화창에 몇 마디 지시, 질문을 전달하면 즉시 대답을 술술 내놓을 뿐 아니라 번역·소설·사진 등 원하는 결과물까지 뚝딱 만들어 주는 GhatGPT. 이 대화형 로봇과 함께 살며, 우리는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할까? GhatGPT 덕분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시한 작가를 만나 들어봤다.

작가, 대학교수, 유튜버, 칼럼니스트, 방송인…. 직업이 참 많으신 것 같아요. 자신을 소개한다면.

“성신여대 겸임교수이자, 인문·비즈니스·기술 분야의 글을 쓰고 있는 작가 이시한입니다”, 전 저를 이렇게 심플하게 소개해요. 직업이 많은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대중들이 어려워하는 정보를 빠르게 익히고, 그것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것, 이 한 가지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죠. 익힌 정보를 책으로 출간해 ‘작가’, 유튜버 콘텐츠로 다뤄 ‘유튜버’, 방송에서 소개해 ‘방송인’, 신문에 글을 써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이 자연스럽게 생긴 거고요.

그 많은 일을 해내려면 정말 시간을 쪼개서 쓰실 것 같아요. 평소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제 MBTI가 ‘ENFP’예요. 특히 ‘P’ 성향이 강해서, 누가 ‘지금 놀러 가자’ 하면 바로 따라나서는 그런 성격이죠. 솔직히 일상은 그리 계획적으로 살지 못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일은 성격대로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다음날 일정을 전날 미리 시뮬레이션해 봐요. 몇 시까지 뭘 하고, 몇 시까지 어디에 가고…. 그러다 중간에 30분 여유시간 생기면 이때 책을 읽으면 되겠다 이렇게요. 일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사회적 ‘J’라고 할 수 있죠. 오늘도 시뮬레이션대로 아침에 라디오 방송을 끝내고, 택시 타고 인터뷰하러 왔어요. 이 인터뷰가 끝나면 집에 가서 30분 정도 가방을 싼 뒤 공항버스를 타고 미국 출장을 갈 계획이고요. 시뮬레이션을 꼼꼼히 할수록 확실히 늘어지는 시간을 줄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GPT 제너레이션>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실제 현장에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시쳇말로 장난 아니에요.(웃음) GhatGPT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얼마나 높은가를 실감할 만큼 요즘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지자체 할 것 없이 정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현장 반응은 강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GhatGPT에 특히 관심이 높은 CEO들은 강의 내내 “와, 우와!” 하는 함성을 쏟아내요. ‘GhatGPT만 있으면 인력 대체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의미가 담긴 감탄사죠. 반면, 일반 직장인이나 기관 구성원들은 ‘GhatGPT가 내 일자리를 정말 대체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어, 으어!” 하며 놀라죠. GhatGPT가 똑똑하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아는 정도였다가 강의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이미 많은 업종에서 GhatGPT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고, 검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도 안심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고요. 실제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GPT-4 기반의 생성형 AI를 MS 오피스 플랫폼에 적용한 ‘MS 365 코파일럿(copilot)’을 공개했어요. 직장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워드, 엑셀, PPT만 프로그램만 열 줄 알면 누구나 GhatGPT를 쓸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죠.

GhatGPT에 대해 기업, CEO들의 관심이 특히 뜨거운 이유가 있을까요.

GhatGPT나 여러 생성형 AI 기술 자체로 아직까지 기업이 이익을 본 사례는 없어요. 약간의 인력 대체로 경비 절감을 한 정도가 전부인데, 이 정도는 이익이라고 볼 수 없죠. 그런데도 많은 기업들, CEO들이 GhatGPT에 꾸준히 주목하는 이유는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GhatGPT가 사람의 말, 텍스트를 이해하고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지금 GhatGPT에 “커피 그림을 그려줘”라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저는 언어 모델일 뿐 그림은 그리지 못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그런데 만약 GhatGPT가 새로운 운영 체제,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그림그리기가 가능한 기계와 연결되면 상황은 달라져요. GhatGPT가 우리가 전달한 내용을 그 기계에 명령어로 전달함으로써, ‘커피 그림’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다시 말해, 이 연결을 어떤 기계랑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으니 기업으로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거예요. 스마트폰 시장처럼 GhatGPT를 잘 활용하는 것이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는 키가 될 테니까요.

소규모 창업기업이 늘어날 확률도 높겠네요.

맞아요. GhatGPT가 대중화되면 1인 미디어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어요. 특히 ‘와인’, ‘비건’, ‘반려동물’ 등 특정한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전문 소식지들이 많이 생성될 거예요. 지금 감상처럼 쓰는 글과 정보성 글 몇 개만 GhatGPT에 입력해도 새로운 수많은 글이 생성될 테니까요. 또 비건 레스토랑에서 광고한다고 가정할 때, ‘N사 포털사이트가 나을까? 비건 전문지가 나을까?’ 를 고민하게 될 거예요. 유명 포털사이트에 광고하면 다수의 사람들이 보겠지만, 실수요자인 비건들이 주로 구독하는 전문지가 광고 효율은 더 클 테니까요. 이전에 유튜브에서 여행, 먹방 콘텐츠가 주목받았을 때 방송에서는 신경도 안 쓰다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니까, 지금은 방송에서 더 많이 활용하잖아요. 콘텐츠가 거꾸로 유입된 거죠. 이런 현상이 분명 텍스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봐요.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GhatGPT를 어떻게 활용하고, 기회로 만들어야 할까요.

아직은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모든 것이 갖춰진 후에는 끼어들기 어렵지만, 패턴이 바뀌는 순간에는 끼어들 여지가 생기죠. 기술이 바뀌면 라이프 트렌드가 바뀌고, 라이프 트렌드가 바뀌면 비즈니스가 따라오는데 지금은 개인한테도 그 기회가 열려 있어요. GhatGPT나 여러 생성형 AI가 뜨고 있지만 아직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거든요. 계속 트렌드나 흐름을 살펴보면서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를 끊임없이 고민해 보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GhatGPT가 하는 일이 늘어나면 직장 내에서도 점점 필요한 사람이 줄어들 거예요. 따라서 지금 어떻게 준비해야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해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막연하네요. 좀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좀 쉬운 예를 들자면, ‘MS 365 코파일럿(copilot)’ 프로그램 시연장에서 GhatGPT를 활용해 PPT를 만드는 장면이 나왔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딸에게 줄 메시지, 격려하는 말을 PPT로 만들고 싶어’라는 텍스트를 입력하자, 격려의 메시지를 생성해 주는 것은 물론 개인 클라우드와 연결해 사진까지 활용해 예쁜 PPT가 완성됐죠. 단추를 한 번 다시 누르면 다르게 디자인된 작업물을 보여주고요. 이제는 PPT를 잘 만드는 건 경쟁력이 아니예요.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만든 것을 검증하거나 창의적인 기획을 하는, 기계가 할 수 없는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해내는 방향으로 역량을 키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돼야 하죠. 지금 그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것을 키우는 데 집중해 보세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도 GhatGPT 사용을 독려하시나요.

주로 리포트 과제를 내줄 때 사용해 보라고 해요. 사실 교수 입장에서 학생들이 GhatGPT로 리포트를 쓰면 채점할 때 힘들어요. 정보의 내용이 상향 평준화가 되니까요. 하지만 직장 내 GhatGPT 사용이 점점 늘고 있는데, 학교에서 전혀 쓰지 않다가 취업하면 당황스럽지 않을까요. GhatGPT를 켜고, 질문하고, 답을 얻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효과적으로 쓴다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죠. 비슷한 시기, 방법으로 자전거를 배워도 얼마나 반복해서 타느냐에 따라 잘 타고 못 타고가 나뉘잖아요. GhatGPT도 두 번 써본 사람과 200번 써본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같은 정보를 잘 활용하느냐, 못 하느냐가 사람의 개인 능력에 달렸죠. 반복해 사용하고 질문을 거듭하면 나에게 맞는 답변을 효율적으로 얻어내는 기술이 생기거든요.

GhatGPT 다음으로 주목하고 계신 분야가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이요.

모빌리티, ‘UAM’ 하늘을 나는 자동차요. 아마 2025년이면 서울 하늘에서 볼 수 있을 텐데요. 내 눈앞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있는 것을 보면, 많은 분이 궁금해하지 않으실까요.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꾸준히 출간할 수 있는 책을 내고 싶어요.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처럼요. 지금 열심히 소재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