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테마 : 석유사랑 한국석유공사 웹진 : KNOC Webzine

스페셜 테마

에너지 안보와 정부 석유비축계획

글_ 최종근 교수(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우리가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인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대한 전형적인 답변은 아마도 행복한 삶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안정과 자신의 일을 통한 내면 깊은 곳에서의 만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은 무엇일까? 이는 전쟁이 없는 평화와 더불어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일 것이다. 에너지와 자원이 무기화되고 공급망 이슈가 있는 요즘 에너지 안보를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자.

에너지의 중요성

만일 원유와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석유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석유류를 사용하는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므로 출퇴근을 포함해 이동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합성섬유와 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각종 석유제품을 만들 수 없고, 화장품과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원료가 없어져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만일 특정 국가가 석유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빼앗기 위해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전쟁 역시 전투기나 탱크가 없는 보병전투가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에너지가 반드시 공급돼야 한다. 특히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수출 중심의 경제를 가진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한 안보적 요소이다.

에너지 환경의 변화

러-우 전쟁 같은 국제분쟁은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높이며, 국제물류의 유기적 흐름을 방해한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쟁과 대립은 석유와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같은 편 중심으로 재편하며 수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따라 핵심자원의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자원보유국은 자원을 무기화해 자원개발 조건을 강제하거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에 대한 시대적 요구로 석유 개발을 위한 투자가 제한되고 여건은 악화되므로 투자는 줄어들고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요즘에는 작은 국제적 뉴스에도 국제유가가 크게 변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결국 우리의 생활과 경제 더 나아가 국민 복리와 안전을 위협하는 위기로 나타나게 된다.

에너지 전환에 따라 핵심자원의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자원보유국은 자원을 무기화해
자원개발 조건을 강제하거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자원안보특별법

정부는 에너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위기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의 목적은 주요자원에 대한 개발-공급-비축을 총괄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원안보의 체계적 관리, 위기대응 역량 제고 및 자원안보 기반 조성 등 국가 자원안보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고자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을 수립하고 공급기관인 기업은 공급망을 확보하고 또 비축해 핵심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이 법이 제정되면 법적 규정에 따라 위기대응을 위한 준비와 조치에 따른 재정 및 세금 지원이 체계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우리가 나아갈 길

자원안보의 핵심은 필요한 자원이 수용가능한 가격에 중단없이 공급되고 사용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은 생산을 통한 공급, 비축, 수요의 조절이다. 수요의 조절은 자원의 절약이나 대체 자원의 활용인데 세계 10위의 경제규모와 편리한 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로 일부 대체되는 전기를 제외하고는 원료를 대체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생산을 통한 공급과 위기대응을 위한 비축이다.

자원안보의 핵심은 필요한 자원이
수용가능한 가격에 중단없이 공급되고 사용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은 생산을 통한 공급, 비축, 수요의 조절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천에 따라 원유와 석유제품을 90일(정부(석유공사) 60일, 민간 30일)분을 비축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의 경우 LNG 인수기지와 파이프망 속에 7일분 내외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경우 모두 단기적인 대응책은 돼도 심각한 위기상황에서는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다. 결국은 위의 세 요소의 조화가 필요하며 개발을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 공급이 수반돼야 한다.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과 자원빈국에 불리한 불확실성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긴 안목으로 지속적으로 핵심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