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On : 석유사랑 한국석유공사 웹진 : KNOC Webzine

Interview On

“도전, 두려움을 깨야
비로소 가능한 것”

김도경 도보여행가

글_ 김미현 사진_ 박성수

무엇인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50세가 넘은 나이에 도보여행가라는 새 직업을 찾고, 오롯이 두 발로 국토 종주를 해낸 김도경 씨는 어떻게 선뜻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을까. 장마가 잠시 비껴간 어느 날, 여전히 재밌는 것, 새로운 것을 찾으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도전하는 이유와 원동력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간호조무사, 웨딩플래너, 텔레마케터 등을 거쳐 지금의 도보여행가까지 그동안 직업이 굉장히 다양하셨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직업은 좀 화려해야 하지 않나요?!(웃음) 이유라면 제가 뻔한 것, 익숙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직업에 상관없이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면 닳고 닳은 사람이 되잖아요. 분명 나도 처음이 있었는데, 그 순간을 자꾸 잊어버리는 게 싫더라고요. 긴장감이나 설렘도 점점 줄어들고요. 물론 처음에는 서 있는 자리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도 해봤죠. 주변에서 붙잡기도 했고요.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익숙해지려고 할 때마다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라는 마음으로 계속 직업을 바꾸게 됐어요. 덕분에 살면서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이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전혀요. 오히려 안주하는 게 두려워 도전하는걸요. 이런 인생도 살아보고, 저런 인생도 살아보며 계속해서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좋고요. 두려움, 긴장감을 느낄 때 살아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는 정신 나간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익숙한 것만을 반복하다 보면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어요. 지금, 어떤 것이든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익숙한 것은 던져버리고 두려움, 불편함을 끊임없이 마주하세요. 그래야만 원하는 것에 더 가까워질 수 있어요.

도보여행은 어떻게 도전하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50대에 건강한 다이어트를 해보자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걷다 보니 길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정말 크더라고요. 목표한 거리를 달성할 때마다 성취감과 자존감도 상상 이상으로 높아지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감사하는 마음과 여유도 생기고요. 무엇보다 몸이 힘들었으면 벌써 그만뒀을텐데, 좋은 관절을 타고 났는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걸어도 지치거나 특별히 아프지도 않더라고요. 도보여행가가 천직인 것 같아요.(웃음)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어요. 시를 쓰고, 책을 출간하게 된 것도 다 길 덕분이에요. 길을 걸으며 느끼고 배운 것들, 감사한 마음을 남기고 싶어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 한 권이 될 만큼 시가 모이더라고요. 또 도보여행가로 여러 기관에서 강의도 하고, 방송 출연도 하고, 이렇게 사보 인터뷰라는 특별한 경험을 할 기회도 얻었고요.

벌써 꽤 많은 길을 걸으셨던데, 걸으신 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길이 있다면.

국토로는 동해안, 서해안, 중부내륙을 완주했고, 제주 올레길 코스도 모두 다녀왔어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을 걸으며 유럽의 웅장한 풍광을 둘러보는 ‘뚜르드 몽블랑(Tour Du MontBlanc)’ 클래식 루트도 완주했고요. 매년 조금씩 이룬 성과죠. 도보여행가로 산 지 이제 5년 남짓 됐는데, 그동안 여러 길을 걸으며 몸도 마음도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길로는 ‘문경새재 황톳길’을 꼽고 싶어요. 황토로 된 길을 맨발로 걸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죠. 또 이곳은 장원급제 길로도 유명한데요. 그때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옛 정서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리가 너무 잘 되어 있어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랍니다. 그냥 아름다운 길은 인생에 한 번쯤 가볼 만한 길이라면 문경새재 황톳길은 여러 번 가도, 누구와 함께 가도, 언제 가도 좋은 길인 것 같아요.

도보여행을 떠나기 전,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으실까요.

하루하루 얼마큼 걸을지 계획을 세우는 것 말고는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어요. 걸어보니 저한테는 하루에 30~40km가 딱 적당하더라고요. 그래서 내비게이션으로 거리를 가늠해보고, 하루하루의 목적지를 설정해요. 막상 걷다보면 우회도로를 만나거나 생각지도 못한 풍경을 마주하게 돼 목표한 걸음보다 조금 더 걷게 되긴 하지만요.
오히려 걸으면서 준비할 것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도보여행을 하다 ‘노근리 학살사건’이 있었던 철교를 지났던 적이 있는데, 당시의 총알 자국이 아직도 남아있더라고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제가 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곳을 지나며 그 사건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었죠. 이렇게 여행을 하며 하나씩 공부하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것도 도보여행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석유사랑> 독자들에게 여름휴가를 기회 삼아 가보면 좋은 길을 추천한다면.

세 곳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첫 번째는 앞서 얘기한 ‘문경새재 황톳길’이에요. 울창한 숲이 터널처럼 조성돼 있어 요즘 같은 무더위에도 시원하게 걸을 수 있거든요. 또 1관문에서 3관문까지 약 7km의 황톳길을 지나면 괴산에 닿게 되는데요. 길을 따라 이어지는 숲과 계곡의 멋진 풍광을 마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상북도에서 충청북도까지 도에서 도를 넘었다는 성취감도 맛볼 수 있죠. 두 번째로는 포항 구룡포 끝자락에 자리한 ‘석병리’라는 곳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곳을 찾아 걷다 보면 우리나라 동쪽 땅끝임을 상징하는 표지석 하나를 만날 수 있는데요. 망망대해인 그곳에 서면 파도와 바람, 물색에서 또 다른 바다의 모습, 거칠면서도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꼭 걸어보셨으면 좋겠어요. 가족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바다 위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노하우가 있다면.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요. 도보여행이라고 하면 다들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우리 집 앞마당, 우리 동네, 뒷동산, 공원 산책길만 걸어도 나름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런 성취감을 꾸준히 맛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목표도 생기고, 또 가고 싶은 길도 생길 거예요. 그렇게 한 걸음씩 천천히 시작해 보세요. 좀 더 효과적으로 잘 걸을 수 있는 팁을 드리자면, 평소 자신의 보폭보다 5cm 정도 더 넓게 걸어보세요. 그러면 운동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어요. 또 우리가 보통 오래 걷다 보면 자세가 구부정해지잖아요.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안된다면, 앞에 걷는 사람의 정수리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걸어보세요. 그러다 보면 몸이 자연스럽게 펴질 거예요.

또 어떤 도전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일단 내년 봄에는 그동안 미뤄뒀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에 나설 계획이에요. 지천이 아름다운 가을쯤에는 우리나라 강줄기를 따르는 도보여행을 계획하고 있고요. 그리고 지금부터 셔플 댄스를 배워 하루하루 목표한 도착지에 입성할 때마다 춤을 추며 들어가 볼까 해요. 도보여행으로 어느 정도 목표를 성취하고 나니 또 다른 자극이 필요해졌거든요. 장시간 도보여행을 하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는데 마지막에 셔플 댄스를 추면 또 에너지가 생기지 않을까요. 제가 정말 몸치인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춤 한번 신나게 추고 싶기도 하고, 제 여정을 호응해 주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인증 영상으로 남겨 제 SNS에도 공개할 예정이니 나중에 꼭 구경하러 와 주세요.

‘도전’, ‘열정’, ‘성장’ 등 공사의 핵심 가치가 작가님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석유공사 임직원을 비롯해 <석유사랑>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석유공사 임직원과 <석유사랑> 독자들 모두 이미 도전하며 열정적으로 살고 계실 거라 믿어요. 익숙함을 버리지 않으면, 불편함을 외면하면 제자리걸음만 걸을 뿐 앞으로 나가기 어려워요. 불편함에서 오는 두려움을 깨고 끊임없이 도전해 지금의 멋짐을 계속해 잃지 않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