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포커스 : 석유사랑 한국석유공사 웹진 : KNOC Webzine

오일 포커스

유류세 인하 연장
석유 판매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

글_ 조용채 교수(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8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오는 10월 31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유류 가격 상승으로 국민의 유류비 부담 경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2021년 11월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하고자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다섯 차례의 연장을 거쳐 2년 가까이 진행됐다. 유류세 인하는 석유 판매 가격의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에너지 전환을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산업 전반 에너지 수요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 가격의 변동은 경제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석유 판매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석유 판매 가격 결정요인

국내의 석유 판매 가격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석유 판매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국제 유가다. 한국은 석유 공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의 변동은 국내 석유 판매 가격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국제 유가는 원유 생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의 외교나 정치적 문제로 인해 단기간에 큰 변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그 예측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의 변동이 즉각적으로 국내 석유 판매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이는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이 국제 원유가격이 아닌 싱가포르 현물 시장의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정유사들이 제품의 공급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가격 결정 과정에서 원자재 원가가 달러로 계산되므로 환율의 변동도 국내 석유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제 유가는 원유 생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의
외교나 정치적 문제로 인해 단기간에 큰 변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그 예측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S-OIL 등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구매하고 이를 유통 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정유사들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 비용과 이윤을 고려해 중간이윤을 결정하게 되는데, 여기에 석유 판매 가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세가 더해진다. 유류세의 경우 교통 에너지 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으로 구성돼 있고 정액세의 비중이 큰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유가가 하락하게 되면 유류세가 석유 판매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게 된다.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 중인 누리집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2020년에는 세금의 비중이 55.94%에 이르기도 했다. 이렇게 유류세가 부과된 가격에 원유 수입 당시 관세와 수입 부과금 등이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부가세가 석유 판매 가격에 포함된다.
유류세 및 부가세는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이며, 정부의 정책에 의해 조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석유 판매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 유류세 인하 결정도 석유 판매가를 구성하는 부분에서 정부가 조절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해서만 일시적으로 인하해 민생 안정을 도모하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국외 석유 판매 가격 결정 요인

해외 주요 선진국들의 석유 판매 가격 결정 요인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각국의 석유 공급 경제 상황, 지정학적 요인 등에 의해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석유 생산 대국 중 하나로 석유의 수입과 수출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 내 석유 판매 가격은 주로 시장 경쟁과 공급, 수요 상황에 크게 의존한다. 미국 내 석유 판매 가격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공급 접근성에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원유가 생산되는 지역에서는 가격이 낮고, 거리가 먼 지역에서는 유통 과정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미국은 연방과 주 정부 간에 세금과 규제가 달라서 이에 따라 판매 가격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은 비교적 유류세를 낮게 부과하고 있고, 이는 석유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지원하는 데 일조한다. EU의 경우에는 미국과 달리 회원국 중 다수가 석유를 수입해야 하며, 국제 시장 가격 변동이 EU의 석유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주로 고율의 부가세와 유류세가 부과된다. EU 회원국 간의 석유 가격 차이는 이러한 세금 정책과 관련이 있다. 또한 EU는 에너지 정책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도 석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류세에 관한 시각

앞서 국내외 석유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해 살펴봤다. 원유 생산량과 재고량, 수요와 공급, 국가별 지정학적 요인과 환율 변동, 정부의 세금 정책과 환경 규제 등 석유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 중 우리가 석유 판매 가격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어 가능한 요인은 시장 질서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유류세뿐이다. 유류세 인하는 경제 활성화와 인플레이션을 저감하는 효과를 가져와 경제 안정에 도움을 주고 항공, 해운 등과 같은 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일부 산업 부문을 지원해 이를 통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는 세수가 줄어들고 부족한 세수로 인한 공공 부문의 지원이 약화되는 부정적인 효과 또한 가져올 수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이한 오늘, 정부와 관계 기관 및 관련 업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유류세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와 현명한 결정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또한, 활발한 해외 자원 탐사를 통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유 공급 구조에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