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를 생각하다 : 석유사랑 한국석유공사 웹진 : KNOC Webzine

석유를 생각하다

과학 전문가에게 듣는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석유 이야기 ⑤

글_ 이종림(과학전문작가)

석유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석유는 땅속에 수백만 년간 묻혀있던 원유를 정제한 것입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석유를 잘 보관하면 몇백 년을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요. 실제로 석유의 유통기한은 단 몇 개월에 불과합니다. 석유의 유통기한이 이처럼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휘발유의 유통기한은 6~12개월

그 이유는 석유는 정유 공정을 통해 원유에서 추출한 탄화수소의 혼합물로,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와 접촉할수록 산화돼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석유는 공기가 차단되는 밀폐된 용기, 온도 변화가 적은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원유에서 추출한 휘발유, 경유 등의 연료들은 오랜 시간 공기와 물, 높은 온도, 빛 등에 노출되면 분해되거나 변질되기 쉽습니다. 햇빛, 열, 기타 발화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깨끗하고 밀봉된 건조한 용기나 탱크에 보관하면 6개월에서 1년까지 보관할 수 있죠. 그러나 산소, 습기 또는 오염 물질에 노출된 연료는 품질이 저하되고, 옥탄가가 낮아지며, 침전물이 증가할 수 있어 수명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휘발유는 20도 정도의 온도에, 단단히 밀봉된 용기에 담아 보관해야 합니다. 더 높은 온도에서는 더 빨리 분해되기 때문이죠. 만약 온도가 30도로 올라간다면 유통기한도 3개월 정도로 짧아질 수 있습니다. 또 보관 용기가 제대로 밀봉돼 있지 않다면, 연료 품질이 더 빨리 저하되죠. 경유 역시 휴대용 캔에 넣어두면 6~12개월 정도 수명이 지속됩니다.

‘열화 반응’을 피해 보관하는 것이 중요

석유에 유통기한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열화 반응 때문입니다. 열화는 연료의 다양한 화학 성분이 서로 다른 속도로 증발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즉, 연료의 화학 성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는 의미죠.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산화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됩니다. 이러한 산화작용 때문에 저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품질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휘발유와 같은 화학물질은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며, 사용하기 전에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석유 제조업체에서는 석유 연료의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산화 및 미생물 성장을 방지하는 화학적 안정제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첨가제는 연료가 저장 중의 안정적이고 적절한 상태로 유지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석유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연소 효율이 저하돼 출력과 연비가 감소합니다. 배출가스의 유해 성분이 증가하고요. 엔진 부품의 마모도 발생할 수 있겠죠.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석유를 구입한 후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석유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석유는 땅속 어디, 얼마나 깊은 곳에 숨어 있나요?

석유는 지구의 오랜 역사 속에 유기체가 쌓여 만들어지고 변화돼 소중한 자원으로 남겨진 산물입니다. 그 과정에서 땅속 깊은 곳에 묻히게 됐는데요. 얼마나 깊은 곳에 존재하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죠. 실제 석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곳에 숨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의 높이만큼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비로소 석유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땅속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사이

석유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깊은 곳에 저장돼 있습니다. 석유는 저수지라고 불리는 지하 주머니에서 발견됩니다. 지구의 깊은 곳에서는 압력이 극도로 높아지죠. 석유는 압력이 높은 지하 깊은 곳에서 압력이 낮은 표면을 향해 천천히 스며 나옵니다. 이처럼 석유가 땅속 깊은 곳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석유의 발생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원유는 죽은 유기체의 잔해에서 발생하는 화석 연료입니다. 유기체들이 죽어서 만들어진 잔해는 오랜 세월 쌓이고, 그 위로 수백만 톤의 퇴적물이 혼합돼 압축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원유는 그 퇴적암 내 작은 공간에 있는 지하 저수지에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데요. 이 지하 저수지는 대개 땅속이나 바다 깊은 곳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지하 12km 유정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땅속 어느 정도 깊이에 석유가 존재할까요? 기록상으로 1949년에는 시추된 유정의 평균 깊이가 약 1km였습니다. 석유 생산기술이 발전하고 더 많은 석유 자원을 찾아 나서면서 2008년쯤에는 평균 깊이가 2km로 더 깊어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유정은 깊이가 지하 12km에 달합니다. 러시아 사할린섬에 있는 Z-44차이보(Z-44 Chayvo)라는 유정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과 비교하면 그 깊이가 더욱 느껴질 텐데요. 이는 에베레스트산의 높이에 약 3km를 더한 길이의 깊이이며, 가장 높은 곳에서 비행한 열기구의 비행 기록 높이의 두 배에 해당합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를 15개나 쌓아 올린 것과 같은 높이죠.

세계에서 가장 깊은 유정

해양 시추 등 진화하는 시추 기술

지구 표면의 약 70%는 물로 덮여 있으므로 물속에도 석유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해상에서의 석유 생산은 육상에서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죠. 최초의 해상 유정은 1897년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기 해양 시추는 수심이 100m 미만인 지역에서 이뤄졌죠.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 장비는 이제 수심 3km까지 작동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이처럼 바다와 땅 속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석유 굴착 장치, 고속 시추 기술 및 기타 기술을 통해 육지와 해상을 모두 굴착해야 하죠. 앞으로 갈수록 새로운 석유 매장량을 찾기 위해 점점 더 깊은 지하로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깊은 곳에서의 석유 추출을 위해 시추 기술 또한 점차 변화하고 발전하는 추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