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실록
석유의 100년은 상전벽해 중!
19세기 『매천야록』에서 그린 암모니아까지
우리나라의 석유 사용 시기가 정확하지 않지만 조선후기 학자 황현이 기록한 『매천야록』에 따르면 1880년대로 추측할 수 있다. 당시 개화의 흐름과 함께 서구 열강이었던 미국과 러시아를 통해 석유 문명이 시작된 것! 100여 년 전, 낯선 미지의 영역이었던 석유는 21세기에 접어들어 탄소중립이란 목표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저탄소 신에너지를 꿈꾸는 석유 에너지가 선택한 페이스메이커 ‘암모니아’와의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
원고_ 편집실 / 권영국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탄소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 기반 에너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현재, 수소의 저장 및 운송에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전략에 세계 석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소 경제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 저장 및 운송, 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수소 활용 분야의 기술적 성숙도는 세계적으로 우수하게 평가받지만, 수소 생산 기술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뒤처져 있어 대부분의 관련 기술을 수입하고 있다. 수소의 미래 예측 소비량에 생산량이 미치지 못해 상당량의 수소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의 품질이 낮아 전기분해 기술을 활용한 그린 수소의 국내 생산비용이 호주, 중동 등의 국가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하여 그린 수소의 수입이 불가피하고, 이때 수소의 저장 및 운송 방법은 곧 수소의 최종 소비 단가와 직결된다.

암모니아, 수소 경제의 매개체

수소의 최적 운송 수단은 거리에 따라 상대적이며, 단거리 운송은 주로 기체 상태의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거나(고압 수소) 초저온 상태로 냉각하여(액체 수소) 기존의 파이프라인이나 튜브 트레일러를 활용해서 이동시킨다. 고압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매우 낮아 1회 운반 가능한 규모가 매우 적고, 액체 수소는 수소의 액화를 위해 영하 253℃ 이하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비용이 높은 단점이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대용량의 수소를 장거리 운송으로 수입하기에는 고압 수소나 액체 수소 활용에는 한계가 있으며,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암모니아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가장 효율적인 수소 운송 방식으로 암모니아를 꼽은 바 있는데, 그럼 암모니아를 수소 운반체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를 살펴보자. 암모니아가 수소 경제에서 ‘수소 운반체’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최소로 하여야 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되는 암모니아는 한 세기 전 독일의 화학 기업 BASF가 상업화한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매년 약 2억 톤 가량 생산되며, 인류의 식량 자원을 책임져왔다. 이는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다.

고온(300~400℃), 고압(~200bar) 조건에서 수소와 질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데, 이 공정에서 전 세계 에너지의 1.8%를 소모하며, 발생되는 탄소의 양이 매년 3억 8천 톤에 달한다. 암모니아 합성에 필요한 수소를 화석연료를 개질 해서 얻다 보니 ‘수소’의 생산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게다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하버-보슈 공정 자체를 대체할 수 없어 하버-보슈 공정에 필요한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기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는 만들어질 때 탄소 배출 정도에 따라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로 부르는데, 암모니아도 하버-보슈 공정에 사용되는 수소의 종류에 따라 암모니아의 색이 결정된다. 현재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암모니아는 화석연료 개질 수소(그레이 수소)를 사용해 합성되며, 이를 그레이 암모니아라고 한다. 하지만, 그레이 암모니아는 탄소 배출이 너무 많아 더 깨끗하게 생산된 수소를 활용해야 한다.

블루 암모니아는!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 및 처리(CCUS)하여 탄소 배출이 저감된 블루 수소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암모니아다. 블루 암모니아는 탄소 중립 개념에서 차세대 수소 경제의 매개체로서 최소한의 자격 요건은 갖췄지만, 여전히 수소 생산을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단기적으로는 수소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국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운 암모니아 합성 방법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린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전해 기술로 생산된 그린 수소를 활용하여 생산된 암모니아다. 그린 암모니아는 화석 연료로부터 벗어나 탄소 배출로부터 가장 자유로우나, 그린 수소 생산 단가가 높아 그린 암모니아 역시 경제성이 다소 낮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단가의 점진적인 하락과 수전해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을 감안하면 향후 10년 내로 그린 암모니아가 수소 경제의 활성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양한 노력들이 있지만 궁극적인 무탄소 친환경 암모니아 생산을 위해서는 하버-보슈 공정을 대체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질소 고정 능력을 갖추도록 개량된 미생물을 활용하거나, 빛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광촉매를 활용하는 기술, 그리고 전기화학 촉매기술을 활용하여 상온·상압에서 청정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암모니아가 ‘수소 운반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바로 암모니아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공정이다. 그 중, 열화학적 암모니아 분해기술인 암모니아 크래킹은 현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술이다. 암모니아 크래킹은 흡열반응(2NH3 ? N2 + 3H2; ΔH = 46.19 kJ/mol)으로 반응 온도에 따라서 그 전환 정도가 결정되며, 이론적으로 상압·400℃ 조건에서 99%의 평형 변환율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화 수준의 높은 암모니아 유량 조건에서는 반응속도 한계로 인해 열역학적 전환율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생산된 수소의 높은 순도(암모니아 100ppbv 미만)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잔존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추가 정제 과정이 필요하다. 상업적 규모의 고효율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효율적인 반응기 설계, 고성능의 촉매 개발, 고순도 수소 정제의 주요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수소 추출 과정에서의 비용 저감을 위해 발전소에서는 기존의 화석연료와 암모니아를 혼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탄소 배출 규제가 엄격한 선박의 경우 암모니아를 연료로 직접 활용하는 엔진이 상용화되고 있다. 따라서 수소 에너지의 활용처의 여건에 따라서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해 사용하거나 암모니아를 직접 활용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암모니아, 수소 경제의 원유

암모니아를 매개체로 한 수소 경제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블루 및 그린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뿐만 아니라, 수소 활용처에서 암모니아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전 과정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여 경제성을 갖추어야 한다. 좀 더 현실적으로, 대용량의 암모니아를 수입하기 위한 항만 시설 구축, 암모니아 저장 용량 확대, 로컬 운송 체제 구축 및 안전 규정 확보 등의 인프라 구축 및 산업표준 개발이 필요하다. 암모니아는 지하자원이 아닌 합성자원이라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이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암모니아 원유 생산국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