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트렌드
스트롱맨 시진핑의 에너지 전략
충돌의 시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중간 합의 하에 구축되어 있었던 전후 체제가 흔들리는 체제적 충돌이다. 강대국들로 둘러 싸여 있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이다. 충돌의 시기에 핵심적?안보적 전략 자산으로 무기, 금융, 식량, 에너지를 꼽을 수 있다. 지금 많은 국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략적 자산을 비축하고, 자원 공급망을 확보하며 한 단계 성숙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위기와 기회를 대면하고 있는 중국의 에너지 전략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에너지 전략을 반면교사 해보고자 한다.
글_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김희교 교수

양날의 검, 스트롱맨의 등장

시진핑은 트럼프나 푸틴과 비견되는 스트롱맨이다. 그는 미·중간의 충돌을 기회 삼아 마오쩌둥과 덩사오핑을 잇는 강력한 권력자로 등극했다. 장쩌민, 후진타오와는 비교가 안되는 강력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스트롱맨의 등장은 늘 명암이 엇갈린다. 시진핑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 중국의 특성이었던 집단지도체제가 약화된 것이나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연되고, 지식인들의 발언권이 줄어 든 것은 스트롱맨 시진핑 시대의 그림자이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에 단일대오(單一隊伍)로 대항하거나 장기적인 국가 과제를 추진하는 데는 이점이 있다.

스트롱맨 시진 핑에게 주어진
대외적 시험대는 에너지 문제였다.

중국의 에너지 문제는 다른 전략적 자산에 비해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지금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지난 30년간 가장 가파른 성장을 해 온 국가이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문제는 그 중 원유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충돌의 시기에는 치명적 약점이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이것은 보다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난 후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결국 독일 경제는 지난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원유 수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중국 또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보적 전략자산 중 과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에너지 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500여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을 이길 수는 없지만 핵 억지력을 가지기에는 충분하다. 금융의 대외개방 또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에는 약점이지만 경제안보에는 장점이다. 중국 주식 중 해외자본의 투자는 10%도 되지 않는다. 우리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중국의 식량 자급율은 약 90% 수준이고 그 중 주요 곡물 자급율은 95%에 달한다.
미·중 충돌은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회귀정책을 펼쳤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인도-태평양전략으로 구체화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항행의 자유’이다. 미국의 상선뿐만 아니라 군함까지도 인도-태평양을 자유롭게 드나들겠다는 것이다.

중국에게 미국의 ‘항행의 자유’는 미국이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중국의 에너지수송로가 차단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었다.

원래 중국의 원유는 주로 중동에서 수입되었다. 중동에서 수입되는 석유는 반드시 세 군데의 전략적 요충지를 거친다. 홍해와 말라카해협, 그리고 대만해협이다. 모두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차단 가능한 지역이다. 미 항공모함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자랑하며 배치되어 있다. 미·중간 충돌로 이중 어느 한 곳이라도 미국이 막으면 중국의 원유 수급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다.

원유 수송로 확보! 일대일로 정책

미국의 항행의 자유 전략에 대한 시진핑 정부의 대응은 원유수입국과 수송로의 다변화였다. 그것은 시진핑의 핵심 사업인 일대일로(一?一路) 정책을 통해 구현되었다. 일대일로의 핵심은 중동과 유럽을 오고 가는 교통로와 원유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일대(一?) 전략은 바닷길을 대신할 육로를 새로 개척하는 전략이고, 일로(一路) 사업은 바닷길을 다변화하는 전략이었다.

중국 육?해상 일대일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구축은 일로전략의 핵심이다. 파키스탄 과르다 항구와 중국 신장을 잇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이 회랑을 통해 중동의 석유를 말레카 해협과 대만해협을 거치지 않고 중국으로 들여올 수 있다. 시진핑 정부는 ‘부채의 덫’이라는 끈질긴 공격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혹은 대만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해도 최소한의 원유는 수급할 수 있는 교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일대 전략은 과거의 실크로드를 복원한 것이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해상 수송로를 대체할 수 있는 육로가 열린 것이다. 유일한 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인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대체할 수 있는 3가지 대륙횡단 노선을 개발했다. 렌윈에서 우루무치와 카자흐스탄을 거쳐 로테르담까지 가는 중국횡단철도(TCR)를 중심으로 만주횡단철도(TMR), 몽고횡단철도(TMGR)를 건설하고 개량 복구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중국내외로부터 시진핑이 자신의 과업을 자랑하기 위한 전시 행정이라고 비난받고 있었다. 해상운송에 비해 가격과 운송량에서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의 대륙횡단철도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후티 반군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일환으로 홍해를 지나가는 상선을 공격하자 뜻밖에 중국횡단철도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홍해는 세계 상선의 약 15%, 컨테이너 선의 30%가 지나간다. 중국횡단철로는 해상운송에 비해 안전하게 제때 배달할 수 있다. 특히 운송 시간이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대안적 교통로 부상한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대륙횡단철도 외에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철도도 건설하고 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쿤밍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를 건설했다. 이 철로는 아세안과 중국을 잇는 중심노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베트남산 두리안은 이 고속철도를 이용하여 중국에 신속하게 배달되고 있다. 중국의 다음 목표는 유라시아 대륙을 거미줄 망으로 고속철화 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 대부분 지역은 바둑판 모양으로 고속철화를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백두산까지도 고속철이 이미 놓여 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중국 쿤밍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

철로망을 촘촘히 깔고 고속철화를 급속히 진행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결국 수요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쟁은 새로운 수요를 가져왔다. 2013년에는 겨우 80편에 불과하던 중국횡단철도 운행횟수가 2023년에는 16,000편으로 늘어났다. 미·중 충돌이나 중동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중국횡단철도 운송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쟁이 새로운 기회로 작동한 셈이다.

러시아를 넘어 이란,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에너지 안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 전쟁도 시진핑 정부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시진핑 정부는 이 시기를 활용하여 중동에 의지하고 있던 원유공급선을 다변화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그리고 베네수엘라까지 확장했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여러가지 이점을 가져왔다. 우선 가스와 원유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소비자 물가가 디플레이션이라 불릴 정도로 안정적인 유지를 할 수 있는 동력 중 하나도 러시아로부터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동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하여 중동산 원유를 공급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게 러시아보다 더 안정적인 원유공급처는 이란이다. 중국은 러시아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도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점유율을 일정 수준 이상 높이지 않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에게 러시아는 언제든지 경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게 중동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그 중 이란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원유공급처이다.
미국의 제재 이후 이란은 원유의 9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해왔다.

가장 극적인 반전은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잘 알려진 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국이었다. 미국의 힘의 원천인 달러가 오늘날 위용을 행사하도록 만든 것도 사우디아라비아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체결된 페트로 달러 시스템은 미국의 과도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를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대부분 원유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위기였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원유 수입국에서 원유 수출국이 된 것이다. 이에 빈살만 황세자는 무기만 파는 미국과 거리를 두고 석유를 사주는 중국과 손을 잡았다. 중국을 중재국으로 삼아 위협국가인 이란과 수교도 감행했다. 석유는 중국으로 계속 팔면서 미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이란의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묘수를 낸 것이었다.

중국의 녹색경제 핵심, 에너지 전략

네옴시티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탈석유시대 미래전략이라면 시진핑 정부의 탈석유시대 전략은 녹색경제였다. 시진핑 정부는 덩사오핑 이후 지속되어 온 고속성장전략을 폐기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탈석유시대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전기차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것도 그런 미래전략 중 하나이다.
녹색경제의 핵심은 에너지 전략이다. 중국은 지난해, 발전에 사용하는 에너지 중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50%를 넘었다. 우리나라는 2035년에나 달성 가능한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 RE100 조건에 부합하는 태양광(20.9%), 풍력(15.1%), 수력(14.5%) 발전 비율은 우리나라와 비교도 안될 만큼 높다. 반면 중국의 화력사용 비용은 47.6%로 우리의 61%보다 낮다. RE100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원자력 발전(2.0%) 비율도 우리나라(18.4%)에 비해 훨씬 낮다.

중국이 흔드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

포스트 석유시대의 패권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을 등에 업고 이란과 손을 잡자 미국은 다급하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화해를 시도했다. 미국이 두려워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손잡고 페트로 달러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결제 통화로 달러를 쓰지 않는다면 페트로 달러 체제는 위험해진다. 페트로 달러 체제의 붕괴는 달러 기축통화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 시진핑 정부는 최대 원유수입국이라는
지위를 십분 활용하여 페트로 달러 체제를 흔들고 있다.

러시아와는 달러를 배척하고 위엔화-루블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원유를 공급하고 받은 위엔화를 달러로 환전하여 다른 용도에 사용함으로써 미국의 제재에 대항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위엔화를 사용하여 러시아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레트(UAE)도 LNG 거래에 위엔화를 내놓고 있다. 각국이 위엔화를 결제화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위엔화의 사용이 증가한다고 해서 페트로 달러가 페트로 위엔화로 대체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결제 통화로서 위엔화 사용은 급속히 늘고 있지만 달러결제시스템인 SWIFT 대신 위엔화 결제시스템인 CIPS이 대체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달러의 위용이 지금처럼 강고할 가능성 또한 적다. 이미 각국의 외환보유고는 많이 떨어졌다. 2000년 71.1%에서 2022년 58.4%로 줄었다. 중요한 것은 달러에 대한 대체 통화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BRICS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최근 BRICS의 중앙은행인 NDB는 공용디지털 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BRICS가 위엔화를 공용화페로 사용하는 것은 인도를 포함한 제법 많은 국가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BRICS 공용화폐를 만드는 것은 이미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기축통화 달러의 폐해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그 중심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규모가 크고 디지털 화폐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트롱맨 시진핑은 그런 추세의 중심에 서 있다.

충돌의 시기에 우리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시진핑 정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에너지 교통로와 수급처의 다변화이다.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적어도 30년 정도의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의 부상에는 그러한 전략이 큰 기여를 했다. 전 세계 히토류의 중국 의존도는 70%가 넘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30년 전인 1993년 덩사오핑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우리는 히토류가 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중국의 광물 전략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시진핑의 일대일로 전략도 10년이 넘겨 추진되어오다가 지금에서야 빛을 발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또한 국가대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할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