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실록
1897년 월미도의 석유저장탱크에서
21세기 지하비축기술의 우수성까지!
레트로한 감성 여행지로 사랑받는 인천의 월미도에 120여 년 전, 석유저장탱크가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세기 말, 조선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석유’가 활발히 사용되면서 최초의 지상비축 저장소가 탄생했던 것이다. 그 후로 한 세기가 흐른 지금! 국내 지하비축기술은 비약적인 성장을 통해 해외 LNG 비축기지 건설 진출은 물론 수소 지하비축까지, 새로운 영역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글_편집실, 송재준 교수/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지금! 한국의 지하비축 현황은?

세계 5위의 원유 수입국인 한국은 현재 정부비축량 기준으로 9천 700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이는 현 소비량을 기준으로 약 128일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인데 참고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비축량이 90일분이고 선진국 중 일본이 129일,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116일, 82일분을 비축하고 있다. 이렇게 비축된 원유는 주로 국제적 비상시기에 방출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과거 걸프전, 리비아 사태를 포함하여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시기에 6차례 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다. 한국은 2025년까지 1억 배럴 비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국내 9곳에 산재한 석유비축기지의 총 비축 가능용량이 1억 4천 600만 배럴로 규모면에서는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하였다. 상기 비축시설의 80%는 지하 공동이 차지하고 있어 지하저장소의 건설과 운영기술이 석유비축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재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 중인 지하 유류저장소는 원유의 경우 여수와 거제, 울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제품유가 구리에, LPG는 평택에 있다.

지하비축이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

저장소로서 지하 암반의 특징

지하 암반은 기밀성, 내충격성(지진, 폭격), 항온성 등 석유류 등의 저장소로서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석유류는 휘발성이 있어서 공동 굴착 후 자연상태 그대로 활용할 경우 암반에 존재하는 불연속면을 통해 누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반 내 공동을 굴착한 후 무복공(unlined) 상태에서 공동 주변에 수벽공을 설치, 수압으로 저장물의 누출을 막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때 수압은 저장류의 증발압력과 공동 단면 형상에 따른 영향에 안전율을 더하여 결정한다. 수벽공을 통해 공급되는 지하수는 공동 내부로 흘러 들어 가스 누출을 막는 역할도 하지만 공동에 인입되는 지하수로 인하여 해당 지역의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공동 바닥에 모이는 지하수는 지속적으로 외부로 배출한다.

지하유류저장소 개념도

저장 공동은 규모의 경제를 따르므로 클수록 유리하나 외국의 사례와 국내 암반공동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원유의 경우에는 공동의 폭과 높이를 각각 18m, 30m로 설계하였고 LPG의 경우에는 이보다 단면적을 40% 정도 감소시켜 안정성과 경제성을 모두 만족하도록 하였다. 참고로 지하 저장 시 원유나 제품유는 15°C 내외의 상온과 대기압을 유지하고 LPG의 경우에는 상온에서 부탄(butane)과 프로판(propane) 각각 2.5bar와 8.5bar 이하의 압력으로 저장한다.

지상비축 VS 지하비축, 비교해볼까?

지하비축과 지상비축의 장단점은 크게 환경과 안전, 그리고 경제의 측면에서 비교할 수 있다. 환경적인 면에서 지하비축의 경우 지상비축에 비해 지상점유 면적이 작아 유리하다. 선박 수송이 주를 이루는 유류의 특성상 대부분 해안 지역에 비축기지를 건설하게 되는데 지하비축의 경우 해저면 아래 암반에 비축공동을 둠으로써 지상 환경을 보전하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안전의 측면에서는 지하공간이 투과성이 낮고 강도가 높은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인의 침입이 어렵고 폭격이나 지진 등의 충격에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경제적인 면은 건설 비용과 운영 비용, 그리고 내용년수를 함께 고려하여 비교할 수 있다. 건설비용 면에서는 비축 용량이 일정량(1980~1990년대 국내 유류비축기지 건설 당시 원유의 경우는 약 560만배럴, LPG는 약 6만톤) 이상이 되면 지상 탱크보다 지하 암반에 저장하는 것이 유리한데 운영비용 면에서도 지하비축이 지상비축에 비해 원유의 경우 1/3, 제품유는 2/3에 지나지 않는다. 내용년수의 경우 지상비축이 약 20년, 지하비축이 40년 이상이므로 안전성이 확보되는 한 저장공동을 최대한 크게 건설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하비축의 향후 기술 전망

LNG 지하 저장, 상용화 가능성을 향해

지구온난화시대 유망한 친환경 에너지원인 천연가스는 최근 수십년간 전 세계와 대한민국(2022년 기준 59 bcm, billion cubic meter) 모두 점진적으로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은 천연가스 소비량 증가에 따라 저장용량도 늘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주요 저장방식인 지상탱크식과 지중탱크식에 더하여 지하저장방식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석유류 지하저장에 사용하는 무복공식 암반 공동을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에 적용하는 방안이 시도된 바 있으나 액화온도가 ?162°에 이르는 LNG의 경우 공동 주변 암반이 냉각되면서 생기는 균열로 인해 저장물이 누출/기화되는 문제가 공동으로 LNG를 복공식 저장공동(Lined Rock Cavern, LRC)에 저장 발생, 결국 무복공식은 빛을 보지 못하였다. 이에 프랑스의 Geostock과 Technigaz, 그리고 국내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이 하는 방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고, 2004년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액화질소가스를 이용한 LRC pilot plant를 통하여 기술의 완성도와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였다.

지하 공동 저장 기술

까다로운 수소 지하 저장도 가능!

현재 전 세계는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해 화석연료 감소와 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 자동차 보급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 12월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의 정책을 내세웠다.
수소는 상기 전략에 잘 부합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열이나 전기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있고(그린수소의 경우) 전기와 달리 장기간에 걸쳐 대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은 1억 2천만 톤에 달하며(IEA, 2019) 앞으로 2030년까지는 그레이수소가, 2030년 ~ 2050년까지는 블루수소와 그린수소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IEA, 2020).

수소의 공급량과 수요량이 증가함에 따라 대용량의 수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문제가 점점 현실화되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최선의 선택은 지하저장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 지하저장을 위해 앞서 소개한 석유류 지하저장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데 참고로 미국은 석유류 지하저장소로 폐가스전(88%), 대수층(9%), 암염공동(3%)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입지특성상 위 세가지 방식 모두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용량 수소저장을 위해 암반공동을 이용하는 방법이 실질적으로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소개한 LNG 지하저장의 경우 저장온도가 ?162°이나 액화수소의 경우는 액화점이 ?253°로 더욱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액화수소를 단독으로 지하에 저장할 경우 LNG보다 높은 성능의 단열재를 사용해야 하며 저온상압외에 저온고압 조건을 함께 고려하여 안전성과 효율성 면에서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암염공동을 이용하여 고압의 수소가스를 저장하는 방법이나 천연가스 저장시설에 수소를 혼합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혼합하여 메탄가스를 생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지질조건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저장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이미 보유한 원유 및 제품유 지하비축 경험을 토대로 기술개발 및 일부 검증까지 마친 복공식 LNG 지하비축기술을 상용화하는 노력이 포함된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해외 LNG 비축기지건설사업에 진출하는 기회를 만들 뿐 아니라 LNG 보다 난이도가 높은 수소 지하비축기술을 개발하고 이 분야를 선도하는 발판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1] 박의섭, 정소걸, 이대혁, 김호영, 2008, LNG 지하저장기술의 현황과 향후 전망, 한국암반공학회 국제학술회의, 2008.10.21.~10.23.
[2] IEA, 2019, The Future of Hydrogen ? Seizing today’s opportunities. Report prepared by the IEA for the G20, Japan.
[3] IEA, 2020,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 2020. Flagship report, I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