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인터뷰
AI시대의 공존과 생존 사이
공감력, 인류만의 슈퍼 파워
“‘AI의 등장’은 인류 진화와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된 ‘문자의 발견’과 맞먹는 사건이며,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의 첫 마디에 AI가 가까운 미래에 끼칠 파급력을 실감하게 된다. 정보를 취하는 방식부터 금융, 교육, 비즈니스에 이르는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일으킬 AI의 큰 물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지혜로운 공존을 이어갈 수 있을까? 또한 AI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인류만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해답을 찾고자 한다.
글_최은서 사진_김정호

Q. 집은 물론 이동 수단인 자동차까지! 낯설었던 첨단 기술 AI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직장인들의 일터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직종 혹은 업무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창작 쪽이 아닐까 싶어요. 원하는 내용만 입력하면 AI가 잡지 표지부터 다양한 일러스트 디자인 작업까지 몇 분 만에 해내니까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창작의 영역이야말로 AI가 침범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이야기해 온 것도 있어서, 이러한 변화가 더 큰 타격으로 느껴졌을 거예요.

할리우드 파업 현장

지난해 여름,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에서 60여 년 만에 업계 최대 규모의 파업이 있었던 것 기억하시죠? 생성형 AI가 작가와 배우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겁니다. 물론 파업 배경에는 큰돈을 번 제작사가 작가와 배우에게 정당한 수익배분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함께였죠.
이처럼 일부 직종에서는 이미 AI로 인한 직업의 대체가 시작됐어요. 프로그래밍, 영상, 광고, 마케팅 등 차차 다양한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여러 IT 기업이 앞으로 출시할 첨단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미치게 될 파장은 상상 그 이상일 거예요. 아직 우리가 AI로 인한 변화를 다 보지 못했고 지금은 시작점일 뿐이니까요.

Q. AI로 인한 인력 대체라는 우려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없을까요?

두 가지 포인트로 생각해 볼게요. ‘AI로 인해 사라지게 될 직업도 많지만 그만큼 새로 생겨날 직업도 많을 것이다’라는 측면이에요. 대표적으로 자동차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마부들이 사라질 거란 생각으로 시위하며 자신들의 생존권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자동차로 인해 마부보다 더 많은 숫자의 운전자가 생겨났어요. 몇만 배 이상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 거죠.

또 다른 측면은 어느 직종이 사라지고 생겨나는지를 떠나서 ‘AI로 인해 일어날 총체적 변화에 대한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인터넷이 나오고 우리는 예전에 비해 도서관을 가거나 책을 통해 정보를 찾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특정 업계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 형태로 달라진 것이죠. 그런 거대한 변화가 AI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요. 사회 구조 전체가 바뀌어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는 거죠.
대표적인 예로 인간이 하던 일을 수행하게 될 로봇이나 AI에는 국가가 세금을 주지 않아도 돼요. 단기간에 세수가 줄어드는 시나리오를 경험하게 될 수 있죠. 우리가 몇백 년 동안 노동을 해서 돈을 벌고 세금을 내던 사회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AI의 등장으로 수많은 개인이 ‘나는 이제 뭘 먹고 살지?’라는 동시다발적 고민을 겪는 상황은 교육, 의료, 치안, 복지 등 국가와 사회 시스템에 타격을 주게 되죠. AI로 인한 변화는 중?장기적인 시선이 필요해요.

Q. AI와 관련한 사회적인 시스템 변화가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곳이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석유 및 석유화학과 관련된 국가에서 그러한 변화를 보이고 있어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실 텐데요. 왜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같은 국가들이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에 관심이 많을까요? 과거 석유 에너지라는 거대한 물결을 기반으로 국가 체계를 운영해 왔지만, 앞으로는 디지털과 AI로의 전환이 동반돼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래서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 구조 전체를 디자인하고 있는 겁니다.

네옴시티 옥사곤

Q. 기존 사회 시스템이 AI로 달라진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스마트폰과 스마트 글래스, 스마트 워치 등을 사용하면서 걸음걸이와 표정은 물론 온라인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어떤 운전 습관을 가지며, 식생활의 패턴은 무엇인지 AI가 모든 것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쌓여서 한 사람을 해독할 수 있는 PII(개인 식별 정보, Personally Identifiable Information)가 형성됩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PII를 근거로, 폭음과 폭식을 즐기는 사람은 사망률이 높아져 대출 신청이 안 될 수 있고, 난폭한 운전 습관을 가진 사람은 사고 위험성 때문에 보험료가 갑자기 뛸 수도 있어요. 금융과 보험뿐만 아니라 교육 시스템도 영향을 받을 거예요.

한 인간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얻고 싶어 평생 공부를 해도 수억 분의 1조차 습득할 수 없지만 AI는 단시간의 학습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면 그리스어도, 디자인도, 건축도 직접 익히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물어보면 돼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시스템이 바뀌면 초?중?고 그리고 대학을 나와 스펙을 쌓고 취업하던 수순도 달라집니다. 초등학생도 AI를 활용해 창업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거죠. AI를 다룰 수 있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리고 기본적인 비즈니스나 창업을 이해하고 있다면 뭐든 만들 수 있습니다. 교육과 함께 비즈니스의 생태계도 그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죠.

Q. 모두가 AI를 활용하게 되면 업무는 물론 비즈니스 스킬까지 함께 상향평준화 될 텐데요. 그 사이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 나온 오픈AI ‘소라’를 통해 영상과 애니메이션 제작이 단시간에 높은 퀄리티를 낼 수 있게 되자, 모든 창작자가 기본적으로 작업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됐어요. 여기서 나만의 차별점을 가지려면 결국은 다시 ‘사람’이 중요해집니다. 결과물의 퀄리티 차이가 크게 없다면 ‘내가 신뢰할 수 있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개인 간의 커뮤니티 형성, 사회적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질 거예요. 한편, 대기업은 다양한 개인 창작자(사업자)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고도로 발달한 AI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서포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전 세계 사람들과 자신들이 보유한 AI 기술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영역의 사업을 자연스럽게 펼쳐가며 생존 전략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죠.

Q. 석유공사 역시 AI를 접목한 기술혁신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공사의 구성원은 물론 직장인들이 갖춰야 할 ‘인재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같이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들은 천재라서 가능한 걸까요? 아니에요.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개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교류하고 부딪히며 새로운 것을 만듭니다. 집단 지성의 발현은 인간이 나아가는 데 있어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남녀노소,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섞여 있을 때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생겨나는 것이죠. AI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에요. AI의 등장으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모여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토론하며 AI 사용을 연습해 보는 겁니다.

AI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인간 아이가 학습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요. 딱 반나절만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하는 거를 보고 돌아오면 실제로 다 따라 할 수 있어요. AI의 능력이 엄청난 것 같지만 아이가 습득한 것의 반 정도를 익히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 소모와 서버를 사용하게 돼요. 아이가 가진 이 놀라운 능력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온라인에서 혼자 모든 정보를 찾고 AI로만 배우면 가짜 뉴스에 휘둘리게 되고 다른 사람과의 차별점을 만들기 어려워요. 골방에서 나와 누군가와 연결되고 소통할 때 그리고 공감할 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탄생하는 겁니다.
‘범 내려온다’와 같은 광고 영상을 AI가 처음에 만들 수 있었을까요? 지금 카피는 할 수 있겠지만 인디밴드와 댄서, 판소리 등이 어우러진 파격적인 조합은 아마도 그들이 편안한 장소에서 서로의 수다에 공감을 하며 ‘뭔가 같이 해볼까’란 상황에서 탄생한 걸 거예요.

Q. 앞으로 AI와 공존하기 위해 삶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 있을까요?

AI의 주인으로 주도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AI가 만들어주는 세상 안에서 시키는 걸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해요. 직장인도 AI로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번역하거나 영어로 메일을 쓰거나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것도 AI를 통해 반나절 만에 할 수 있어요. 밤새워서 하던 일을 AI에게 맡기고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죠. 그리고 돌아와서 AI가 만든 초안을 조금 수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예전 같으면 장시간 고생했어야 할 일을 어렵지 않게 잘 해낼 수 있게 된 거죠. 여유 시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즐거운 궁리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을 누가 사용할 것이고 사용해서 누가 더 행복해질 것이며, 어떻게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것이 AI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