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추가 탐사 이야기
지난달 초,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가스전과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대통령의 발표 이후, 언론은 연신 관련 기사들을 보도하며 국민들의 이목이 포항 앞바다에 집중되었다. 하루에 ‘물리탐사’와 ‘시추’를 언급하는 기사가 이렇게 많을 수가 있나 싶은 정도로 기사들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한 메시지인 데다 구체적인 수치와 천문학적인 경제적 가치까지 함께 언급되었기에 더 그렇다. 신문 1면을 장식하는 헤드라인이 언제나 그렇듯, 이슈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이 오가곤 했다. 누군가는 뉴스의 정치적 함의를 의심했고, 누군가는 석유 발견이 불러올 국가적 발전을 기대했으며, 또 누군가는 메시지 자체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분석하기도 했다.
지속되어 온 한국석유공사의 물리탐사
실제로 국가 차원에서 오랫동안 영해의 지하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탐사를 해왔고, 지금도 한국석유공사 주도로 탐사 자원량 확인이 진행 중이다. 석유 존재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된 물리탐사는 단어 그대로 물리적 특성(전기전도도, 임피던스, 밀도 등)을 이용하여 지하를 탐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물리탐사 기술을 사용하면 전자기파, 탄성파(인공지진파), 중력 등 다양한 물리적 현상들을 이용해 지하 심부의 이상대를 굴착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지질구조와 물성을 추정할 수 있다. 다양한 물리탐사 기법 중에서도 특히 석유가스 탐사에는 탄성파 탐사를 주로 수행한다. 탄성파 탐사는 크게 세 가지 과정(자료 취득, 신호처리, 해석)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자료 취득 단계에서는 탐사선이 음원과 수 km의 수진기(압력장 감지 센서)를 끌면서 탄성파 탐사 자료를 취득한다. 음원에서 고압의 압축공기를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배출시켜 만든 음향파 신호를 사용하며, 이 음향파가 지하 심부를 거쳐 반사 및 굴절된 음향파 신호를 수진기에 기록하는 원리이다. 자료 취득 이후, 수집한 자료를 통해 지질구조와 물성을 파악하기 위한 영상화를 수행한다. 이때 취득된 자료의 규모는 수십 테라바이트에 이르는 경우도 있을 만큼 방대한 양의 자료를 다루게 되며 클러스터 컴퓨터를 사용하여 최종 영상 단면을 생성하기 위한 일련의 잡음제거를 비롯한 신호처리 과정을 거친다.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료용 단층촬영(CT) 기계의 X-선 반응을 재구성하여 영상을 구성하는 단계에 비유할 수 있겠다. 지하 구조의 영상이 생성되면, 자료를 분석하여 탄화수소가 축적될 수 있는 트랩 구조를 탐색하면서 다양한 지질학적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것이 순서이다.
정확한 자원량 평가를 위한 시추의 필요성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탄성파 탐사를 수행하였다. 과거에는 대부분 2차원 탄성파 탐사를 수행하였는데, 탐사 기술과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3차원 탄성파 탐사 자료를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제성을 고려하여 거대한 규모의 2차원 탄성파 자료를 해석한 후, 보다 정밀한 구조 해석을 위해 후보 대상지를 선정하여 추가적으로 3차원 탐사를 진행한다. 이번 탐사 결과도 한국석유공사가 동일한 과정을 거쳐 도출한 것이다.
탄화수소 탐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자료는 탄성파 탐사자료와 시추ㆍ물리검층 자료이다. 탄성파 자료는 광역적 지질구조와 물성에 대한 간접 측정 정보를 제공하지만, 시추ㆍ물리검층 자료는 유정(Well) 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검층을 수행한 직접 측정 정보를 제공한다. 탄성파 탐사 자료에 비해 유정에서 측정되는 자료가 보다 정확한 평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보다 정확한 자원량 평가와 추가 의사결정을 위해 시추가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탄성파 자료는 근원암에서 생성되어 이동한 석유가 축적되어 갇힐 수 있는 ‘지질 구조’를 찾는 것이지 석유의 존재 유무를 바로 찾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자료는 탄성파 자료 분석을 한 결과에 기반한 ‘지질 구조’의 유망성에 대한 것이다. 탄화수소가 발견이 된 이후에도 탐사 시추, 평가 시추, 생산 시추에 이르기까지 석유의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 여러 평가 단계가 남아 있다. 따라서 경제성과 개발 가치에 대해 더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므로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포항 영일만의 긍정적 개발 성공을 기대하며
정부가 발표한 탐사 자원량 수치와 개발 가능성 등 공개된 수치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고 실제로 필자에게 수치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 묻는 전화가 많았다. 20%라는 성공 확률은 글로벌 석유가스 탐사 개발 시장의 평균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수치가 포항 영일만 인근의 석유 발견 확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슈퍼메이저 석유 회사들의 성공률은 35~40%로 높지만 그들은 원래 석유가 발견된 지역 근처에서 추가 탐사를 진행한다. 아예 아무것도 없는 지역에서 유전을 찾는 탐사 사업(New frontier project)은 훨씬 탐사 성공 난이도가 높다.
또한, 개발 성공률을 예측하기 위해서 저류모델을 만들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때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되는데 각 단계별로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이를 모두 정확히 수치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현재 포항 영일만에서의 개발 성공률을 수치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혹자는 호주의 대형 석유기업이 실패하고 나간 광구에 국내 기업이 무리한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석유 개발 사업에서는 단순히 탐사에 실패하여 자산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재무 구조와 전략 수정으로 인한 자산 정리도 상당히 자주 있는 일이다. 또한, 대형 석유기업이 철수했다고 해서 그곳에 탄화수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는 없다. 엑손모빌(ExxonMobil)이 발견한 가이아나 유전도 세계적인 석유회사인 쉘(Shell)이 10여년간 탐사 끝에 철수한 곳에서 탐사에 성공한 것이다.
가이아나 프로젝트 이미지 (출처: 엑손모빌)
또한, 회사의 규모와 해석 결과의 신뢰도를 비교하며 논지를 흐리는 의혹도 있는데 이는 매우 적절하지 않다. 탄성파 탐사 자료의 해석 작업은 고도의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소수의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지 일반 제조업과 같이 규모가 전문성을 대변하지 않는다.
보도된 20%의 확률은 실제 석유 개발 업계에서 결코 낮은 확률이 아니기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길 조심스레 기대하는 면도 있다. 현존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근거가 있는 유망구조이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는 잠시 거두고, 온 국민이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