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이슈
석유개발 기술 발전과 산업
그리고 동해 심해 유가스전 개발
만일 공기, 물, 양식이 없다면 생존할 수 없고 에너지가 없으면 생활이 매우 불편해지며 사회와 산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우리는 현재 필요한 에너지의 60% 이상을 원유와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석유에서 얻고 있다. 따라서, ‘석유가 공급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면 석유의 안정적 확보는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원고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최종근 교수

지구온난화와 뉴스가 아니라 체험하는 이상기후로 인해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도 높고 필요성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석유는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오늘 생존하지 못하면 내일을 준비하는 것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중요성으로 석유는 과거부터 국제분쟁과 에너지 위기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6월 3일, 대규모 탐사 가능성을 가진 동해 심해에서 탐사시추 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였다. 탐사자원량 35~145억 배럴이라는 큰 숫자와 더불어 발표 내용에 대한 의혹과 해명, 그리고 검증이 반복되며 국민적 관심을 일으켰다.

우리에게 산유국의 꿈을 실현시켜준 동해-1 가스전이 2021년 말에 생산을 종료하여 다시 비산유국이 되었다. 따라서,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심해 유가스전의 개발 기술과 심해 시추 그리고 성공적인 석유개발 효과를 기술적 입장에서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석유 탐사와 시추 기술의 진화

드레이크(E. Drake)가 1859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서 석유를 찾기 위해 시추할 때는 석유를 함유할 수 있는 트랩(trap) 구조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따라서, 노상유전 부근이나 ‘느낌이 좋은’ 위치에 시추하였다. 우연히 석유를 찾으면 그 주변에 많은 유정을 시추하여 생산하였고 생산효율도 낮아 또 새로운 유전을 찾아 헤매는 것이 일상이었다.

탄성파 탐사는 새로운 지층을 만나면 반사되어 오는 지진파의 도착시간을 측정하여 지층의 구조를 역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지상에서 얻은 측정 정보를 이용하여 지하 반사면을 찾으면 지층경계를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지하 수직 단면을 얻을 수 있고 석유가 부존할 수 있는 트랩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탄성파 탐사를 통해 우연한 발견에서, 기술에 의한 발견으로 전환이 이루어졌다.

석유탐사에서 탄성파 탐사의 역할이 중요해지며 기술도 급격히 발전하였다. 특히 지상에서 얻은 2차원 측정자료를 이용하여 지하구조의 3차원 영상화가 가능하여 트랩의 크기와 견실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진파가 입사되는 각도에 따른 진폭을 분석하여 유체의 종류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해상에서 광범위한 지역의 자료를 얻고 유망지역을 정밀하게 탐사하는 전략을 통해 유망구조를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석유 수요의 증가와 심부 유망구조까지 시추하기 위해 시추 기술도 현저히 발전하였다. 드레이크가 시추한 유정의 깊이는 21m 정도였다. 시추장비의 용량과 기능이 향상되고 경험이 축적되며 지금까지 최대 시추 기록은 총길이 15,000m, 수직 깊이 12,262m이다. 국제선 비행기의 고도가 10,000m 내외이니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다.

탐사성공률 20%는?

석유의 생성 기원에 대한 여러 이론이 있지만 매몰된 유기물이 탄화 과정을 거쳐 석유가 되었다는 유기기원설이 정설이다. 이렇게 생성된 석유가 단층이나 다공질 지층을 통해 유동하다가,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는 지질구조(즉 트랩)를 만나면 그곳에 축적된다. 이와 같이 석유가 모여 있는 곳을 저류층이라 한다.

따라서, 땅속에서 석유를 성공적으로 찾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한다. 먼저 석유가 생성될 수 있는 유기물이 풍부한 지층인 근원암이 있어야 한다. 생성되고 이동하는 석유를 잡을 수 있는 트랩구조가 있어야 하며 상부로 누출되지 않게 덮개암으로 막혀야 한다. 또한 전후좌우로도 누수 되지 않게 트랩구조가 밀폐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석유는 지층 입자와 입자 사이의 빈공간인 공극에 존재하기 때문에 지층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

탐사성공률은 언급한 근원암, 트랩 구조, 덮개암, 지층의 품질을 확률적으로 평가하고 모두 곱하여 계산한다. 회사에 따라서는 석유 이동에 대한 항목을 추가하기도 하고 트랩구조도 트랩의 유무와 그 유효성을 별도로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탄성파 탐사에서 석유의 부존을 강하게 나타내는 요소가 있으면 가점을 추가할 수 있다. 만일 네 요소를 기반으로 평가하였고 각각의 확률이 70%라면 탐사성공률은 24%가 된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언급한 요소들이 다 곱하여 탐사 성공률을 계산하므로 특정 항목에 문제가 있으면 그 값이 매우 작아진다는 것이다. 즉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석유가 없거나 있어도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없게 된다. 확률이 24%라고 네 번 시추하면 한 번 성공한다는 것도 아니다. 석유가 트랩 구조에 부존할 가능성을 그 정도로 보고 시추를 시도하는 것이고 결과는 성공(100%)과 실패(0%)로 나타난다. 따라서, 첫 탐사시추 결과 이어지는 탐사의 성공률은 재평가를 통해 크게 변동되게 된다. 만일 탐사성공률 25%를 가진 서로 다른 지역에 네 사업이 있다면 확률적으로 하나를 성공할 수 있다.

해상 시추와 초심해 시추

육상과는 달리 해상에서의 석유개발은 1960년대 말까지 수심 60m 이내였다. 하지만 1970년대 두 번의 오일 위기를 겪으면서 해상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술개발과 자본이 집중되니 수심 600m 이상에서도 시추하여 석유를 발견하였고 1980년대에는 생산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탐사 성공에서 첫 생산까지 8~10년 소요되는 현상과도 일치한다.

그림 1. 심해시추의 전형적인 문제점

지금까지 시추에 성공한 최대 수심은 3,400m이지만 요즘에 건조되는 시추선은 오대양 어디든지 시추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수심 2,000m 이상의 초심해에서 시추하는 것은 (그림 1)과 같은 다양한 위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먼저 수심이 증가하므로 연관된 모든 용량이 증가하고 외력도 많이 받으므로 작업환경도 어려워진다. 이는 곧 높은 사양의 시추선과 고가의 용선료와 직결된다.

또한 해저지층이 미고결지층이라 지층 유체로 인한 공극압과 지층이 파쇄되는 파쇄압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안전한 시추를 위해서는 시추공 압력이 공극압보다는 높고 파쇄압보다는 낮아야 한다. 만일 공극압보다 낮으면 지층에 있던 석유가 분출되어 유정 폭발을 야기한다. 시추공 압력이 파쇄압보다 높으면 시추공이 파쇄되고 시추액이 손실되므로 그 후에는 유정 폭발로 이어진다. 천부에 있는 고립된 고압의 가스층은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추 기술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시추작업계획서를 잘 준비하므로 큰 어려움 없이 심해에서 시추할 수 있다. 다만 크고 작은 문제로 시추 일정이 지연되면 총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철저한 시추작업 준비와 유기적인 작업 수행이 필요하다.

국내 심해에서 탐사에 성공한다면!

동해에서 석유를 성공적으로 탐사하고 생산하게 되면 다시 산유국이 되는 상징적 의미보다 실제적인 큰 유익이 있다.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석유 생산과 판매로 직접적인 수익을 얻는다. 석유 생산과 처리를 위한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가 확대되고 또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므로 해당 지역과 부문에서 고용 창출과 소득 증대가 이루어진다. 지난해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에 1,460억 불을 사용하였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양에 비례하여 수입액이 감소하므로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환율이 안정되며 경제활동에 긍정적인 상승효과가 있다.

기술적으로 석유를 탐사하고 생산하는 실무지식과 경험이 축적되고 전문인력이 양성되며 산유국의 위치에서 국내외 석유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생산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설계, 제작, 설치를 위한 연관 산업이 발전하며 실적을 토대로 국내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국내 엔지니어링 회사와 플랜트 업계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국내 투자가 유치되고 광구권 판매를 통해 국익을 높이고 대륙붕과 심해지역에서 석유탐사와 개발이 활성화된다.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양인 매장량은 국내 유전의 경우 실제적인 비축효과가 있다. 따라서 에너지 위기 때마다 언급되는 공급망 안정성이 실제로 확보되고 자원안보도 강화된다. 이와 같은 경제적 유익과 사회적 편익으로 우리는 적극적으로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