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목표로 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시추에 돌입할 날이 다가오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석유와 가스 자원의 부존 여부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정부의 지원과 한국석유공사의 노력이 담긴 이번 프로젝트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울릉 분지는 지질학적으로 석유와 가스가 형성되기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투과성 있는 사암층과 이를 덮고 있는 이암 덮개암이 존재하여 석유와 가스를 함유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 구조로 확인된 상태이다. 개리 파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에 따르면, 심해 환경은 석유와 가스가 생성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김기범 부산대 교수는 울릉분지가 수리남-가이아나 유전이나 이스라엘 레비아탄 가스전과 지질적으로 유사한 비활성 대륙주변부에 위치해 있어 산화되지 않은 퇴적물이 쌓이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발표했다. 이러한 탐사 결과 및 지질 전문가 의견은 동해의 심해 탐사시추에 대한 기대를 더욱 고취시키고 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폭등하였고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원이 전환되고 있던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자원 안보의 심각성을 파악한 우리 정부는 1979년 석유공사를 설립하였고 국내 기술로 본격적인 대륙붕 석유탐사에 돌입했다. 1980년대에는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도 진출하여 적극적인 투자 및 참여를 통해 최초로 원유 생산에 성공하였다. 당시 탐사사업의 낮은 성공률로 인해 개발 및 생산 사업에 중점을 두려는 분위기였지만 석유공사 및 오일맨들의 끈질긴 도전정신으로 이를 극복하면서 1987년 국내 최초로 동해 울릉 분지에서 천연가스를 발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심지어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모든 석유·가스 자원 개발사업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석유공사는 석유·가스전 탐사사업을 추진하여 1998년 7월 울산 앞바다에서 동해가스전이라 불리우는 국내 최초의 상업 가스전인 고래V 구조를 발견하였다.
동해가스전은 2004년 7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해 2021년까지 4,500만 배럴 규모의 가스를 생산하고 1조 4,00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꾸준히 대륙붕을 포함한 국내 해역에서 석유·가스 탐사를 수행하였고,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인 우드사이드社와 함께 동해지역에 대한 물리탐사를 진행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022년부터 국내 대륙붕 개발을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현재까지 울릉 분지에 대한 종합 기술평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탐사 활동을 통해 축적된 자료와 우드사이드가 철수하며 넘긴 미해석 자료 등이 마중물이 되어 석유공사의 추가 탐사자료와 더해져 새로운 추가 유망구조를 발굴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영일만 인근에 동해가스전이 존재했던 것처럼 이 지역에서도 탄화수소인 석유 및 천연가스가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포획하는 구조들로 이동하여 저장되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석유·가스 자원 업계는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단순히 자원 확보 차원을 넘어, 심해 자원개발 역량 강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심해 탐사는 얕은 해역이나 육지의 석유·가스 자원 개발보다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이므로 이번 탐사를 통해 확보한 기술과 노하우는 우리나라가 향후 다른 심해 석유·가스 자원개발 프로젝트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동해 심해 탐사는 고압과 저온 등 극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심해 탐사에 대한 성공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자원개발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 차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석유·가스 탐사는 고수익·고위험 사업인 만큼 단기적인 성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도 함께 필요하다. 석유·가스 자원 업계 역시 울릉 분지의 지질적 특성에 비춰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한두 번의 시추 시도로 성과를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차례의 실패와 경험 축적을 통해 최종적인 성과를 이루어 낸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활성 대륙주변부 지형에서 이뤄진 해외 사례들이 여러 난제를 극복하고 마침내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 또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도전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따라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이를 실패로만 간주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탐사와 시추는 그 자체로 엄청난 연구 성과를 남기며, 우리나라가 심해 석유·가스 자원개발에 대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 번의 탐사 실패에 좌절하기보다
이 과정이 향후 동해와 타 지역에서의
석유·가스 개발 가능성을 열어줄
중요한 밑거름임을 인식해야 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축적되는 경험과 기술이 향후 우리의 자원 안보와 경제적 자립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민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지나치게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리의 기술력과 노력이 쌓여갈 미래를 차분히 지켜 보기를 바라며, 특히 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응원을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면 언젠가 동해에서 들려올 심해 가스전 개발의 성공 소식이 단순한 기대를 넘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뒷받침이 될 그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