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트렌드
석유 데이터, AI로 환골탈태
아람코 & 에퀴노르 사례

저자  민배현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에너지 트렌드 비쥬얼 이미지
이제 AI는 석유산업에서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핵심 도구가 되었다.
테슬라 자동차는 수많은 운전 기록을 AI가 배우면서,
스스로 길을 찾고 위험을 피하는 기능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이 사례는 AI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산업을 움직이는 기본 장비가 되었음을 보여 준다.
이번 호 <에너지 트렌드>에서는 사우디 아람코와 노르웨이 에퀴노르가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석유산업이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어디에 먼저 적용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석유산업의 빅데이터는 생산부터 정제, 저장, 출하, 물류, 안전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운영 판단과 연결된 핵심 자산이다. 이 데이터를 표준과 체계로 관리해서 품질 및 정합성을 확보할 때, AI는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 빠르고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가 된다.
그런 관점에서 오늘날은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AI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로
논점을 옮겨가고 있다.
자원과 공급망, 가격 변동, 그리고 국가와 기업 간 전략 경쟁이 맞물린 석유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데이터를 어디까지 개방하고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기준 자체가 경쟁 전략이다. 결국 데이터의 표준과 품질, 접근 기준이 명확할수록 판단은 더 분명해지고 위기 대응은 빨라진다. 현장과 본사가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일한 상황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AI를 외부 기업과도 연결해 넓게 활용하는 ‘개방형’ 방식과 조직안에서만 엄격하게 관리하는 소버린·통제형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조직의 속도와 보안, 확정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Case study 1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Aramco)’
국가 기준 데이터로, 현장을 조정하는 AI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아람코는 석유 데이터를 국가 차원의 기준으로 정리한 뒤, 이를 AI와 바로 연결해 설비와 운영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조정한다. 이 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AI의 성능 자체가 아니라, 누가 볼 수 있고 바꿀 수 있으며, 어떤 데이터를 모으는지 먼저 규칙으로 정하는 일이다. 의사결정의 시간을 구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아람코의 4차산업혁명센터(4IR Center)는 ‘데이터가 먼저’라는 원칙을 현장에서 실제로 실행하는 거점이다. 이 센터는 유·가스전 자산에서 매일 50억 개가 넘는 데이터 포인트를 모아 AI 솔루션 개발에 활용한다. 복잡한 고도 모델을 먼저 도입하기 보다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연결하고, 같은 기준으로 표준화할 것인지를 우선순위에 둔다. 이런 방식 덕분에 공저압 상승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본사와 현장, 공급망 조직이 같은 수치와 단위, 기준을 동시에 보며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어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높인다.
쿠라이스(Khurais) 유전은 ‘센서-데이터-AI-제어’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약 500개 유정을 4만 개 센서로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AI 분석 결과는 보고서나 대시보드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급형 공정제어(APC) 시스템과 연결돼 압력·유량·온도·펌프·밸브 같은 운영 설정을 직접 조정하고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 이 구조는 분석과 조정 사이의 시간을 줄여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인다. 다만, 센서의 정확도와 통신 안정성, 데이터 기준, 변경 권한까지 함께 설계될 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150개 통합 스크린과 약 67m 길이의 월 디스플레이로 되어 있는 OSPAS(Oil Supply Planning and Scheduling)는 공급망 전 구간을 관제하는 운영의 신경중추다. 이곳에서는 시설, 파이프라인, 터미널, 선박, 고객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선박과 화물, 목적지를 추적한다. 하루 약 1,200만 배럴 규모를 다루는 공급 시스템이기 때문에 작은 교란도 연쇄적인 영향으로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예측 정확도보다 실시간 가시화와 즉시 조정을 우선순위로 둔다. 이처럼 관제가 견고할수록 예측은 더 빠르게 검증되고, 조정은 일관되게 집행되며, 권한 체계도 명료해진다.
아람코가 설계한 새로운 밸류체인
아람코는 AI가 실험으로만 끝나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도록 성과를 숫자로 관리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AI로 약 18억 달러의 가치를 만들었고, 442개의 사용 사례를 찾았다. 그중 200개 넘는 AI 솔루션이 이미 현장에 배포되었고, 2025년 말 기준 100개 이상을 추가 개발하고 있다. 이는 AI가 일부 프로젝트가 아니라, 여러 업무에 널리 쓰이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아람코의 상용화 운영체계는 ‘문제 발굴 → 파일럿 → 확산’ 이 반복되도록 KPI와 성과 산정 방식을 표준화하는 데 강점이 있다. 설비가 멈추는 시간을 줄였는지, 정비비가 얼마나 절약됐는지, 생산 최적화를 이뤘는지처럼 현장이 즉시 체감하는 지표를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현업 참여와 투자 판단이 빠르게 이어진다. AI가 ‘기술팀만의 과제’를 넘어 ‘전사 운영 체계에 내장된 기능’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아람코는 대형 언어 모델(LLM)을 도입해, 정비 기록, 안전 자료, 설계 정보, 지질 데이터, 작업 이력, 사고 사례 같은 자료를 한곳에 모아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는 도구로 쓰고 있다. 2024년 9월 열린 GAIN 행사에서, 아람코는 산업용 AI를 위한 첫 전용 LLM 시스템을 공개했다. 메타데이터와 볼 수 있는 권한, 버전 관리 체계가 신뢰도에 대한 핵심으로 강조됐다.

HUMAIN은 이런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식이 더 큰 국가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사례이다. 아람코는 2025년 10월, 사우디 정부가 만든 투자기금 산하 AI 회사 HUMAIN에 일부 지분을 사기로 합의했고, AI 기술과 인재를 모아, 사우디를 세계적인 AI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UMAIN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AI 모델, 서비스까지 한꺼번에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는 AI를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나라 차원의 중요한 기반 시설로 키우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요컨대 아람코 사례의 핵심은 데이터 주권을 기반으로 수집·표준화-관제-제어-성과 관리 등이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구조는 대형 설비와 공급망이 움직이는 석유산업에서 ‘조정’의 시간을 줄여, 변동성과 충격을 운영 속도로 흡수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Case study 2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
누가 어떻게 쓰는지 보이는 ‘책임 데이터’
북해처럼 규제와 안전 요구가 높은 석유산업 환경에서는, 데이터와 판단 과정을 누구나 이해하고 다시 확인할 수 있어야, 관제의 신뢰도가 생긴다. 그래서 에퀴노르는 표준화·투명성·책임성을 핵심 축으로 한 AI 생태계를 설계한다. 이 원칙을 바탕으로 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KPI 중심 운영체계로 구현하고 있다. 아람코와 마찬가지로, AI 성과를 연도별·금액 단위로 공개함으로써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 체크하고 있다.
에퀴노르는 2025년 한 해 동안 자사 AI 솔루션을 사용해, 해상 및 육상 설비 운영 효율성을 높였으며, 약 1억 3천만 달러의 가치 창출과 비용 절감 효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이 성과는 OMNIA1라는 자사 데이터 시스템과 업계가 함께 쓰는 OSDU2라는 공통 기준을 연결해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도 같은 데이터를 함께 사용하게 만든 구조에서 나왔다. 에퀴노르는 AI가 특정 장비나 시스템에 묶이지 않도록, 탄성파·시추·저류층 등 지질데이터를 OSDU 규격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자사 솔루션 OMNIA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필요한 사람이 데이터를 쉽게 찾고, 보고,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1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를 기반으로 하는 전사적 데이터 플랫폼
2 석유·가스 지하 데이터 표준화를 위한 오픈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와 AI 구조가 만드는 ‘속도, 신뢰, 확산’
첫째, 서로 다른 부서나 현장, 함께 일하는 회사들도 같은 형식의 데이터를 쓰기 때문에, AI 기능을 빠르게 개발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쓸 수 있다. 둘째, 누가 데이터를 만들고 권한을 갖고 봤는지, 무엇이 바뀌었는지 기록으로 남아, 규칙이 많은 환경에서도 결정 과정을 설명하고 믿을 수 있게 됐다. 셋째, 설비를 미리 고치고, 시추 계획을 세우고, 탄성파를 해석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한 프로젝트에서 끝나지 않고, 플랫폼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리 고쳐서! 안정성과 비용 절감 동시 달성
2만 4,000여 개의 센서로 모니터링 ▶ 비용 절감 약 1억 2천만 달러
에퀴노르는 약 700대의 회전기기에 달린2만 4,000개의 센서로 장비 상태를 모니터링해서 정비 우선순위를 재조정하자, 갑자기 기계가 멈추는 시간도 줄이고 정비 배치와 일정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를 통한 안정성과 비용절감은 2020년 이후 누적 1억 2천만달러 규모의 가치를 창출했다.
역할 분담: 탐색은 AI, 판단은 전문가
시추와 개발 의사 결정에 AI 활용 ▶ 약 1,2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에퀴노르는 시추와 개발 의사 결정 때도 AI를 쓴다. AI가 대안 탐색의 범위를 확장하면 전문가가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는 구조로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 북해 Johan Sverdrup 유전 3단계(Phase 3) 개발에서는, AI가 수천 개의 선택지를 생성하고 전문가가 최적안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약 1,200만 달러의 비용 절감을 달성했다. 이 사례는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하도록 돕는 도구라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 규모와 처리 속도의 전환
지질 데이터 분석도 AI 활용 ▶ 매핑 작업 3시간에서 10분 내로 단축
에퀴노르는 AI를 활용해 탄성파 데이터 해석 속도를 10배 향상시키고, 2025년 한 해 동안 200만 km²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50PB에 달하는 지질 데이터를 표준화해, 클라우드 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여정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과거 수작업으로 약 3시간 걸리던 700 km² 규모의 매핑 작업을 머신러닝 기반으로 5~10분 내에 수행하며, 계산 시간도 1시간 미만으로 단축하고 있다.
AI·데이터 도입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체질을 바꾸는 꾸준한 여정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부 오픈 스페이스를 조성하되,
권한과 책임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지속적 도전이야말로 에너지 위기 대응의 실질적 출발점이며,
더 나아가 한국형 석유산업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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