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미의 파나마 운하와 북극에 가까운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해운 항로의
중심축이고, 그린란드는 향후 개척될 북극항로의 중심지다.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새로운 북극지역에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으며, 이는 군사적·상업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핵심광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해당 자원을 채굴할 가능성이 커졌다. 1기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의
자원 채굴 가능성을 검토했으며, 특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는 데 그린란드가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다.
트럼프 정부하 미국의 해운 항로 전략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지금까지
에너지와 첨단산업 위주로 전개되던 미·중 패권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사실 이러한 미국의 해운 전략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세기
미국은 당시 가장 중요한 수출품목이었던 석유 수출 항로인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기 위해 제7함대를 주둔시키고 해군력과 지상군을
중동의 해운 운송로 보호에 집중시켰다.
러시아는 20세기 최대 수출 품목인 석유와 가스운송을 위한 육상
파이프라인을 서유럽 동유럽 국가들과 연결시키고 상업적 군사적으로
활용하였다.
2010년 초반 중국의 부상은 중국의 제조품을 수출하기 위한
서유럽으로의 화물 철도 건설이었다. 이것이 바로 중국판 강대국 물류
전략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10년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집권했을 때 했던 발언과 매우 유사하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매번 국민들에게 하는 말도 이런 내용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발언은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이 향후 세계전략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는지 단면을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향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의 현 상황은 무역과 원자재 공급 등을 모두 중국에 매우
의존해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파트너인 유럽은 러시아에 에너지를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제 석유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과거의 무역
운송로는 중요도가 크게 낮아졌다. 여전히 미국의 해군과 지상군은
이러한 과거의 무역로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중국의 수출이 많고 점점 무역로도 중국의 지배에 들어가는 조짐이
있는 것을 트럼프 정부는 미국경제와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탈피와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해운 운송로가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의 최고 전략 수출품목은 액화천연가스(LNG)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에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을 장악했다. 미국의 지난해 LNG 수출은 전 세계
거래량(5,500억 입방미터) 중 20%(1,200억 입방미터)를 차지할 정도다.
미국의 신LNG 수출전략의 주요 타깃은 유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은 40%에 달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2030년까지
‘0’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서유럽, 동유럽, 발트국가들의 러시아 가스와의 결별을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러시아産 수입이 막힌 유럽으로 미국 LNG가 대거
수출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LNG의 주요 수입처는 아시아
국가들이 될 전망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석탄을 대체할
목적으로 2025년 이후 수입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이 LNG 등 에너지와 제조업 수출국으로 다시 부상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미국이 지배하는 안정적인 해양 운송로이다. 대서양과
태평양,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최적화된 운송로를 연결하는 것이
파나마 운하이다.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국이 1억5천만톤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이어 중국(4500만톤), 일본(3370만톤), 한국(2056만톤)
순으로 파나마 운하를 이용했다. 선박들은 남아메리카 남단을 우회하는
대신 파나마운하를 통과함으로써 운항거리를 약 13,000km 줄일 수
있다. 기록적인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의 병목현상이 심해지면서 미국
LNG의 아시아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파나마 운하를
통행하는 물동량이 30% 이상 감소했고 통행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파나마 운하의 통행 제한에 따라 LNG 수입 경로를
변경하고 있다. 한국은 수에즈 운하를 통해 LNG를 수입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7개의 LNG 수출 항구를 운영하고 있다. 태평양으로 직접
수출할 수 있는 신규 멕시코 LNG 수출기지를 포함해 5개의 수출 항구가
추가로 건설되면 미국의 LNG 수출 물량은 향후 4년 이내에 2배로
불어날 것이다.
미국의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무역이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
문제로 위협에 처한 가운데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꿈의 최단
경로라고 하는 북극항로가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2035년이면
연중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북극항로를
통한 유럽과 중국으로의 러시아 LNG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제재가 북극 LNG 운송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관련 주장은 1832년 미국이 미주
대륙의 패권을 주장했던 ‘먼로독트린’과 비교하자면 ‘트럼프
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다. 북극해가 더 열리면 한국과 중국, 일본까지
최단 거리루트가 될 것이고 그린란드는 향후 개척될 북극항로의 전략적
요충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