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인터뷰

그렇게 우리는 함께 웃는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 코미디언 김원훈

글 하채린 / 사진 홍영기, 문영민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온전하게 채우려 애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갖춘 채 홀로 서 있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쓸쓸하지 않은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삶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내민 손은 서로를 지탱하는 손길이 되고, 우리의 가능성을 바라볼 때 우리는 함께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여기, 당신이 어디에 있든 서 있는 그 길 위에 함께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폭넓은 공감과 웃음으로 수많은 이의 일상을 환히 밝히고 있는 코미디언 김원훈은 말한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은 순간에도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고. 동료들과 함께 걸어간다고 생각했다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그는 오늘도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길을 그려가고 있다. 이제 그는 자신과 같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힘주어 말한다. 걸어가는 그 길, 혼자 너무 외롭지 않게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인터뷰 인트로
Q1. 요즘 김원훈 님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고 계시는데요. 한국석유공사 전자사보 <석유사랑> 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코미디언 김원훈입니다. 반갑습니다. 예전에는 앞에 수식어가 많이 붙었어요. ‘KBS 공채 30기 개그맨’, ‘유튜브 숏박스 채널 운영’… 지금은 보다 다양한 콘텐츠로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어서 그냥 ‘코미디언 김원훈’으로 인사를 많이 드리는 것 같습니다.

Q2. 오피스 코미디 시리즈 ‘직장인들’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새 시즌 MC로 합류한 ‘네고왕’도 3월 공개될 예정이고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날들을 보내고 계실 것 같아요. 요즘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코미디언 김원훈

요즘 ‘네고왕’ 촬영도 하고 있고, 4월에는 ‘SNL’ 촬영이 시작돼요. ‘직장인들’은 얼마 전에 촬영이 끝났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를 찾아주시는 외부 콘텐츠가 많아서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그래도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콘텐츠는 ‘숏박스’인 것 같아요. 보통 촬영 일정을 하루로 잡는데, 사전에 대본 회의를 굉장히 공들여서 해요. 편집 회의도 따로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 이상은 ‘숏박스’ 콘텐츠 제작에 쓰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Q3. ‘숏박스’가 그야말로 초대박이 났어요. 폭발적인 반응을 맨 처음 마주하셨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너무나 기쁜 동시에 불안한 마음도 함께 생기지는 않았나요?

맨 처음에는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2015년도에 데뷔를 했는데 무명 시절이 길었거든요. 데뷔 후에 이렇다 할 성과나 방송을 보여준 적이 없었어요. 저희 ‘숏박스’가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게 2021년도부터거든요. 한 6년 정도는 계속 무명으로 활동한 거죠. 2021년도에 ‘장기 연애’ 시리즈가 갑자기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어요. 그때 굉장히 기쁜 마음과 무서운 마음, 부담감이 동시에 들었어요. 여러 감정이 한 번에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초창기에는 기쁜 마음이 80% 이상이었어요. 지금은 계속해서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훨씬 더 큰 것 같아요.

Q4. 그 부담감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면 좋겠습니다. ‘숏박스’ 팀으로서의 활동과 개인 김원훈의 활동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진세랑 지윤이랑 회의를 할 때, 소재에 대한 검열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모두가 유쾌하지 않은 소재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많이 고민해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생기는 것 같아서 소재 고민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숏박스’ 팀에서는 일단 제가 자타공인 리더거든요. 그 친구들은 인정하지 않는 것 같지만요. (웃음) 저는 제가 리더라고 생각하고 이끌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또다른 외부 콘텐츠에 참여할 때는 베테랑 선배분들이 많으셔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어요. 거기선 또 제가 막내일 때가 있거든요. 이렇게 포지션을 달리하면서 촬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못해본 촬영도 많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촬영을 하다 보니까 항상 배우면서 하는 것 같아요. ‘SNL’도 오래 해 왔지만, 할 때마다 ‘나에게 이런 부분도 있었구나’, ‘이건 좀 더 살렸어야 하는데’ 하면서 계속 배우면서 촬영하고 있습니다.

코미디언 김원훈
Q5. 어떤 콘텐츠를 준비할 때, 보는 이들의 반응이나 평가를 신경 쓸 수밖에 없잖아요. 그 반응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을 테고요. 불안정함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은 어떻게 풀어나가시나요?

‘SNL’ 무대는 라이브로 진행되잖아요. 한 번도 끊지 않고 끝까지 라이브로 녹화하거든요. 아무래도 긴장이 많이 돼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동료분들과 합을 맞춰야 하고, 돌발 상황도 많이 일어나는 현장이라 여러 상황에 대한 계산을 미리 하는 편이에요. 애드리브가 강한 콘텐츠이지만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려보면서 긴장감을 완화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SNL’에서는 제가 연습을 제일 많이 해요. 워낙 베테랑분들이셔서 정말 무대에서 자유롭게 노는 분들이 많거든요. 저는 연습을 안 하면 불안해서 못 버티는 스타일이에요.

Q6. 보이는 콘텐츠는 단 10분일지라도, 아이디어를 모으고 연구하는 과정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에서 상황과 사람을 섬세하게 관찰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MBTI로 따지면 파워 J 성향이에요. 메모를 매우 중요시하고요. 그러니까 어떤 소재나 상황을 메모장에 정말 많이 기록해 두는 편이에요. 달력에도 메모를 아주 자세하게 적어 둬요. 그냥 자유분방하게 콘텐츠를 만드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편입니다. 메모하는 습관이 콘텐츠 제작할 때도 많은 도움이 돼요. 그래서 제가 강연하는 자리에 설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의 힘을 많이 말씀드리고 있어요.

Q7. 2020년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힘든 시간을 겪으셨다고요. 고향을 잃은 심정이었을까요? 그 후 부활한 개그콘서트를 보며 다양한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공개 코미디 무대가 그립지는 않으신가요?

저는 늘 공개 코미디를 꿈꿔온 사람이거든요. ‘SNL’에 합류하면서 그 갈증은 많이 해소된 것 같아요. 근데 ‘개그콘서트’는 또 다른 무대라고 생각해요. ‘개그콘서트’는 철저한 합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무대이고, 저희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코너를 짜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게 그리워요. 내가 짠 아이디어로 연기하는 그 무대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수위가 좀 다르죠. ‘SNL’에서는 비속어도 어느 정도 허용이 된다면, ‘개그콘서트’는 정말 건강한 웃음을 드릴 수 있는 무대예요. 저는 지금도 ‘개그콘서트’를 다 챙겨 봐요. 동료들과 선배들이 있으니까 저는 너무나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어요. ‘개그콘서트’를 통해서 신인 개그맨이 많이 발굴되고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Q8. 관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는 무대에서의 코미디와 카메라 앞에서의 코미디는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다양한 매체와 채널을 통해 활동하시면서 가장 본인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던 매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코미디언 김원훈

저는 영상 매체를 통해 보여드리는 코미디가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가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를 과장해서 잘 쓰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공개 코미디를 할 때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저는 그게 진짜 안 되거든요. 저에게 안 맞는 방식으로 일부러 하게 되면 어색해지고요. 제 코미디가 지금처럼 많은 분께 보일 수 있게 된 건 ‘숏박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났기 때문이에요. 거기서는 작은 목소리로 연기해도 되죠. 굉장히 미세한 표정의 움직임까지 카메라가 잡아주니까 보는 분들에게 다 전달이 되고요. 굳이 과장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영상 매체는 다시 볼 수도 있고 잠깐 멈췄다가 볼 수도 있으니까 더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어요.

Q9.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신 것 같아요. 가장 큰 매력은 공감을 끌어낸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건드리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계시는 거죠. 앞으로 코미디뿐만 아니라 도전해 보고 싶은 새로운 분야가 있으신가요?

저는 표정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웃는 표정, 정색하는 표정, 억울한 표정. 이렇게 세 표정밖에 없는 것 같은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죠. 사실 저는 가만히 있는 건데, 억울하지 않을 때도 억울해 보인대요. 그냥 저를 좋아해 주셔서 재미있게,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한 거죠. 무명 때와 다르게 지금은 시청자분들이 저를 알고 계시고 저의 코미디 스타일을 알고 보시니까 모든 상황을 마냥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제작해 보고 싶어요. 지금도 진세랑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숏박스’라는 플랫폼에서 보여드리는 콘텐츠는 길이가 5분에서 10분 남짓한 영상들이잖아요. 상영 시간이 90분 정도 되는 영화를 만들어서 상영하는 게 목표이면서 꿈이에요. 정말 코미디를 사랑하는 사람이 코미디 영화를 만들면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지 궁금해요.

Q10.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정말 자부할 수 있고, 아낀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일단 ‘초기 연애’ 콘텐츠를 진짜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제가 경험했던 초기 연애 시절을 그린 거거든요. 지금의 와이프와 연애하던 그때 당시가 생각나서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이 되게 많았어요. 그리고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장기 연애’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장기 연애’ 속 김원훈은 제가 아니에요. 말도 너무 무성의하게 하고 어떻게 보면 따뜻하게 대하진 않잖아요.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맛있는 식당에 같이 가서 음식 먹는 것도 좋아하고 대화하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요. 연애 스타일이 너무 달라요. 그리고 ‘군대’ 콘텐츠도 좋아해요. 공감대가 많잖아요. 남성분들에게서 군대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내고 싶었어요. 모든 남자에게는 군부심이 있잖아요. 콘텐츠가 올라올 때마다 본인 군 생활이 제일 힘들었다고 하는 분들이 댓글에 많아요. 그게 너무 재밌어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콘텐츠인데 이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콘텐츠이기도 하거든요. ‘숏박스’가 성장하면서 저희가 꿈꿔왔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Q11. 일을 통해 얻는 자기 효능감, 성취감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기대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아쉬움이 느껴질 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저는 다른 코미디언분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거든요. 훌륭하고 재능 있는 엔터테이너, 동료들이 정말 많아요. 그에 비해 저는 작은 능력을 열심히 꺼내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이렇게 작은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함을 느끼죠. 저는 긍정적인 동료들을 주변에 많이 두려고 노력해요. 나의 단점을 찾아서 보완하기보다는 나의 장점을 찾아서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편입니다.

코미디언 김원훈
Q12. 삶에서 나만의 의미와 즐거움을 발견하며 살아가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특별히 <석유사랑> 독자분들에게 응원이 되는 메시지를 나눠 주신다면요?

자신의 꿈을 위해서 달려가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막막함을 느끼곤 하잖아요. 저도 굉장히 오랫동안 달려오면서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그 터널을 그냥 혼자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주변에 동료들이랑 같이 걸어간다고 생각했었어요. 지금 꿈을 위해서 도전하고 계신 많은 분들이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으니까. 서로 의지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의 부족한 부분은 또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채워지기도 하니까. 너무 외롭지 않게 도전을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계속해서 재미난 콘텐츠 보여드릴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너무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행복하게 코미디를 하고 있어요. 이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코미디언 김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