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트렌드

트럼프 정부 2기 출범과
글로벌 석유 가스 시장 지각변동

김연규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장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이 가져온 글로벌 LNG 공급망 및 석유 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에 따라 글로벌 석유 가스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린란드의 지정학 러시아-중국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 (출처: 로이터)

중국이 미국산 LNG를 대체하기 위해 호주, 러시아, 중동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중국으로의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이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의 국내 가스 생산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LNG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LNG 거래가 끊기면서, 유럽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산 LNG는 유럽 가스 시장의 45% 이상을 차지하며,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는 주요 공급원이 되고 있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자력 발전 가동 증가로 인해 장기적으로 미국산 LNG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2025년은 캐나다 천연가스가 LNG 형태로 최초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해가 될 것이다. 서부 캐나다 지역은 캐나다 천연가스 중심 생산지로서 특히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앨버타(Alberta), 사스카체완(Saskatchewan)주에 걸쳐 있는 서부 캐나다 퇴적분지(Western Canada Sedimentary Basin, WCSB)는 캐나다의 최고 천연가스 자원 매장지역이다.

그린란드의 지정학 Coastal Gaslink Pipelin (CGP) (출처: https://blog.naver.com/starbuckcabin/222908424746)

이제까지 서부 캐나다 천연가스의 주요 시장은 미국 중부 및 북서부 지역이며, 캘리포니아와 태평양 연안 지역으로도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를 비롯한 서부 캐나다 지역은 최근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LNG 수출 확대를 통한 수출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대표적인 사업이 ‘LNG 캐나다’이다.

아시아 LNG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미국의 주요 수출 대상은 유럽이다. 현재 미국의 LNG 수출항구 7개는 모두 대서양 지역에 건설됐다. 이 때문에 파나마 운하를 거쳐야 하는 아시아행 수출물량은 물류비와 시간 등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 미국의 LNG 수출물량 중 아시아의 비중은 20%대에 불과한 것도 물류비와 시간 등의 제한 요소 때문이다.

향후 미국은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을 위한 5개의 항구를 추가로 건설해 미국의 LNG 수출물량을 향후 4년 이내에 두 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이다. 멕시코 서부 항구에 수출 시설을 건설해 텍사스 셰일가스 생산지역 등 미국 내륙 지역과 연결된 가스관으로 옮긴 LNG를 운송선에 실어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할 수 있다. 2024년 8월에는 멕시코의 첫 LNG 수출터미널인 뉴포트리스 에너지(New Fortress Energy)에서 첫 LNG가 선적되었다. 우드 맥켄지(Wood Mackenzie)1)에 의하면 캐나다와 멕시코가 2040년까지 각각 연간 3,620만 톤과 3,670만 톤의 LNG를 공급할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북극해 항로
북극해 항로 (출처: Nikkei)

1) 글로벌 에너지, 광물자원 및 자연 자원 산업 분석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 컨설팅 기업

미국의 아시아 LNG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최근 움직임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것이 ‘알래스카 LNG’(Alaska LNG) 프로젝트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약 1,300㎞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송해 액화한 뒤 수출하는 사업이다.

‘LNG 캐나다’, ‘멕시코 LNG’와 함께 ‘알래스카 LNG’는 모두 북미 북서부에서 아시아로 직통 수출이 가능한 지리적 이점을 가진다. 이는 미국 걸프 코스트(Gulf Coast) 기반의 수출보다 운송 거리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며,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 항로 활용 가능성도 일부 논의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참을 요구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불확실성 속에서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3대 LNG 수입국이다. 천연가스는 우리 전력 생산의 30%가량을 차지하며 2,000만이 넘는 가구와 기업에 도시가스 형태로 공급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석탄발전 비중은 2025년 32.8%에서 2036년 18.5%로 줄고 같은 해 LNG 비중은 44.7%까지 늘어난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LNG를 두고 협력의 여지가 많다. 미국은 현재 우리나라의 2위 원유 도입국이자 4위 가스 도입국(510만 톤)이다.

한국은 LNG의 20% 이상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민감 국가’ 지정이 유지될 경우, LNG 도입 절차가 복잡해지거나 수입량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현재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및 LNG 수출 승인 문제를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2024 파나마 운하 이용 현황 알래스카 횡단 파이프라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47대 대통령 취임일인 2025년 1월 20일에 발표된 알래스카 자원개발에 대한 행정명령에 포함되어 있었다. 명령은 ‘알래스카 LNG’의 진행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알래스카 국립석유 보호구역(NPR-A) 내 자원 제한을 제거하고 북극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ANWR)에서 취소된 석유 및 가스 개발을 위한 토지 임대를 복원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2024 파나마 운하 이용 현황

알래스카의 끝자락인 프루도호 베이(Prudhoe Bay) 땅속에는 100억 배럴(bbl)의 석유, 약 40조 입방피트(ft³)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래스카 석유 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의 뒤를 잇는 규모이다. 최근 미국 원유생산은 텍사스나 뉴멕시코와 같이 접근이 쉬운 지역에서의 생산 확대로 사상 최대수준에 도달해 있으나, 알래스카의 석유개발이 LNG 생산 뒤를 이어 시작될지 주목된다.

2024 파나마 운하 이용 현황 알래스카 횡단 파이프라인 경로 (출처: 위키피디아)
2024 파나마 운하 이용 현황 프루드호 베이에서 45마일 떨어진 쿠파루크(Kuparuk), 배경에는 유전 시설이 있다.(출처: 위키피디아)

미국의 원유 수출은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동시에 원유 수입량도 상당하다. 이러한 미국 원유 구도의 특징은 미국-캐나다 원유 인프라 관계에 기인한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미국 석유 수입의 60%가 캐나다에서 이루어지며 캐나다 원유 수출의 90%가 미국으로 향한다. 캐나다 석유 생산자 협회에 따르면 2024년 캐나다는 하루에 57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했으며 하루에 약 430만 배럴의 석유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미국-캐나다의 최근 관세전쟁으로 미국-캐나다 원유 관계가 변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