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플러스
불확실성의 시대,
원유 조달의 해법은 ‘데이터와 유연성’

저자  김연규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에너지 플러스 비쥬얼 이미지
최근 호르무즈 해협봉쇄와 중동전쟁 장기화로 운송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원유 조달은 여러 변수에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국제유가, 해상 운임, 보험료, 중동 정세, 해협 통과 위험, 정유공장의 유종 적합성,
민간 재고 수준, 비축유 방출 가능성 등이 모두 연결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화하고
멀티소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조달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AI 기반 공급망 관리의 시작
KNOC는 석유정보 수집과 수급 통계의 컨트롤타워 역할 이외에 시장 감시자, 수급 분석가, 리스크 경보자, 조달 조정자, 비축 운영자 등 석유 시장의 전반적인 역할을 맡으며 국가 원유 공급망의 운영센터로서 기능한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지금의 원유조달 구조 속에서, 한국은 KNOC를 축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며 유연한 계약 구조와 스왑 고도화를 통해 위기 대응력을 체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특히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단순한 IT 고도화를 넘어서, 원유 조달의 운영 원리를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운·에너지 분야에서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S1 신호, 위성이미지, 선박제재정보, 실시간기상·해적정보, 거래·보험데이터 등을 통합 분석해 선박의 위험도를 점수화하고, 특정거래·항로의 리스크를 자동으로 평가하는 솔루션이 등장했다. 글로벌시장·정치·해운 데이터를 통합한 인텔리전스 플랫폼 위에, 유가·운임·환율·비축수준·정제마진을 반영한 시나리오 분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1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선박의 위치, 속도, 항로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주고받는 시스템
중동산 원유 설비 최적화의 딜레마
지금까지의 원유 수입 방식은 품질과 가격, 물량의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었지만, 한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위기 시 취약점으로 드러난다. 최근 정부에서 비중동수입 비중확대와 비축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정유산업은 오랫동안 중동산 중질·고황 원유에 맞춰 설비와 운영을 최적화해왔다. 그래서 미국산 셰일오일처럼 경질 원유 비중이 높은 물량은 단순히 ‘대체재’가 아니라, 설비 운전·수소소비·수율 구조까지 다시 계산해야 하는 원료다. 반대로 한국 정유사는 고도화 설비 비율이 높아 중질유를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강하지만 그 강점이 오히려 특정 원유 성상에 대한 최적화로 이어져, 다른 지역 원유를 들여올 때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유연한 계약 전략, 위기 대응의 열쇠
장기계약은 원유조달의 근간이다. 안정적인 물량과 가격공식, 공급자의 투자·생산계획과 연계된 신뢰관계는 에너지 안보의 기반이다. 동시에 장기계약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과 지정학 리스크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팟·단기계약이 필요하다. 장기·스팟 비중을 사전에 정의된 시나리오와 지표에 따라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KNOC는 거제 등 주요비축기지에서 스왑 물량을 선적하고, 정유사와의 반납 일정을 관리하며, 비축 수준과 스왑 가능 물량사이의 안전마진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앞으로는 스왑 발동기준, 대상 유종, 물량상한, 비축회복계획 등을 보다 세분화해, 비축·스왑이 상시적 위기대응 도구로 자리잡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위기대응력을 높이는 원유조달 전략의 핵심은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 시장·리스크 신호를 정교하게 읽고,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사전에 설계하는 것이다. 둘째, 중동중심의 조달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유종별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멀티소싱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셋째, 장기계약과 스팟거래, 전략비축과 스왑을 하나의 통합설계 안에서 유연하게 조합해, 위기 시에도 공급 안정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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