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랑
에너지 플러스
심해 에너지 설비를 지키는 AI의 눈과 뇌

저자  김도균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에너지 플러스 비쥬얼 이미지
심해 에너지 개발이 심화되면서, 해저 생산설비와 배관, 케이블 등
핵심 인프라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중 로봇에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이 결합되면서
단순 점검을 넘어 설비의 이상을 분석하고 구조적 위험을 예측하는 안전관리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심해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주목받는 AI 기반 안전관리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심해 에너지의 경쟁력은 ‘접근’이 아니라 ‘정확한 판단’
전문 다이버가 해저케이블을 수리하는 모습(출처: fibconet)
해양 에너지 개발의 무대가 심해와 극지로 확장됨에 따라, 해저 생산설비와 라이저(Riser)1, 해저케이블 및 해저 배관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초고압, 저수온, 제한된 시야, 예측 불가능한 조류의 심해 환경은 인간의 직접적인 접근과 유지관리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처럼 극한 환경에서는 아주 미세한 국부 부식이나 균열, 누출이라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대규모 사고나 장기간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결국 심해 에너지 개발의 성패는 단순히 자원을 발굴하고 생산하는 역량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접근이 불가능한 설비의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진단하고 신속하게 정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1 라이저(Riser): 해저 설비와 해상 플랫폼을 연결하는 관
잠수정에서 피지컬 AI까지, 수중 로봇의 진화
아쿠아보틱스의 ROV·AUV 겸용 수중 로봇
사실 해양 석유·가스 산업에서 수중 로봇은 전혀 낯선 존재가 아니다. 원격조종잠수정(ROV)과 자율무인잠수정(AUV)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저 배관 점검과 밸브 조작 등 현장의 손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최근의 배관 로봇 연구 역시 결함의 정밀 점검과 유지관리 효율 향상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로봇이 취득하는 방대한 영상·음향·위치·두께·하중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실시간 안전성 평가와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과거의 점검 방식은 ROV가 촬영한 데이터를 사후에 인력으로 검토하는 프로세스였지만, 이 방식은 분석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진단 결과가 상이해질 위험이 있다. 더욱이 해상 작업은 기상 조건과 선박 운용 비용의 제약이 크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시에 유효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투자해야 하는 리스크가 매우 높다. 최근에는 AI 기반 실시간 안전관리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피지컬 AI, 심해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읽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의 안전관리는 점검의 전 과정을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다. 수중 카메라를 비롯해 음향 센서, 소나(음파 탐지기), 레이저 스캐너, 두께 측정 센서를 탑재한 로봇은 이제 단순한 촬영 장비를 넘어 바다를 누비는 ‘이동형 센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실제 물리적 작업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판단을 보조하는 피지컬 AI기술이 결합되면서 점검의 자율성과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음향 통신 속도가 제한되고 GPS 사용이 불가능한 심해 환경에서는 로봇이 현장에서 이상 징후를 1차적으로 인식하고, 필요한 추가 점검을 수행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저 배관을 따라 이동하던 로봇이 세굴(Scour)2, 배관 노출, 자유 경간(Free Span)3과 같은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이를 단순 영상 자료가 아니라 추가 점검이 필요한 상태 정보로 분류한다. 이후 로봇은 같은 지점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촬영하거나, 더 가까이 접근해 정밀 스캔을 수행하고, 필요하면 두께 측정이나 3차원 형상 정보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2 세굴(Scour): 바닷물 흐름으로 해저 지반이 깎이는 현상
3 자유 경간(Free Span): 해저 지반이 깎여 배관이 공중에 뜨는 현상
해저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는 Oceaneering의 Freedom AUV(출처: Oceaneering 공식 홈페이지)
세계적인 해양 엔지니어링 기업 ‘Oceaneering’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 ‘TotalEnergies’와 협력하여 Freedom AUV를 활용해 해저 배관 점검 파일럿에서는 자율 배관 추적 기능, 레이저 스캐닝, 멀티빔 소나 등을 활용해 배관과 주변 해저면의 상세 정보를 취득한 사례가 공개되었다. 이는 수중 로봇이 단순 점검을 넘어 상황에 맞게 점검 전략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격 제어실과 연동해 해저 생산설비를 점검하는 Saipem의 Hydrone-R 수중 드론(출처: Saipem 공식 홈페이지)
이탈리아의 글로벌 해양플랜트·엔지니어링 기업 ‘Saipem’의 Hydrone-R은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 ‘Equinor’의 노르웨이 해역 해저 자산을 대상으로 장기간 해저에 머물며 점검과 개입 임무를 수행하는 상주형 수중 드론이다. 이는 필요할 때마다 선박을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시 안전관리를 수행하는 새로운 운영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피지컬 AI는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선별하고, 추가 점검 여부를 판단해 효율적인 안전관리를 지원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결함 탐지를 넘어 구조 안전성으로
심해 설비의 안전관리는 결함을 단순히 '잘 찾아내는 것'만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발견된 손상이 전체 구조물 시스템의 역학적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일이다. 응력이 집중되는 부재 연결부나 용접부에 발생한 미세한 피로 균열은 반복하중(Cyclic Loading)4 조건에서 구조적 파괴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당장 육안상으로는 미미해 보일지라도, 반복되는 파도와 하중을 받으면 시간이 지나 큰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표면상 크게 두드러지는 변형이나 손상이라도 실제 구조적 위험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탐지된 정보를 구조안전성 및 위험도 기반의 구조건전성 평가 시스템으로 실시간 직접 연계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설비가 현재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판단하는 안전성 평가, 그리고 손상의 진전 속도를 예측해 잔존 수명을 도출하는 건전성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취득한 데이터가 구조물의 강도, 피로수명, 유지보수 우선순위로 해석될 때 비로소 데이터는 안전관리라는 가치를 지니게 된다.
4 반복하중(Cyclic Loading): 파도와 조류, 운용 환경 등에 의해 구조물에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하중
AI와 디지털 트윈이 만드는 실시간 안전관리
안전관리를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고속 대체모델5과 디지털 트윈6이다. 해양플랜트나 해저 설비의 정밀 강도 해석에는 일반적으로 방대한 계산 시간이 소요되는 수치 시뮬레이션이 요구되지만, 현장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할 때마다 매번 수 시간이 걸리는 해석 결과를 기다릴 수는 없다. 대체모델은 다양한 하중과 손상 시나리오에 대한 구조 해석 결과를 사전에 학습하여, 새로운 필드 데이터가 입력되는 즉시 구조 응답과 안전 여유도를 단시간 내, 나아가 즉각적으로 도출이 가능케 한다. 이 접근이야말로 AI 로봇이 수집한 관찰 정보를 실시간 구조안전성 정보로 전환하는 결정적 연결고리인 셈이다.
5 고속 대체모델: 복잡한 구조 해석을 훨씬 빠르게 계산해 주는 AI 기반 예측 모델
6 디지털 트윈: 해저 설비와 같은 실제 인프라를 가상공간에 복제해 실시간 상태를 분석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
‘디지털 트윈’을 시각화한 이미지 (AI로 제작한 이미지)
디지털 트윈은 실제 설비를 가상 공간에 구현한 모델이다. 로봇이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하면 디지털 트윈이 이를 분석해 다음 점검 전략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순환 구조가 구축될 때 심해 설비 관리는 사후 정비에서 예측 정비로 이동할 수 있다.
융합 기술로 열어가는 해양 에너지의 미래
현재 글로벌 석유·가스 산업의 화두는 제한된 자원 속에서 정비의 우선순위를 최적화하는 '위험 기반 자산건전성 관리'다. 부식과 같은 열화 현상에 따른 고장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위험 기반 점검과 머신러닝을 결합하는 방향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최근 조선 MRO(유지·보수·정비)7 분야에서도 AI 기반 유지관리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미국 ‘Vigor Marine Group’의 협력 사례는 선박 유지관리 역량이 산업 경쟁력과 안보 협력의 핵심 요소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양플랜트 운영과 해저공학, 해저 Oil & Gas 개발 역시 장기간 운용되는 고가 자산의 상태를 진단하고, 위험을 줄이며, 수명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MRO와 맞닿아 있다. 앞으로의 해양 에너지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단일 장비의 하드웨어 성능이 아닌, 수중 로봇과 AI 분석, 그리고 대형 구조물 역학 해석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융합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다.
심해 에너지 개발의 미래는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는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 설치된 설비의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보고,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며,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에 있다.
AI 로봇이라는 강력한 '눈과 손'에 구조공학이라는 '지능'을 탑재하여,
더욱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 에너지 영토를 넓혀갈 대한민국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7 MRO: Maintenance·Repair·Overhaul의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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