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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과 석유산업의 미래
인공지능, 석유산업 속으로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부터 기인한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으로 정의된다. 3D 프린팅, 로봇, 인공지능 등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금융, 경제, 통신,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적용되고 있으며 분야별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자동화와 무인화를 추구하는 수많은 산업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며 다양한 신산업을 창출해내는 중이다.
인공지능 기술이란 컴퓨터가 점진적인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스스로를 개선하고 데이터가 프로그래밍을 수행하는 것으로 석유 업계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으며 2010년대 중후반부터 상용화된 종합적 자원개발 기술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기존의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에서 구현되지 않은 현상들을 데이터 차원에서 보완할 수 있다는 점과 작업 효율 향상 및 자동화 측면에서 그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석유 가스전의 탐사-개발-운영 전(全) 주기에 걸쳐 관련 기술이 개발되었으며 메이저 운영사와 서비스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미 다수의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석유 가스전의 탐사-개발-운영 전(全) 주기에 걸쳐 관련 기술이 개발되었으며 메이저 운영사와 서비스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미 다수의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
사람의 손을 거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탄성파 해석, 물리검층 자료 분석, 미소지진 자료 해석 등의 작업 효율이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런 현상을 보고 혹자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기존의 지질구조 및 저류 해석 관련 인력들은 미래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그런 염려는 당분간 접어 두어도 될 듯하다.
완성도 높은 인공신경망 구축을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해석한 결과와 인공지능의 결과물 중 어떤 것이 유효한 정보인지 컴퓨터에게 알려주는 방대한 양의 학습자료가 필요하다.
인력 배치의 효율성 도모
또한, 지구과학과 자원공학 학문의 특성상 지리적 위치에 따라 지질학적 특성이 매우 다양하여 일반화가 어렵기 때문에 단일화된 인공지능 엔진으로 도출된 결과는 전문가의 검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의 투자금이 오가는 석유 개발 사업의 특성상 기계가 제공하는 결과물을 검증 없이 의사 결정에 반영할 수는 없다. 물론 검증 인력이 실제 해석 인력만큼 필요하지는 않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으로 기존의 1차적 해석에 머무르던 해석 인력을 사업의 운영 및 의사 결정에 필요한 2차적 해석에 집중하도록 하는 등 인력 배치의 효율성 또한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급 컴퓨팅 기술의 적용
현재 글로벌 석유 업계의 대표적인 기술 트렌드는 인공지능 기술보다 더 넓은 범위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디지털 전환이란 넓은 의미에서는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것(IBM, 2011)이다. 보다 좁은 의미에서는 클라우드, 기계학습, 빅데이터 관리 등 고급 컴퓨팅 기술을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석유 업계의 대표적인 기술 트렌드는 인공지능 기술보다 더 넓은 범위의 ‘디지털 전환’이다. 클라우드, 기계학습, 빅데이터 관리 등 고급 컴퓨팅 기술을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새 시대를 선도하는 SLB
현재 글로벌 석유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SLB’인데, 해당 기업에서 제시한 디지털 플랫폼은 석유 탐사부터 광구 운영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기술이 단일 플랫폼에 녹아 있다. 2010년 초부터 진행되어 온 석유 업계 기술의 진보 중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사용 중인 컴퓨터의 성능과 무관하게 최적 계산 성능으로 원하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숨어있는 가치를 발굴하는 ‘전환’
디지털 전환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생소하게 다가왔다. 실제로 과거에는 지질학자들이 지질구조 해석을 위한 탄성파 단면을 종이에 인쇄한 후에 색연필로 층서 구조를 그리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작업 방식을 추구했다. 하지만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분석 작업을 컴퓨터상에서 수행하게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래 전부터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들인데 이제 와서 디지털 전환이라니, 그 의미가 바로 와 닿지 않을 만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단어보다는 ‘전환’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충분히 가치있는 의미가 숨어있음에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죽은 정보와 부족한 분석력으로 인해 채굴해내지 못하는 정보들이 산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훈련 과정을 거치면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하게 업무를 수행해내는 인공지능과 더 이상 물리적 제한이나 계산 용량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석유 탐사·개발에 도입해 기술의 대전환을 이루어 내자는 것이다.
빠르고 정교하게 업무를 수행해내는 인공지능과 더 이상 물리적 제한이나 계산 용량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석유 탐사·개발에 도입해 기술의 대전환을 이루어 내자는 것이다.
슬로우 스타터 vs 얼리 어답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 센터 이슈와 관련해서는 항상 보안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특히 자료 취득과 분석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석유 업계의 특성상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메이저 운영사 중 하나인 엑손모빌(ExxonMobil)은 자료 보안 이슈를 불식시키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별도로 건설 중이며 디지털 전환 기술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해외 서비스 기업도 자국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사용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기업들이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 역시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CNOOC와 Sinopec은 SLB의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 IBM이 제공하는 맞춤형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맞춤형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이란, 석유 서비스 기업들이 이미 지정된 클라우드 시스템에 맞추어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능들을 지정되지 않은 클라우드 시스템에 도입할 경우 해당 시스템에 맞춤형으로 전체 플랫폼을 변환해주는 것이다. 플랫폼 변환을 통해 자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과 동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체 데이터 센터 구축의 필요성
자료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엑손모빌처럼 자사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부분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엑손모빌 정도의 자본을 보유하고 대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유지할 수 있는 운영사는 전 세계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 기술의 주요 공급자인 메이저 서비스 기업(SLB, 할리버튼, 베이커휴즈 등)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수준을 믿고 사용하는 방법이 차선책으로 보인다. 그 보안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려면
SLB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미 국방부와 동일한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SLB를 비롯한 메이저 서비스 기업들은 최고 수준의 보안 수준을 유지하면서 자원 개발 시장의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SLB는 2019년 클라우드 환경에서 다양한 자원개발 응용 프로그램과 인공지능 솔루션 도출 기술을 통합한 DELFI 플랫폼을 발표하고 현재 전 세계 280여 개의 자원개발 기업에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상업화하여 제공 중이다.
할리버튼은 iEnergy Hybrid Cloud를 통해 조직 전체의 애플리케이션과 워크 플로우를 통합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서비스로 제공하며, 베이커휴즈는 BHC3 AI의 인공지능을 장착한 석유 산업의 중 하류 제품군을 상용화하였다.
기술 수요자의 전환 사례
서비스 기업과 같은 기술 공급자가 있다면 이를 사용하는 수요자가 있기 마련이다. 기술의 실수요자들이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 기술 도입 사례를 살펴보자. 호주의 우드사이드(Woodside)는 SLB와 7년간의 협력 끝에 2019년 경 디지털 플랫폼을 전사에 도입한 세계 최초의 사례를 남겼다.
이웃 나라 일본의 석유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JX Nippon은 900여 개의 저류층 모델을 2주 내에 평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50개의 가상 머신을 활용하여 200개 이상의 시추 위치 선정 시뮬레이션을 8시간 만에 분석 완료하는 등 자원개발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의사 결정 과정의 혁신을 달성했다. 또 다른 일본의 운영사인 INPEX 역시 디지털 전환 기술을 도입하여 탄성파 처리 소요시간을 80% 단축한 결과를 발표하는 등 빠르게 기술 혁신을 진행 중이다.
자원개발 디지털 전환 기술은 앞서 말한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경제 대국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운영사인 페르타미나는 디지털 전환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아타카 해상 유전의 약 400개 유정을 유지·보수하는 검토 시간을 90% 단축시킨 사례를 발표하였고, 콜롬비아 석유공사인 에코페트롤은 보유 자산 평가를 위해 디지털 전환 플랫폼을 도입하여 자산 가치를 단기간에 극대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흐름을 타고
그렇다면 이런 기술 전환의 시대에 대한민국의 자원개발 기업은 어떤 견지를 취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기술이 구현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가 출시되면, 상업화 이후에도 1년 정도의 베타 테스트를 거치면서 작은 오류들을 수정하기 마련이다. 최신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즐기는 얼리 어답터들이 있는 반면, 같은 비용을 지불한다면 충분한 기간의 베타 테스트를 거치며 안정화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와 함께 현재의 글로벌 기술 흐름을 볼 때, 석유 업계에서의 디지털 플랫폼은 이미 베타 테스트 기간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더 이상 신기술 도입이 늦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과 독려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현재의 글로벌 기술 흐름을 볼 때, 석유 업계에서의 디지털 플랫폼은 이미 베타 테스트 기간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더 이상 신기술 도입이 늦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과 독려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
광구 운영권 사업은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탐사에 성공한다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그만큼 큰 투자 위험이 있다. 따라서 여러 운영사가 합작회사(Joint Venture, JV)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합작회사를 구성하는 참여 기업별로 각자의 매장량 평가 결과를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첨예한 대립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한발 늦은 디지털 전환 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사정을 다른 참여 기업들이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참여 기업의 일원으로서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보안 규정이 신기술 도입에 장애물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규정을 완화하고,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면 공공 차원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시급한 시점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기점으로 시작된 국가적 차원의 자원 안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책적·재정적으로 힘을 실어주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