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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On

“도전한다면, 언제나 청춘입니다”

_여행작가 임택

은퇴한 마을버스와의 세계여행으로, 당나귀와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으로 유일무이한 여행을 펼치는 임택 작가는 50세가 되던 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평생 품어온 꿈을, 흔히들 새로운 도전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세계를 무대로 펼칠 수 있었던 용기에 대해 들어봤다.

글. 편집실 사진. 박성수

<석유사랑>이 임택 작가를 만난 건, 모로코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이었지만, 금방이라도 다음 여행을 떠날 것만 같은 모습의 그와 마주 앉았다.

  • 그렇게 멀리 가 계셨을 줄 몰랐어요. 모로코 여행은 어떠셨나요?

    이번 여행도 지난 여행에서 맺은 인연이 만들어 준 여행이었어요. 모로코에 사는 친구들이 다른 여행객이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새로운 여행을 선물해줬답니다. 그곳 주민들이 자급자족을 위해 온갖 작물을 기르는 오아시스도 소개해 주고, 베르베르 유목민들의 무덤에도 가볼 수 있었어요. 여행이지만, 여행보다는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본 거죠.

    가장 최근의 여행 이야기에서, 최초의 여행 이야기로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오랜 꿈이 실현되던 첫 걸음에 대해서요.

    스스로 인생 전반전을 훌륭히 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재산은 아니지만 노후를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끝냈고, 자녀들도 잘 키웠고, 친구도 많고요. 그렇게 열심히 살면서도 어릴 적 꿈을 내려놓지 않았어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사업을 정리하는 2년의 기간 동안 수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나의 여행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요. 그러다 우연히 매일 같은 코스를 운행하며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고 있는 마을버스가 눈에 들어왔어요. 우리 세대의 인생과 다름없구나 싶었습니다. 저 친구와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어요. 그렇게 마을버스 ‘은수’와의 여행이 시작되었어요.

은퇴를 앞둔 마을버스를 타고 48개국 677일간의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석유사랑>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여행의 터닝 포인트가 된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콜롬비아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시동이 꺼지더니 차가 완전히 서버렸어요. 뒤따라오던 탱크로리의 운전자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그들도 원인을 찾지 못했죠. 그러더니 이 사람들이 또 뒤에 오던 차를 세우는 거예요. 그렇게 도로 위에서 총 4대의 차량이 서서 마을버스를 고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득 이들이 차를 고치든, 못 고치든 돈을 요구할 것 같다는 생각에 도로 옆에 난 가파른 길을 내려가 슈퍼에서 콜라 몇 병을 사 가지고 올라왔어요. 그런데 올라와 보니 마을버스에는 시동이 걸려 있고 사람들은 모두 떠났더라고요. 우리 차 옆에 한 청년이 무언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는데, “당신의 여행은 정말 멋진 여행이다. 무사히 집에 돌아갈 때까지 우리가 기도하겠다. 연료 필터가 고장난 것 같은데, 임시로 오염물을 제거해두었으니 꼭 정비소에 가서 수리를 받아라”는 메시지였어요. 그리고 부품 이름을 스페인어로 적어 가격과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긴 거예요. 그 순간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죠. 이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야겠다고요.

작가님의 여행이 180도 바뀌는 중요한 순간이었겠네요.

그때까지는 중남미 지역이 워낙 위험하다고 해서 차에 아무도 태우지 않고,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는 일부러 샛길로 돌아가고 그랬거든요. 이날을 기점으로 마을버스의 문도, 제 마음의 문도 활짝 열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축제에도 가고, 시장에도 가고 자유롭게 사람들과 어울렸어요. 길가에 버스를 세워두고 ‘몇 시에 어느 방향으로 출발하니, 함께 가고 싶은 사람 10명 선착순!’ 푯말을 붙였더니 정말 딱 10명씩 줄을 서있었어요. 그렇게 친구가 되고, 그 친구들 중에서 여행을 끝내고 먼저 집으로 돌아가서는 저를 초대하기도 했고요. 그럼 또 그 친구네 집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었죠. 콜롬비아에서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제 여행은 아마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 바로 그 다음 여행의 친구는 당나귀였어요. 무려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걸었는데, 괜찮은 여행 메이트였나요?

    우연히 동화책을 보다가 ‘어린이들을 위한 새로운 여행기’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여행기라는 게 특성상 주어가 여행가 본인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주인공이 되면 아이들과의 괴리감이 생길 것 같았어요. 동화 속에서 친근하게 등장하는 당나귀가 직접 여행을 한 것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경기도 이천에 있는 당나귀 농장에 가서 공부도 하고 여러모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 관광청에 편지도 보내보고 여러 노력 끝에 함께 여행할 당나귀를 소개받을 수 있었어요. 순례길 출발 1주일 전에 미리 가서 이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애썼죠. 처음에는 저를 어색해 하던 ‘호택’이도 점점 저와 가까워졌고 긴 여행의 좋은 친구가 돼주었답니다. 길을 걷던 중 잠시 앉아서 풀피리를 불 때에 제 뒤에 서있던 호택이가 호기심에 제 옆으로 다가왔을 때 찍은 셀카는 제가 정말 아끼는 사진이랍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님의 여행 사진을 보면 항상 누군가와 ‘함께’인 것 같습니다. 여행의 여러 덕목 중 ‘함께’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껴졌어요.

제 여행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됩니다. 여행 이전에 사람을 통해 모든 게 이루어져요. 이과수 폭포를 가기 전에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를 먼저 사귀어요. 그럼 그 친구 집에 놀러가서 이곳저곳 따라다니다 이과수 폭포에 가면 관광객들이 들어가는 정문 말고 뒷동산에 연결된 숲길을 지나 전혀 새로운 지점에서 이과수 폭포를 마주하게 해주거든요. 그러다 삼촌 결혼식에 가자고 하면 또 따라가서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고요.
게스트하우스에 가면 주인에게 물어요. “롱 타임 스테이 피플, 후?” 그럼 첫 날부터 그 친구에게 밥을 사주고 친해져요. 한 달째 그곳에 묵고 있는 그 친구는 거의 그 동네 이장님 같아요. 그렇게 여행을 넓혀가는 거예요. ‘함께’하면 더 즐겁잖아요!

그럼 ‘함께’하는 여행, 작가님의 다음 여정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요?

거의 10년간 준비해 온 여행이 있어요. 부산에서 출발해 아시안 하이웨이를 따라 북한-중국-베트남-캄보디아-태국-미얀마-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터키까지 총 13개국을 통과하는 여행이에요.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으며 전 세계 GDP의 50%가 넘는 지역을 통과하는 이 여행을 ‘번영의 길’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계획에 UN 산하 ESCAP(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에서 관심을 보였고 그들과 함께 올해 11월에 떠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전한다면, 언제나 청춘’이라는 작가님의 모토를 보여주는 여행 계획인 것 같습니다. 도전할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을 남겨 주신다면요.

아프리카에 사는 ‘누’라는 동물이 있어요. 소과에 속하는 동물인데요. 무리 지어 이동하다가 마라강을 건너 초원으로 가는 길에 물속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악어떼를 만나요. 무서워서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는데 용기 있는 누군가가 먼저 뛰어들면 그걸 신호탄으로 막 뛰어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악어들이 바로 그 첫 번째 그룹은 선뜻 건드리지 못해요. 결국 용기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선구자 또는 도전자의 의미로 용기 있는 남극 펭귄을 뜻하는 ‘퍼스트 펭귄’이라는 관용어가 있는 것처럼요. 언제나 도전하는, 용기 있는 청춘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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