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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의 꿈을 잇기 위한 노력의 역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표현과 같이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첫 번째 소원은 통일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과거 오일 위기로 큰 어려움을 경험하고, 산유국의 소위 ‘갑질’ 뉴스를 들을 때마다 통일에 버금가는 소원이 아마도 ‘산유국의 꿈’일 것이다. 우리에게 그 꿈을 실현시켜 준 국내 대륙붕 개발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자.

글. 최종근 교수(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국내 대륙붕 개발의 역사

우리나라 대륙붕 개발은 세계 7대 메이저 석유회사 중의 하나였던 ‘Gulf’사가 1969년 서해 지역을 탐사하며 시작되었다. 그 다음해 ‘Shell’, ‘Texaco’도 참여하였지만 탐사에 실패하여 광구를 반납하고 철수하였다. 한국석유개발공사가 1979년 설립되었고(1999년 한국석유공사로 사명 변경) 대륙붕 탐사와 비축사업을 주도했다. 계속된 노력에도 석유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일부 탐사 시추에서 원유와 가스가 존재하였던 징후를 확인했다.

실패에서 얻은 것들

1987년 동해지역 6-1 광구의 탐사 시추에서 처음으로 천연가스 부존을 확인하였지만 매장량이 적어 개발하지는 못했다. 첫 번째 상업적 발견은 1998년 이루어졌다. 그 후에도 대륙붕뿐만 아니라 호주 회사인 ‘Woodside’와 심해 8광구 지역에 두 번(2012, 2015년), 이후 한국석유공사가 6-1 광구 심해 방어 구조에 시추(2021년)하였지만 석유를 찾지 못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48개 시추공(생산정 5공 포함)을 뚫었고 총 20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천연가스와 함께 생산된 무거운 성분이 지상에서 액체로 분리된 초경질유가 컨덴세이트이며 이는 정의상 원유로 분류되므로 우리나라는 천연 가스와 원유를 생산하는 95번째 산유국이 된 셈이다.

  • 동해-1 가스전

  • 동해-1 가스전의 발견

    대륙붕 탐사의 첫 상업적 결실은 1998년 고래 V 구조에서 발견된 천연 가스다. 추가적으로 3개 평가정을 시추하여 500만 톤의 매장량을 확인하였고 ‘동해-1 가스전’이라 이름 짓고 개발을 시작하였다. 유정 완결과 생산시설을 설치하고 시운전을 거쳐 2004년 7월 11일 마침내 산유국의 꿈을 이루었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4천만 입방피트의 천연 가스와 1000배럴의 컨덴세이트를 생산하고 68km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울산 인수기지로 수송했다. 천연 가스는 한국가스공사에 공급하고 컨덴세이트는 S-Oil에 판매했다. 천연가스와 함께 생산된 무거운 성분이 지상에서 액체로 분리된 초경질유가 컨덴세이트이며 이는 정의상 원유로 분류되므로 우리나라는 천연 가스와 원유를 생산하는 95번째 산유국이 된 셈이다.

동해-2 가스전으로 이어진 성과

동해-1 가스전의 성공에 힘입어 인근에 동해-2 가스전도 발견(2004년)하였고 2016년 9월부터 연계하여 생산하였다. 2021년 12월 말에 판매를 위한 생산이 중단되어 현재는 산유국의 지위를 상실한 상태다. 생산 종료까지 1,800억 입방피트의 천연 가스와 340만 배럴의 초경질유를 생산하였으며 11억 달러를 투자해 24억 달러의 이익을 얻었다.

가스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음에도 이와 같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100% 지분을 가진 국내 유전이기 때문이다.

  • 국내 대륙붕 개발의 의미

    국내 대륙붕의 성공적인 개발은 단순히 산유국의 꿈을 달성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먼저 동해-1, 2 가스전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24억 달러로 지난 30년간 대륙붕 개발을 위해 투자한 재원을 모두 회수하고도 남는다. 가스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음에도 이와 같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100% 지분을 가진 국내 유전이기 때문이다. 생산 설비를 위한 설계와 제작 그리고 설치를 통해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소망해 온 트랙 레코드를 달성한 것이다. 석유공학 분야에서는 광구의 탐사부터 생산운영의 전 과정을 통해 실무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성공적인 해외 자원개발로 이어질 수 있었다.

대륙붕 개발 그 이후

지하 대수층이나 고갈 저류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 지층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동해-1 가스전과 같이 이미 그 특징이 모두 파악된 저류층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적의 후보가 될 수 있다. CO2 지중 저장은 석유 생산과 반대되는 것으로 확보된 기술과 경험을 통해 탄소중립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미 설치된 플랫폼을 활용하여 해상 풍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허브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나아갈 길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최신의 이슈 때문에 앞으로는 원유와 천연 가스가 필요 없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추가적인 탄소 배출이 없는 카본 프리(carbon-free) 전략으로 전기를 얻고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갈 것이다. 하지만 1차 에너지원과 산업의 원료로써 석유의 입지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견고할 것이다. 반면 석유 개발을 위한 신규 투자가 부족한 현실이기에 수급과 가격 변동의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안보의 밑거름

1970년대 두 번의 오일 쇼크, 고유가 시대의 무역 적자와 경제적 어려움,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통해 알고 있듯이 석유 자원의 안정적 수급은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국내 1차 에너지의 61%를 차지하는 원유와 천연 가스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내 대륙붕에서 다시 한 번 산유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여야 한다. 일회성에서 벗어나 일관된 정책과 지속적인 재정지원으로 매년 일정량의 탐사와 시추를 통해 산유국의 꿈을 이어가고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에너지 안보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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