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도 국제 원유가격은 세계 경제 상황과 석유의 수급은 물론 달러화의 가치, 지정학적 사건,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여전히 유가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신년을 앞둔 이번 호에서는 2023년 국제 석유 시장의 수급 상황과 함께 여타 유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을 살펴보고 국제 유가를 전망해보자.
아시아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2022년 1~10월 평균 99.29달러로 전년도 연평균 가격인 69.41달러에 비해 무려 43% 상승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원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대응한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이하 OPEC+)의 생산 목표 미달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세계 석유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2월 24일)에 대응해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를 추진했다. 미국 정부는 3월 8일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이어 미국의 동맹국들과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자발적인 금수 조치 참여가 이루어졌다. 이어 EU 27개국은 5월 30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석유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금수 조치 이행 시점은 원유는 2022년 12월 5일, 석유제품은 2023년 2월 5일부터다. 이와 같은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제재로, 주요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국제 석유 시장의 혼란이 야기되고 유가는 상승했다.
OPEC+의 생산량은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일부 산유국의 생산능력 부족으로 생산 목표(생산 한도)에 미치지 못했다. OPEC+는 2022년 들어서 매월 일정 규모의 증산(감산량 축소)을 계속 했지만 10월 기준, 하루 생산목표인 4,210만 배럴(이란, 리비아, 베네수엘라 제외)보다 322만 배럴 적은 3,888만 배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방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생산이 목표 대비 하루 약 129만 배럴 낮은 972만 배럴임을 감안하더라도 OPEC+의 생산은 목표보다 하루 약 200만 배럴 적다.
이런 와중에도 세계 석유 수급은 2020년 3분기부터 시작된 수요 초과(공급 부족)가 2022년 1분기까지 지속되다가 2분기와 3분기에는 약간의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19 정책’으로 세계 석유수요 증가를 주도해온 중국 수요가 20년 만에 감소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에 대응해 IEA(국제에너지기구) 회원국들이 비축유를 방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은 수준의 세계 석유 재고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포 프리미엄’은 국제 유가의 하락을 억제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대폭적인 금리 인상을 실시한 결과로 나타난 달러화 강세는 유가의 추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됐다. 통상 원유거래 화폐인 달러화의 강세는 석유 수입국들의 석유 수요를 둔화시켜 유가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3년에도 국제 원유가격은 세계 경제 상황과 석유의 수급은 물론 달러화의 가치, 지정학적 사건,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여전히 유가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세계 석유 수요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도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10월 전망에서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예상했다. 이러한 성장률이면 2023년 세계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하루 120만 배럴 증가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소비량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석유공급은 감산 참여국들인 OPEC+의 감산 정책과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 여부가 불확실성이 크면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OPEC+가 2022년 10월 5일 합의한 사항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말까지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한다는 것이다. OPEC+ 생산이 줄곧 생산 한도에 미달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만 배럴 감산 결정에 따른 실제 감산 효과는 그 절반인 100만 배럴 정도로 예상된다. 그런데 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가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해 순차적으로 시행되면 2023년 러시아 공급은 추가로 100~12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2022년 9월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하루 260만 배럴(원유 160만 배럴, 석유제품 100만 배럴)의 40% 내외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인도에 대한 수출을 대폭 늘린 상태여서 추가적인 수출선 전환에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의 원유생산은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 복귀로 이란에 대한 원유수출 제재가 해제된다면 6개월 이내에 하루 1백만 배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5월 JCPOA 탈퇴를 선언한 이후 이란에 대해 원유 수출을 제재해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이후 미국과 이란은 JCPOA 복원을 위해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큰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어 2023년에도 그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2023년 세계 석유 수급은 다시 초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의 생산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생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 생산은 셰일오일 업체들의 배당 확대, 비용 상승 등으로 시추 투자가 제한되어 과거 고유가 시기보다는 증가 속도가 느리다. 그럼에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2년 11월 보고서에서 2023년 미국의 원유생산이 전년 대비 하루 48만 배럴 증가하고, 천연가스액(NGL)과 바이오연료 등을 포함할 경우에는 전년 대비 하루 84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외 비OPEC 산유국 중 노르웨이, 브라질, 가이아나 신규 유전에서도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미국과 일부 비OPEC 산유국의 생산 증가는 2023년 세계 석유시장의 초과 수요 폭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 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강세가 유지되면서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이슬람 종파 갈등 등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는 유가의 일시적인 상승 요인이 될 것이다. 사우디의 감산 정책을 비난해 온 미국 바이든 정부와 사우디의 관계 변화도 유가의 등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 국제 원유가격은 세계 석유시장의 핍박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2023년 연평균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90~100달러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23년 세계 석유시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확실한 변수들이 많다. 러시아의 석유·가스 공급 중단, OPEC+의 고강도 감산 등의 경우 유가는 더 높은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다. 반면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란 원유 수출 재개, 급속한 세계 경기 침체 등의 경우에는 유가가 더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글이달석(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