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On

비우세요.
그리고 도전할 용기를 채우세요

공간크리에이터, ㈜새삶 대표 이지영

정리에는 정답이 없다. 지름길도 없다. 다만 최선은 있다. ‘나’에게 묻는 것이다. 나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가?
어떤 공간에 있고 싶은가? 묻는 것 말이다. 그래도 힘들 땐 공간크리에이터를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지영 대표에게 잘 정리하는 법에 관해 물었다.

Q

그간 많은 화제를 남긴 tvN <신박한 정리 2: 절박한 정리>가 최근 종영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방송이 끝나고 조금 여유로워진 덕분에 인터뷰, 강연 요청에 더 많이 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요즘 인터뷰나 강연을 하다 보면, 정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년 전 <신박한 정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육체 노동처럼 여겼어요. 그래서 저에게 정리 기술, 노하우를 묻는 사람이 많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정리를 우리 삶, 인생과 긴밀히 연결된 유의미한 활동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리의 의미나 철학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Q

그간 방송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셨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요?

배우 정은표 씨 가족이 기억에 남아요. <신박한 정리>를 통해 오래 묵은 짐을 비워내고, 구성원 각각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후에 지웅이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잖아요?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친조카를 서울대에 보낸 것처럼 기분이 좋았어요.
그 경사에 내가 0.1% 정도는 일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뿌듯하고요. 달라진 공간에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일 거예요.

Q

정리에 대한 인식이 깊고 넓어진 데에 <신박한 정리>가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정리란 무엇인가요?

정리란 필요 없는 것을 비우는 일이에요. 그리고 정돈이란, 남겨진 것을 잘 쓸 수 있도록 배열하는 일이고요. 정리에는 특별한 힘이 있어요. 무엇이든 정리하고 나면, 참 홀가분해지거든요.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갈 용기도 얻게 됩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시간, 사랑, 인생. 무엇이든 마찬가지예요.

Q

그동안 정리란 전문적인 일로 여겨지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정리를 직업으로 연결한 이유가 궁금해요.

경력 단절 후 복잡한 마음을 비워낼 겸 집을 정리했어요. 깔끔해진 공간에서 “내가 잘하는 일이 뭘까?” 생각해봤죠. 어릴 때 어른들이 항상 “네가 가장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아라”라고 말씀하시잖아요? 생각해보니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이 집안일, 특히 정리였어요. 직업이란, 누군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고 돈을 받는 일인데, 저는 정리를 대신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세상에 정리가 필요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Q

특히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우리는 늘 사람과 공간에 집중해요. 그래서 제 직업도 정리 전문가가 아니라 공간크리에이터이고요. 공간크리에이터란, 물건을 비워내어 무언가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즉 가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럼 좋은 공간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쓴 책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에도 적었듯 좋은 공간이란 사람이 우선인 공간, 라이프스타일에 맞고, 사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거실, 안방, 주방 등 공간이 가진 이름은 편의상 지어진 것이에요. 집에서 가장 넓고 채광이 잘 드는 공간을 ‘거실’이라고 불러서 우리는 일률적으로 거기에 소파와 TV를 놓아요. 하지만 그곳을 아이가 노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면 놀이방이 될 수 있고, 차를 마시고 싶으면 다이닝룸이 될 수 있어요. 공간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니까요. 나를 생각하세요. 그럼 공간이 달리 보일 거예요. 나를 관찰하고 취향을 발견하는 일, 그것이 공간 재구성의 첫걸음입니다.

Q

사무실에서도 정리가 필요해요.
사무실은 어떻게 하면 잘 정리할 수 있을까요?

사무실 정리에는 규칙이 필요해요. 개인과 개인, 업무와 사무용 물품 등이 모두 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책상도 나 혼자 쓰는 공간 같지만, 그 위는 누구나 볼 수 있고요. 그래서 요즘은 기업에서 정리 매뉴얼을 만들어달라고 저에게 의뢰하는 일도 많아요. 책상에는 보이는 곳(상부)과 보이지 않는 곳(서랍)에 대해 서로 다른 규칙을 만들어보세요. 책상 위에 놓이는 서류와 문서·비품 등을 어떻게 둘지, 언제까지 반납할지, 얼마 후에 폐기할지 회사 차원에서 약속을 정하는거죠. 대신 서랍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정리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세요. 그렇게 정리에 관한 매뉴얼이 정해지면, 불편은 줄고 효율은 높아질 거예요.

Q

어떤 일이든 때(時)가 있는 것 같아요.
정리하기 좋은 때도 있나요?

해가 바뀔 때가 좋다고도 하고, 봄이 좋다고도 하고, 아이 입학할 때가 좋다고도 해요. 하지만 그보다 좋은 것은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할 때예요. 공간의 성격이나 구성을 결정하는 데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시기도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해요.

Q

마음 정리를 잘하는 노하우도 있을까요?

‘마음’이라는 공간을 정리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물건을 정리하기 힘든 이유는 자꾸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과거의 추억, 미래의 불안, 이런 것이 물건을 공간 안에 붙잡아두죠. 당장 지금 필요한 물건만 있어도 살 수 있는데 말이에요. 그러니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싶다면, 현재에 충실하세요. 감정이든 사람이든 인생이든,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을 남기세요. 그게 어렵다면, 눈에 보이는 공간을 비우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아마 비워진 공간에 다시 시작할 용기가 채워질 거예요.

Q

대표님께서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한대도,
꼭 하나 남겨두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자기애(自己愛)요. <신박한 정리>에 출연할 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느냐?”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한 적이 없어요.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믿지도 않고요. 다만 “나라면” 하고 생각할 뿐이에요. “내가 그러면 무엇이 필요할까?”하고 저를 중심에 두는 것이죠. 그랬더니 진심으로 사람을 위한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의 새해 계획이 궁금해요.

내년에는 꼭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공교롭게도 제게 유명세와 코로나19가 거의 동시에 찾아왔어요. 덕분에 최근 몇 년간 휴가 한번 가보지 못하고 바쁘게 일정을 소화해냈죠. 그래서 내년에는 해외로 나가 그곳에 사는 누군가의 공간을 꾸며주고 싶어요. 그리고 글로벌 공간크리에이터 이지영으로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Q

세계 곳곳의 공간을 꾸며주겠다. 꿈이 참 멋지네요.

정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멋진 일이에요. 가정 안에서 우리는 내 것을 비워내는 대신 내 가족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사무 공간에서는 서로를 위해 기꺼이 정리 규칙을 따릅니다. 정리는 곧 배려에요.
저 역시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께서 제가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을 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예쁘다”라고 칭찬해주셨는데, 그 말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여러분도 정리하는 데 자부심을 가지세요. 나의 정리는 누군가를 위한 배려입니다. 또 나의 배려를 통해 내 가족, 내 동료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Q

2022년 한 해를 정리하며,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기본을 만들어주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계시기에 우리가 도전하고,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2022년 한 해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앞서 말했듯 정리란 필요한 것을 남기는 일입니다. 뭘 버린다고 생각하면, 참 어려워요. 그러니 반대로 내게 필요한 것을 남겨보세요. 물건도, 기억도 말이에요.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일부러 챙겨두지도 말고, 지금 필요한 것을 남겨보세요. 그러면 2023년이 홀가분해지실 겁니다. 홀가분한 2023년 되십시오. 파이팅!

글편집실      사진Studio K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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