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석유가 필수다.
나아가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워라밸의 삶이나 빠른 재정적 독립 후 은퇴하는 파이어족의 삶을 이루려면 경제적 능력이 필수인데,
이를 위해서는 환율과 유가의 세계적 흐름을 알아야 한다.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가의 변동 요인과 흐름을 알면 우리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별로 거래가격의 기준이 되는 원유가 있는데 이를 벤치마크 원유(아래 표 참고)라고 한다. 서부텍사스 중질유로 자주 언급되는 WTI는 품질이 중간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비중이 중간 정도라는 뜻이다. 가스 유전에서 생산되는 콘덴세이트를 제외한 원유 중에서 비중이 낮은 쪽에 속하며, 품질이 우수하여 미국에서 거래되는 원유의 기준가격이 된다. 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되어 있어 국제유가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영국 북해의 브렌트유는 WTI와 품질이 비슷하고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거래되는 원유의 기준이며, 대륙간거래소(ICE)에 상장되어 있다.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두바이유는 황 함량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 수입의 80% 이상이 중동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한국의 수입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하루 260만 배럴 정도를 수입했다.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한다면, 하루 약 35억 원(1$=1,350원 기준)의 금액이 추가로 소요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 유종 이름 | 거래 지역 | 상품시장 | API 밀도 | 황 질량함량, % |
|---|---|---|---|---|
| WTI | 북미 | 뉴욕상업거래소 | 38~40 | 0.3 |
| Brent | 북해 | 대륙간거래소 | 38 | 0.3 |
| Dubai | 중동 | 31 | 2.0 |

석유도 상품의 일종이므로, 국제 유가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그 반대이면 가격이 하락한다. 일반적으로 공산품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변화의 연동성, 즉 탄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줄고 그 결과 가격은 조정되고 안정화된다. 하지만 석유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수요가 별로 줄어들지 않고 우리의 산업과 일상생활에 깊이 연계되어 현실적으로 줄일 수도 없는 한계가 있다.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산유국의 규정과 생산시설 용량 그리고 과도한 생산으로 인한 저류층의 압력 고갈로 공급을 쉽게 늘릴 수 없다. 또한 새로운 유전을 탐사한다고 해도 첫 생산까지는 보통 8~10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증대에도 한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국제 유가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향후 공급의 불확실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석유에 기반한 현대사회는 가격에 상관없이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석유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내가 필요할 양을 구매하여 수입할 때 어려움이 발생하면 유가는 민감하게 상승한다. 산유국의 감산,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시설 손상, 국제분쟁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공급망 병목, 더위나 추위 같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수요 증가, 미국 원유생산량과 밀접하게 연관된 비축유 재고 감소, 세계 경제회복의 긍정적 신호 등이 국제 유가를 상승시키는 대표적 요인이다. 이와 같은 요인이 해소되면 유가는 하향 안정화된다.

당시 가격으로 배럴당 10달러 이내였던 유가가 4차 중동전쟁(1973년 10월)과 이란의 회교혁명(1978년 10월)으로 1, 2차 오일 위기를 거치며 현물가격이 4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여 큰 충격을 준 적이 있었다. 그 후 유가는 공급의 안정성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저유가 시대로 불릴 정도로 낮은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급격한 원유 소비량 증가와 투기적 매매로 2008년 7월 WTI 장중 가격이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으며, 그해 12월에는 30달러까지 하락하는 변동을 보이기도 했다.
요즘에도 유가는 배럴당 85달러 수준에서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적 요인에 따라 민감하게 등락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 코로나19,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다. 미국의 경우 10년과 5년 전과 비교하여 일일 원유 생산량이 각각 870만 배럴, 420만 배럴 증가했다. 여전히 미국이 원유 순수입국이긴 하지만 국제시장에서 해당 증가분만큼의 원유를 구매하지 않으므로 저유가의 근거를 제공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의 감소, 세계 경제 불황,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수급의 불안정은 당분간 유가를 계속 변동시킬 요인으로 예상된다.

지난 1, 2차 오일 위기와 2000년대 후반 초고유가 시대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알고 있듯이 석유 자원의 확보는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우리가 생활하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며, 국내 1차 에너지의 61%를 차지하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필요한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과 투자로 석유 자원을 먼저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필요한 에너지의 확보 없이는 다른 모든 계획이 의미가 없게 된다. “석유가 모든 것은 아니나 석유 없이는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글최종근(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