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를 생각하다

과학 전문가에게 듣는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석유 이야기 ③

글_ 이종림(과학전문작가)

땅 속의 석유는 어떤 과정으로 운송되며, 제품으로 탄생하나요?

석유가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다양한 운송 기술이 필요합니다. 석유는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생성되는 화석 연료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활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서 생산되곤 하죠. 운송 네트워크를 통해 원유를 정제소로 이동시키고, 정제소에서 만들어진 석유는 전 세계 유통지로 다시 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음 네 가지 운송수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 송유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석유 운송 방법은 파이프라인이라고 불리는 송유관을 통하는 것입니다. 송유관은 땅이나 해저에 연결된 대형 수송 관로 시스템입니다. 송유관을 따라 유정에서 처리 시설로 원유가 이동하고, 다시 정유소와 유조선 적재 시설로 이동합니다. 석유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운송을 위한 송유관의 총 길이는 2021년 208만 km에서 2025년까지 217만 km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철도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석유 매장량이 확인됨에 따라 기차를 통한 석유 운송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철도 건설은 송유관 설치에 비해 비교적 적은 비용과 짧은 기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송유관에 비해 느린 속도와 사고 위험은 철도 운송의 단점입니다.

▲ 트럭 트럭은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저장 용량이 가장 작고 이동 거리가 짧습니다. 반면에 도로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트럭은 일반적으로 운송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휘발유와 같은 정제된 석유를 주유소와 같은 유통 장소로 옮기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 선박 육지를 통한 석유 운송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 선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유 탱커라 불리는 대형 선박은 중동,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서 전 세계 정유 공장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데 사용됩니다. 대체로 원유 운송에는 규모가 매우 큰 유조선이 사용되는데요. 대형 유조선의 크기는 길이가 200m 정도인 작은 것부터 길이가 400m가 넘는 것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분리, 변환, 처리 단계를 거쳐 제품화

운송된 원유는 정제소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석유 제품으로 변환됩니다. 정제된 석유 제품은 운송, 난방, 도로 포장, 전기 생산용 연료나 화학 물질 제조용 공급 원료로 사용되는데요. 정제는 원유를 다양한 성분으로 분해한 다음, 선택적으로 새로운 제품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러한 정제 과정은 분리, 변환, 처리의 세 가지 단계를 거칩니다.

석유 정제과정 중 분리 단계

먼저 분리 과정에서는 원유를 가열해 액체와 증기를 생성하고 증류 장치로 배출시키는데요. 무게와 끓는점에 따라 석유 성분이 분리됩니다. 아스팔트나 잔류 연료유와 같은 무거운 성분은 증류 장치의 아래에 남고, 휘발유나 나프타와 같은 가벼운 성분은 기화되어 상단으로 올라갑니다. 등유는 증류 장치의 중앙에 머물고, 경유는 더 무겁기 때문에 아래로 분리되죠. 증류 후 무겁고 가치가 낮은 증류 유분은 휘발유와 같은 더 가볍고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추가 처리될 수 있습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변환 방법은 열, 압력, 촉매, 수소 등을 사용해 무거운 탄화수소 분자를 더 가벼운 분자로 분해하는 방법입니다. 정제 공정의 마지막 단계는 혼합 및 처리를 통해 제품을 시장 표준에 맞추는 것입니다. 옥탄가, 증기압 등급 등을 고려해 혼합 성분과 에탄올을 결합한 최종적인 휘발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석유도 얼음처럼 얼릴 수 있나요?

  • 추운 겨울철이 되면 혹시 자동차의 휘발유가 얼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간혹 있죠. 석유를 냉장고에 넣는다면 얼음처럼 단단하게 얼릴 수 있을까요? 물이 섭씨 0도에서 얼음이 되듯이, 석유도 어는점에 도달하면 얼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온도가 얼마나 내려가면 얼까요?

일반적으로 물질이 어는점에 도달하면 얼기 시작합니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물의 경우 어는점이 섭씨 0도인데요. 온도가 0도에 도달하면 물이 얼음이 되기 시작하고 영하 1도에서 영하 5도까지 물이 단단한 얼음으로 변하죠. 하지만 석유는 지구상에서 액체, 기체 또는 고체 형태로 변하는 복잡한 탄화수소 혼합물입니다. 실제로 석유에는 천연가스와 타르 모래에서 발견되는 역청으로 알려진 점성이 있는 고체 형태도 포함됩니다. 흔히 우리가 원유라고 부르는 상태는 액체 형태죠.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휘발유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휘발유는 필요에 따라 혼합되는 여러 화합물의 혼합물이죠.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탄화수소, 첨가제의 혼합물로 구성된 정제된 석유 제품입니다. 탄화수소는 분자당 5~12개의 탄소 원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휘발유는 한 종류의 분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탄화수소의 혼합물이기 때문에 단 하나의 어는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구성 요소는 서로 다른 결빙 온도를 가진다는 것이죠. 알코올이 먼저 얼고 벤젠과 같은 방향족 탄화수소는 드라이아이스보다 낮은 온도에서 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얼리기 위해서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의 냉각이 필요합니다.

북극 기후에 산다면 휘발유가 얼까요?

과학적으로 연구된 내용을 보면, 휘발유의 어는점은 영하 50도 이하입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영하 70도, 영하 100도 등 다양한 어는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휘발유의 성분에 따라 어는점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일반적인 지구상의 거주 환경에서는 휘발유가 얼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이처럼 휘발유의 어는점이 매우 낮아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얼음이 얼지 않지만, 북극이나 남극대륙, 시베리아와 같이 매우 추운 지역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극 지방은 겨울 동안 기온이 영하 90도 가까이 떨어질 수 있고, 시베리아는 겨울 평균 최저 기온이 영하 40도에 달합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휘발유에 특수 첨가제가 넣어서 동결을 방지합니다.

휘발유와 달리 디젤의 경우 더 높은 온도에서 얼기 때문에 더 많은 부동액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디젤 트럭을 사용할 경우 종종 추운 날에 엔진을 공회전시켜서 충분히 예열을 시키는 이유죠. 휘발유나 석유는 냉각 방식도 물과 다릅니다. 얼음과 같은 딱딱한 물질로 변하는 대신, 두껍고 젤 같은 왁스 형태로 변합니다. 석유가 냉각이 될 경우, 액체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서 연료 시스템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