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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50년 후 정말 고갈되나?

우리는 기름을 넣은 차로 이동을 하고, 석유로 만든 것을 입고 쓴다.
이처럼 모든 일상엔 석유와 관련된 것들이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석유가 없는 삶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50년 후면 석유가 고갈된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어왔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국제적 분쟁과 공급 부족 우려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고 에너지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요즘,
유가상승으로 인해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석유 고갈론과 석유 매장량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보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늘 빗나가는 석유 고갈론?

석유 고갈론 중 대표적인 것은 1956년 지질학자 킹 허버트(King Hubbert)에 의해 제안된 피크오일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유한한 석유는 생산량이 늘어나 피크 생산량에 도달한 후 점차 감소하여 더 이상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고갈된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피크 생산량 시기가 1970년대로 예측되었다가 이후 1980년, 2000년 초, 2040년 등으로 미뤄졌으며, 일부에선 이미 그 시기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피크오일 이론은 제한된 한 지역에 적용하면 매우 타당하다. 한 지역에서 석유가 처음 발견되면 추가적인 탐사에 의해 새로운 유전이 개발되면서 생산량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석유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유전을 찾지 못한다면 생산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 이론은 해당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석유 탐사와 생산 그리고 기술의 발전을 고려하지 못한 탓에 예측한 피크오일 시기가 매번 빗나가게 되는 한계가 있다.

석유 매장량은 얼마나 될까?

석유의 일일 생산량과 매장량은 석유 E&P 회사 자산가치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세계석유공학자학회(SPE)를 중심으로 개발한 석유자원관리시스템(이하 PRMS)으로 매장량을 정의하고 분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국제 PRMS에 근거하여 ‘국내 석유자원량 분류체계의 표준화’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량은 구체적으로 분류되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간단히 정의하면 이해가 쉽다. 불확실성 없이 그 지역에서 사용되는 보통의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확률이 90% 이상이면 확인 매장량, 50% 정도이면 추정 매장량, 현재 조건으로 생산되기 어려워 생산 확률이 10% 이내면 가능 매장량이 된다.
우리가 늘 언급하는 매장량은 ‘확인 매장량’을 뜻하며, 2021년 BP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원유의 매장량은 1조 7,300억 배럴, 천연가스는 188조 입방미터이다.

왜 석유매장량은 매년 50년 인가?

매장량은 정의에 따라 조건이 변하면 그 양도 변하게 된다. 변화 조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새로운 유전의 발견, 유가의 상승, 개발비용의 감소, 기존 유전에서 추가적인 정보의 취득, 기술의 발달 등으로 증가하고 환경 및 정부 규제에 따라 감소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 원유 매장량이 1조 7,300억 배럴이라 하면 그 양이 몇 리터나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50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양, 즉 가채연수로 표현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매장량은 계속 변하는데 왜 석유의 가채연수(또는 고갈연수)는 변화가 없을까? 그 이유는 바로 석유 E&P 회사가 회사의 존립과 원활한 경제활동 지원을 위해 40~50년간 생산할 수 있는 석유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석유 E&P 회사는 확인 매장량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추가적인 탐사를 통해 새로운 유전을 찾거나 기존의 추정 및 가능 매장량을 확인 매장량으로 편입하는 과정을 매년 반복한다. 따라서 지난해와 올해, 그리고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선진국의 석유 소비는 비교적 일정한 반면 신흥국은 경제성장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석유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따라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은 지난 30년간 계속 증가했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매년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공급해야 하는 석유 E&P 회사의 입장에서는 매장량을 추가로 확보해 결과적으로는 매년 동일한 가채연수를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이다.

연도 원유, 배럴 원유 가채년수 가스, 입방 미터 가스 가채년수
1997 1조 3,010억 48 138조 57
2010 1조 6,370억 54 180조 57
2020 1조 7,320억 54 188조 49

만약 석유가 없어진다면?

에너지 전망을 발표하는 많은 기관에서도 원유와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석유의 상대적 비율은 감소할 수 있지만, 총사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석유가 고갈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까? 획기적인 대안 에너지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석유가 없이는 우리의 미래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계속되는 기술발전과 극지와 심해를 포함한 미탐사 지역 그리고 부존량이 많은 비전통 석유 자원을 생각하면 필자는 향후 200년 이상 석유가 주력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최종근(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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