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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기업의 ESG 경영, 생존을 위한 ‘기본기’

2022년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ESG 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 경영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인터넷, 언론매체 등을 통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오늘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좌우하는 척도는 매출·수익률과 같은 재무적 요소다. 그러나 지금은 ESG가 재무적 요인을
뛰어넘는 기업의 투자 및 평가 기준이 되는 추세다. ‘환경’은 기후변화 대응, 탄소배출 저감, 자원 재활용, 청정기술 개발 등이 포함된다.
석유기업들이 친환경에너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는 노동환경 개선, 사내 인권존중 및 고용 평등에 관한 지표다.
여기에 발맞춰 기업들은 안전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른바 ‘사내정치’ 근절에 나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는 투명한 기업 운영 및 반부패 경영 등
회사 운영에 관한 것으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재무적 역량이 높은 기업이라 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기업들

ESG가 기업 운영에 필수 요소가 되면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전제로 사업 계획을 수립, 실행하고 있다.
특히 석유기업들이 적극적으로 ESG 경영에 동참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수소, 해상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 참여를 들 수 있다. 사업 타당성 검토에서 환경에 대한 고려가 후순위였던 예전과 반대로 현재는 환경을 1순위로 정하고 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중심이 이동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석유업계가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주된 이유는 금융과 관련돼 있다.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BlackRock’은 화석연료 매출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한편, ESG 경영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금융권에서는 ESG 경영지수를 투자 심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석유기업들은 사업 특성상 PF(프로젝트파이낸싱)과 같은 대규모 금융 투자가 필수인데, 친환경 사업의 부재는 물론 중대한 사내 갈등, 성차별, 비리·부패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ESG 경영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며, 이는 투자 축소로 직결된다. 결국 ESG 경영은 윤리적 차원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요구’인 것이다.

메이저 기업의 ESG 경영 현황은?

그렇다면 이쯤에서 메이저 석유기업들과 국내 정유사들은 이런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주력해왔던 화석연료 관련 사업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앞서 설명한 수소, CCS,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특히 메이저 기업들은 신규 유전 개발을 축소하면서 해상풍력단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굳이 ESG 경영이 아니더라도 석유기업들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모색했을 것이지만, ESG 경영이 이같은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한 것은 사실이다.
메이저 기업 중에서는 쉘(Shell)이 ESG 경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쉘은 자사가 운영하는 정유공장의 1/3을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ESG 경영을 통해 핵심 사업을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옮겨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쉘은 최근 영국 스코티시 파워와 손잡고 북해 해상풍력 사업에 7,500만 파운드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러시아산 원유 제재 조치에 대응하고 ESG 경영성과도 확보하는 1석 2조의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활동도 눈에 띈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주영규 부사장을 2월 28일부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고, 국내 해상풍력 사업에 보다 집중할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3월 14일 남부발전과 울산 65km 먼바다에 1.3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이같은 행보를 증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메이저인 액손모빌(ExxonMobil)의 경우 기후 변화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으며, 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에 ESG 경영을 신규 사업 발굴의 기회로 삼고, CCS 및 바이오연료 기술 개발 투자에 나서는 등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토탈(Total), BP(British Petroleum)와 같은 타 메이저 석유기업 역시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이다.

석유공사와 국내 정유사, ESG ‘무한경쟁’

국내에서는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공격적인 ESG 경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 S-Oil과 같은 대형 정유사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울산시 및 유관기관·기업들과 손잡고 부유식 해상풍력에 참여하고 있는 석유공사는 다양한 에너지 신사업을 통해 탄소중립과 저탄소 경제를 실현한다는 비전을 실천해 나가는 중이다. 이와 함께 안전 확보를 위한 설비 개선, 본사가 위치한 울산 지역사회에 다양한 지원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부산물인 탈황석고 및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탄산화 제품을 생산하는 CCU 설비를 올해 대산공장 내에 구축한다. 이를 통해 연간 50만 톤에 이르는 탈황석고를 재활용, 연간 12만 톤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정유사업 비중을 2030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블루수소’ 생산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역시 수소경제 구축 동참을 선언한 S-Oil은 지난해 730억 원을 투입, 석유제품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배출 저감시설을 구축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탄소중립(Carbon Neutral) 원유’를 도입했으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을 통해 자원효율 증대와 순환경제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향후 ESG 경영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SG 경영은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기본기’다.

글권준범 기자(에너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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