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나 체질적 이유로 혹은 환경에 대단한 관심이 있는 소수가 채식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다르다.
환경, 동물보호와 같은 윤리적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젊은 세대로부터 ‘핫’한 소비 트렌드가 된 것.
바야흐로 ‘비건’의 시대가 열렸다.
‘고기를 안 먹는 것이 지구 온난화를 막는 일’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는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것보다 고기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소고기 1kg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승용차가 250km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축은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소고기 생산을 위한 사육, 분뇨 처리 과정 등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채식을 하는 것이 완벽히 지구를 지키는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어려운 ‘아보카도’와 같은 수입식품은 해외에서 재배하고 항공편이나 선편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운송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를 위한 가장 좋은 채식은 가까운 시장에서 지금 계절에 생산되는 우리의 주변의 것들을 소비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채식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처음부터 ‘채식만’ 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너무 극단적인 채식은 오히려 굳건하게 마음먹은 결심을 쉽게 무너뜨리기도 한다. 세계채식연맹(IVU)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육지 동물은 물론 바다나 강에 사는 물고기도 먹지 않는 사람들. 단, 우유나 계란은 취향대로 섭취할 수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채식하는 사람들, 즉 채식주의자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을 말하며, ‘비건(vegan)’은 채식주의자가 실천하는 채식의 한 단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채식을 결심했다면 체질에 따라 상황에 따라 7가지 채식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먼저 가장 자유로운 채식은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으로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준채식주의자를 이른다.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은 채식을 하면서 우유·달걀·생선·닭고기까지 먹는 준채식주의자를,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은 채식을 하면서 유제품, 가금류의 알, 어류는 먹는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vegetarian)은 채식을 하면서 달걀이나 우유, 꿀처럼 동물에게서 나오는 음식은 먹는 채식주의자, 오보 베지테리언(ovo-vegetarian)은 육류·생선·해물·우유·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달걀은 먹는 채식주의자, 락토 베지테리언(lacto-vegetarian)은 육류와 어패류, 동물의 알(달걀 등)은 먹지 않고 우유, 유제품, 꿀은 먹는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마지막으로 비건(vegan)은 완전 채식주의자로, 육식을 모두 거부한다. 즉,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동물의 알, 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을 일절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다.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이들은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에 걸쳐 동물성 재료와 성분이 들어간 음식은 물론 그러한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나아가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동물 쇼 관람 등도 거부한다. 이처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삶의 방식을 ‘비거니즘(veganism)’ 이라 한다. 비거니즘은 내가 살아가는 환경과 세상, 생명 존중의 관점에서 나와 우리, 동물과 지구 모두가 잘살아가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개념을 뜻하기도 한다.
2008년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5만 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205만 명으로 증가했다. 국내뿐 아니라 채식 문화가 전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르고, 채식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채식주의자의 한 단계인 비건(vegan)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비거노믹스(veganomics)’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전 세계적인 ESG 경영 흐름에 따라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분명 제약은 존재하지만 이미 익숙한 식품은 물론 영양제, 주류, 화장품, 의류, 소품까지 다양한 분야로 점차 확장되며 다양한 시도와 변화가 일고 있다.
채식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실천이 어려웠다면 먼저 ‘채식은 먹을 것이 없어’라는 편견을 버려보도록 하자. SNS에 ‘비덩주의’, ‘나의비거니즘일기’ 등만 검색하더라도 놀랍도록 다채롭고 풍요로운 채식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나와 지구를 위한 ‘비건’. 완벽하진 않더라도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