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On

나를 ‘성장’하게 하는 것
내 주위의 ‘자연’입니다

김용택 시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에겐 시다.
달이 뜬 근사한 밤이, 하얀 눈송이처럼 피어나는 섬진강의 매화꽃이, 새로 오는 봄이, 스치는 작은 바람결까지도 모두 시가 된다.
매일, 아니 수십 년 보아온 풍경인데도 그에겐 늘 새롭다. 아니, 늘 새롭게 보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어쩌면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발견하는 힘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지루한 동면을 마치고 촘촘히 피어난 노오란 생강나무꽃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Q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저는 늘 그렇듯 잘 지냅니다.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하고,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터넷 뉴스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정치, 연예, 예능, 스포츠, 영화, 문화 예술, 미술 등 가릴 것 없이 두루 살펴봅니다. 아, 자동차도 제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예요. 자동차는 우리 인류 문명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것이잖아요? 어떤 자동차가 만들어지냐에 따라 지금의 기술 발전 정도와 앞으로 인류가 추구하는 일상이 어떤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어요. 인터넷 뉴스를 본 후에는 책도 읽고, 전날 고민했던 글이나 쓰고 있는 시를 손보기도 하고요. 매일 빼먹지 않는 일 중 하나는 전날 있었던 일을 짧게라도 일기로 쓰는 거예요. ‘새로운 새가 날아왔다거나, 개구리가 울었다거나….’ 남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 모르지만, 제겐 아주 중요한 일이죠. 제 시는 자연으로부터 나오니까요. 그리고 산책도 즐겨 합니다. 요즘엔 제가 좋아하는 원앙과 오리가 짝짓기하는 시기예요. 자연의 섭리대로 매년 반복되는 일들이지만, 늘 새로워요. 그래서 저는 자연을 관찰하며 산책 시간이 참 즐겁습니다.

Q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지금도 살고 있는데,
혹시 다른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곳에서 태어나고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퇴직해도 여기서 쭉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게 어디서 사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요즘 사람들이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디서 사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디서 사느냐보다 제가 사는 곳이 중요해요. 그곳이 어디든 지금 사는 곳을 애정 있게 바라보는 것, 할 수 있는 영역과 범위 내에서 삶을 꾸려가는 것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같은 곳에서 늘 새로움을 발견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 관심 있게 보는 편이에요. 새소리가 나면 문을 열고 어떤 새가 날아와 우는 것인지 살펴보고, 관찰해요. 오늘은 나무에 새순이 돋았는지, 바람은 어떠한지…. 강물과 구름, 비, 꽃, 동물 이러한 자연이 다 제 관심 대상이죠.
오랜 시간 한곳에서 살다 보니 익숙한 것들도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반드시 새로움이 있어요. 자연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 같지 않으니까요. 제가 새로움을 발견한다기보다 자연이 늘 새로울 뿐이에요. 저는 그저 보여주는 것을 관심과 애정으로 바라보는 것일 뿐이고요.

Q

사람들이 ‘섬진강 시인’이라고 표현하는데, 어떤가요?

섬진강이 흐르는 강 언덕, 이곳 진뫼마을에서 나고 자랐어요. 방문을 열면 시선이 가는 곳에 늘 강이 있었고요. 그 방의 이름이 마루에 앉아 강물을 바라본다는 뜻인 ‘관란헌’이예요. 계절마다, 아침저녁으로, 낮과 밤으로 변화무쌍한 강의 모습을 보며 영감을 얻었어요. 시인이 돼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때 보고 느낀 강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었더니 그게 시가 됐어요. 글마다 ‘섬진강’이 나오다 보니 시집 제목을 <섬진강>으로 지었고, 섬진강 연작을 쓰면서 섬진강 시인이라고 사람들이 불러주더라고요. 다 자연스럽게 흘러온 일이에요. 저는 사람들이 섬진강 시인이라 불러주는 게 기분이 참 좋아요. 한 사람이 자기가 태어나 자라고 사는 곳의 지명이 이름 앞에 붙는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잖아요.

Q

시인님에게 섬진강은 어떤 존재일까요?

제 손과 발이자 제 눈이고 제 몸이죠. 그리고 저의 정신과 마음이기도 해요. 작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강 건너 산책을 하러 갔어요. 그리고 갔다 와서 보고 느낀 걸 1년 동안 글로 썼죠. 사람들은 이 조용한 시골 마을이 답답하지 않냐 묻기도 하는데, 이곳에선 늘 신비롭고 놀라운 일들이 벌어져요. 감당하기 벅찬 순간이 자연 속에서 일어나거든요. 이런 감동은 인간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인간도 곧 자연이니까요. 이곳의 강과 나무, 돌과 바위, 노니는 동물이 제겐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책인 셈이죠.

Q

마음을 동요케 한 가슴 벅찬 순간을 기억하나요?

많았겠죠. 하지만 지나간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이 중요하죠. 오늘 아침에는 생강나무꽃을 봤어요. 지난해에도 분명 피었을 텐데, 오늘은 꽃과 그 꽃을 피워낸 가지가 제 눈에 쏙 들어왔어요. 그런 일들이 저한테는 늘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에요. 지나간 일이 아니라 지금 일어난 일들이요.

Q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시인님의 시를 보면 자연에 빗댄 사랑에 대한 표현이 담담하면서도 아름다워요.
시인님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보통 사랑은 남과 여, 개인과 개인 간의 감정에서 시작하죠. 가족이 아닌 타인을 좋아하는 거잖아요.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다 보면 그 사람을 귀하게 보게 되고요. 그런데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사랑을 하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럼 그 모든 사람이 다 귀한 거죠.
사실 사랑이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크게 보면 사회적이에요. 연애의 감정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사랑하는 마음을 얻게 되잖아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국가를 넘어 세계와 인류를, 자연을요.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얻는 것이 바로 한 사람을 사랑하는 연애 감정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그러니 그 작은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해요. 사랑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Q

‘환경’,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지구의 일>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이 지구의 일을 방해하면 안 돼”라고
어려운 환경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는데요.
시인님께서 생각하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가 자연스럽게 먹고사는 이 모든 일이 지구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지구가, 자연이 하는 일을 방해한다는 것은 자연을 죽이고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자연이 죽으면 자연의 한 존재인 인간도 죽게 돼요. 자본이 우리의 삶을 안락하게 하고 편안하게 했지만, 우리가 살아가야 할 자연이 무섭게 파괴하기도 했죠. 생태학적으로 생명의 순환과 생태의 고리가 끊기면 인간에겐 어마어마한 불행이 시작돼요.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자연스러운 지구의 일을 인간이 방해하고 파괴하면 안 된다는 아주 간결한 문장이지만, 그 속엔 자본과 발전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결코 쉬운 이야긴 아니죠. 자연 앞에서 우린 조금 더 겸손해지고 욕심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고 존경이죠.

Q

봄날이지만, 사회는 여러모로 어수선해요.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격려 메시지가 있다면요?

지금 우리 사회가 여러모로 심란하고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지금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오래전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한 팬데믹이 일어났을 때, 도시가 셧다운 되자 뉴턴은 고향에 내려가 2년여의 시간 동안 과학과 철학에 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수학, 광학, 천문학, 물리학 등에서 중요한 것들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때 발견한 미적분법, 광학, 만유인력의 법칙은 오늘 날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모든 것이 멈춘 것 같던 그 팬데믹 시간에 이뤄낸 성과에요. 암흑 같던 시간이 뉴턴에겐 창조의 시간이었던 거죠. 뉴턴이 “발견에 있어서 전성기를 이루었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도 이 시간을 창조의 시간으로 활용해 보았으면 해요.

Q

마지막으로 환경, 그린에너지 등이 중요 이슈로 떠오른 만큼 석유공사에서도
해상풍력, 그린암모니아 등 자연에서 비롯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한창입니다.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현재까지 인류가 살아가는데 가장 큰 에너지가 석유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요. 다만,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고요. 그 일선에 서 계신 석유공사 직원분들은 우리 인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에너지가 지구와 우리 인류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 일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글왕보영      사진Studio K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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