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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CCS’와 ‘해상풍력’
석유기업의 미래가 되다

석탄, 천연가스와 함께 대표적인 화석연료로 꼽히는 석유는 국가 기간산업은 물론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필수적인 자원이자 에너지원으로,
지금도 전 세계에서 널리 개발·이용되고 있다. 휘발유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 석유는 인류 문명을 지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요가 늘면 공급도 증가하는 법이다. 각국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유전(油田) 개발에 나섰고 심지어 이를 쟁취하기 위해
국가 간 무력 충돌도 빈번히 일어났다. ‘오일 머니(Oil Money)’로 불리는 중동지역 국가들의 엄청난 부(富)는 대부분 석유로 인해 축적된 것이다.
소위 ‘석유 메이저’에 속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 담으며 덩치를 키워 왔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세계적인 탈(脫) 탄소 움직임은 석유 기업들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고,
더 이상 전통적인 사업 방식만을 고수하기 어렵게 된 석유기업들은 탄소중립과 친환경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석유기업, CCS와 해상풍력에 꽂히다

현재 석유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와 ‘해상풍력’이다.
CCS는 말 그대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별도로 저장하는 것이다. 석탄 또는 LNG 발전소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양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석유기업들의 입장에서 CCS 사업은 중국이 점령하고 있는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하고, 신규 진입 시 리스크가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 눈여겨볼 것은 CCS 기술이 장기적으로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석유기업들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이미지를 변신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주력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CCS에 앞으로 더욱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규모 해양 자원 개발에 풍부한 강점을 가진 석유기업들에게는 해상풍력 역시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해상풍력은 해저에 지지대와 같은 구조물을 설치하는데, 석유·가스 시추 경험이 풍부한 석유기업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친환경 행보는?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토탈에너지는 멀티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영국에서 개발 및 건설 중인 다수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코틀랜드의 2GW 해상풍력단지 개발에 착수했다.
BP 역시 영국의 주요 위치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에서 2.9GW, 아일랜드해에서 3GW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약 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엑손모빌은 향후 6년간 CCS 기술 개발에 1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공업, 상업 운송, 발전사업 등 온실가스 배출에 비중이 큰 산업을 대상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둔 저탄소 솔루션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130만 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 비용을 낮추는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다른 메이저 기업인 쉘은 한국의 해상풍력단지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쉘이 지분 80%를 보유한 합작법인 ‘문무바람’은 지난해 9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울산시에서 약 65km 떨어진 수심 150m 해역에 총 1.4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쉘은 한국 정부의 해상풍력 확대 정책, 지자체(울산시)의 의지, 국내 풍력 기업들의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장성을 판단했다.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도 국내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석유·가스 분야에서 역량을 보유한 에퀴노르는 세계 최초의 상용 부유식 해상풍력단지인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의 개발, 운영을 통해 부유식 해상풍력 선도 기업으로 손꼽힌다. 현재 석유공사, 동서발전 등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과 손잡고 울산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친환경 흐름에 몸 맡긴 국내 기업

글로벌 석유기업이 CCS, 해상풍력에 집중하는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한국석유공사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CS 통합실증 모델 개발’ 연구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며 CCS 사업의 성공적 수행에 핵심 역할을 맡았다. 석유공사는 20여 년간 동해가스전 운영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적 역량을 활용해 2025년부터 연간 4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주입·저장한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 한국조선해양,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전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한다.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기술은 물론 이산화탄소 유출 방지를 위한 안전 및 환경 분야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융·복합 사업으로 석유공사의 역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부유식 해상풍력 선도 기업인 에퀴노르, 울산에서 함께 둥지를 틀고 있는 동서발전과 손잡고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 역시 참여기업들의 역량과 울산시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에 힘입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석유공사는 국영석유기업의 고유 업무인 석유개발 및 비축업무와 함께 석유기업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내 정유업계도 탄소중립 바람을 타고 친환경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있으나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정유사업의 매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블루 수소 등 미래 먹거리에 더욱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S-OIL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수소를 선택했다.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수소 산업 전반의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존 자사의 공장 연료를 수소로 전환하고, 중질유 분해·탈황 등의 생산 공정에 청정 수소를 투입하는 등 자체적으로 수소 수요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공사와 함께 동해가스전 CCS 사업에 참여하며 ‘그린비즈니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활용해 울산산단 내 수소 플랜트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밖에도 연료전지, 태양광 및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전기차 충전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다각적인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탈 탄소 흐름에 부응한 석유기업들은 저마다 각자의 특기와 역량을 살려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석유회사들은 지하 심부 지층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으며 석유 생산을 위한 해상구조물 설치와 운영 경험이 있어 CCS와 해상풍력 사업 진출이 용이한 것이 강점이다. 대규모 자본과 기술, 경험을 갖춘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친환경 에너지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권준범 기자(에너지신문)      사진 에퀴노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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