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Focus

2022년 석유산업 전망 키워드

코로나19 팬데믹에 기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탄소중립을 위해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은 글로벌 에너지 지형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중동, 아프리카, 러시아 등 주요 석유생산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은 석유공급의 교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전통 화석에너지를 다루는 석유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2년 글로벌 석유산업 전망을 5개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에너지전환 속도 논란과 석유안보 재등장

2022년에는 에너지전환 속도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석유안보(oil security)가 다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추진이 본격화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반면에 지난해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에너지 수요는 빠르게 회복되는데, 이에 부응한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급 부족의 근본 원인은 에너지전환 시기에 나타난 화석에너지에 대한 투자 부족에 있다. 에너지전환이 석유안보를 위협하는 셈이다. 석유안보는 적정한 가격에 충분한 석유공급을 유지하는 것으로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위해 긴요한 과제다. 결국 장기적 관점의 목표인 에너지전환과 단기적 관점의 목표인 석유안보가 서로 충돌하게 된 것이다. 에너지전환과 석유안보 사이의 힘겨루기는 석유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기업들의 ESG 경영 강화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ESG 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란 기업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을 말한다.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적 영향이 큰 석유산업에서 ESG는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석유기업들이 ESG 경영을 통해 단기 수익성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투자자들로부터의 ESG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재무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투자보다 ESG를 감안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줄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석유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장기적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는 정도를 넘어서 탄소 저감을 위한 단기적이고 세부적인 자본지출 계획까지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석유생산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탄소 배출(Scope 1, 2)은 물론 판매 제품의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Scope 3)에 대한 감축 요구도 강해질 것이다. ESG에 대한 요구는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주주와 소비자들에게서도 더 강해질 것이다. 주주들은 환경운동단체와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소비자들은 ESG 성과를 바탕으로 특정 기업 제품의 구매를 선호하거나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세계 석유수요는 수송부문의 전력화(electrification)가 진전되는 와중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4.4%로 예상했다. 이렇게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하면 2022년 석유수요는 지난해보다 하루 약 3.4백만 배럴 증가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소비량(하루 99.5백만 배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루 5.5백만 배럴 증가에 이어 올해도 괄목할만한 수요 증가다.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한 휘발유와 경유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수요가 부진한 상태인 제트유 등 여타 석유제품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로는 양대 석유소비국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아시아 신흥국들의 수요 증가가 세계 석유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계 석유정제시설은 정제마진이 급속히 하락했던 2020년과 2021년에 노후 시설의 폐기와 신규 시설의 건설 지연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2022년에는 석유수요 증가와 함께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하류부문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류부문 자본투자 확대와 미국 원유생산 증가

상류부문의 E&P(탐사 및 생산) 투자가 확대되고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도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Rystad Energy에 의하면, 미국 셰일오일 자본투자는 2021년 6,980억 달러에서 2022년 8,340억 달러로 19.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발생과 저유가로 급감했던 투자가 유가 상승과 더불어 상당 부분 회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은 투자자 배당 확대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과거 유가 상승기에 비해서는 생산량 확대를 위한 시추 투자를 억제하는 모습이다. 미국 원유생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시추기 수는 2020년 9월 179기를 저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서서 2022년 1월 2주 492기가 가동되고 있다. 미국의 원유생산은 2021년에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2년에는 전년 대비 하루 70만 배럴 증가가 예상된다. 천연가스액(NGL)과 바이오연료 등을 포함하면 2022년 미국의 총 공급은 전년보다 하루 120만 배럴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지 않은 규모의 공급 증가다. 그렇지만 예상되는 세계 석유수요의 증가폭을 고려하면, 미국 셰일오일이 종전의 유가 상승기에서와 같이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들의 시장 영향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OPEC의 여유 생산능력 축소

2022년에는 OPEC이 보유한 여유 생산능력(spare capacity)이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의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유 생산능력이란 생산 가능한 설비능력에서 실제 생산량을 뺀 것으로, 통상 3개월 이내에 생산을 시작해 상당 기간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설비능력을 말한다. 여유 생산능력은 원유를 생산하는 모든 국가가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생산량 조절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는 OPEC의 주요 국가들만 보유한다. OPEC은 기존의 감산 완화(증산) 계획에 따라 2022년에도 매월 일정 규모의 증산을 시행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여유 생산능력은 점차 축소될 것이다. 에너지정보업체 EI는 2022년 12월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을 하루 3백만 배럴로 예상했다. 하루 1억 배럴에 육박하는 세계 석유소비량과 비교하면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렇게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국제 석유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이 발생했을 때 이를 대체해서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한 시기에는 원유 구매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석유시장에서 발생하는 조그만 사건과 사고에 의해서도 곧바로 유가가 상승한다.

글이달석(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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