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지만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교수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살갑다. 때론 작가보다 더 열심히 출간하고,
방송인보다 더 뛰어난 입담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것만 하더라도 하루가 모자랄 것 같은데 최근 유튜버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추가했다.
늘 다양하고 새로운 것을 즐기는 건축가 유현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은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세상에 없던 건축을 마다하지 않는 혁신에 가까운 사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설계나 수업 준비, 방송이나 글쓰기 모두 달라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일의 핵심 코어에는 ‘건축’과 ‘설계’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좋아하는 건축을 말로 풀면 강연이나 방송이 되는 것이고, 글로 정리하면 책이 됩니다. 그러니까 표현하는 매체나 결과만 다를 뿐 이 모든 일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죠.
맞아요. 강연이나 방송 등은 제가 초대받은 손님이잖아요. ‘이 이야기는 방송에 꼭 나갔으면 좋겠다’ 하는 내용이 편집되는 경우도 있고, 의도와는 다르게 편집되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유튜브 채널은 제가 편집권을 가지고 있으니 모든 면에서 자유로운 편이죠. 논문 쓰는 것처럼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와 주제를 마음껏 늘어놓을 수 있고요. 그런 면에서 굉장한 자유를 찾은 것 같아서 왜 진작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또 우려와는 다르게 많은 분들이 제 채널과 콘텐츠를 좋아해 주셔서 힘이 나는 부분도 있고요. (웃음) 콘텐츠를 기획할 때 주로 친구나 지인이 재미있어하거나 관심 둘 만한 이야기를 정하는 편인데, 그런 기획이 구독자분들에게도 통한 것 같아요.
최근에 가장 반응이 좋아 올리고도 흐뭇했던 콘텐츠 중 하나는 ‘인간을 위한 도시 인프라 제안’이라는 영상이에요. 해당 편에서 지상의 물류를 지하로 내려보내면 물류는 속도를 얻고 사람은 공간을 얻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물류 터널 이야기예요. 저는 물류 터널이라는 새로운 인프라와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해당 기술과 관련한 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날 것이고 일자리가 창출되어 내수 사업도 키울 수 있고, 나아가 물류 시스템을 완성하면 세계 고밀도 도시에 해당 시스템을 수출할 수 기회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여기에 이러한 기술 혁명은 계층 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되어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는데 많은 분이 제 의견에 공감해주시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댓글을 달아주시더라고요.

넓은 공간이요. 개인이 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가장 필요한데, 대부분의 사람은 사적인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럴 때일수록 공짜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도시라고 가정한다면, 도시 1층 부분에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도서관이나 공원 같은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으면 해요.
미국 뉴욕의 경우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원이 있고, 공원에서 공원으로의 이동이 도보로 평균 10분 남짓이에요. 당연히 벤치도 많고요. 공원은 정치 성향, 소득 수준, 성별, 나이,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쉬어갈 수 있고 산책할 수 있으며, 샌드위치를 먹거나 공연이나 영화를 공짜로 볼 수도 있죠. 이처럼 다양한 이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은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융합의 공간이기도 해요. 이러한 공적인 공간은 많을수록, 그리고 넓을수록 좋겠지만 땅은 늘 부족하죠. 그래서 제가 내는 의견 중 하나는 공원은 사각형보다는 선원형으로 구성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을 융합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많은 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크기보다 촘촘히 분포되어 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요. 제가 방송이나 강연, 그리고 책에서도 늘 이야기하지만 1만 평짜리 공원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 1천 평짜리 공원을 10개 만드는 것, 100만 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 1만 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을 100개를 만드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잘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에요. 땅과 돈을 주고 의뢰한 건축주의 마음에 드는 설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모두가 화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더 좋지 않겠어요? 예를 들어 바닷가 앞에 카페를 짓는데, 그 건물이 지어진 후에는 해당 건물로 들어가야만 늘 보던 바다를 볼 수 있다면 이기적인 건축물이라 할 수 있겠죠.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제가 할 일은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효율적인 설계로 건축주를 설득하는 것이죠. 저는 ‘화목한 공간’을 만드는 건축을 추구해요, 설명하자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지 않는 행복한 공간, 값으로 결정 나는 공간이 아닌 값으로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이죠. 좋은 관계를 만들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건축을 만드는 것, 그것이 건축가의 역할인 것 같아요.

일란성 쌍둥이라도 성격이 다르듯 세상엔 똑같은 사람 없이 다양하잖아요. 사람은 다양한데 건축물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저는 모두에게 하나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는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다양한 공간에서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섞였을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파트나 학교가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공간이거나 여러 이들이 융합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 같아요.
건축에서는 지난 150여 년간 이렇다 할 기술적 혁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두 가지 큰 변화가 생겼죠. 하나는 3D 프린트라는 재료와 구축 방식의 변화고, 또 하나는 고층 목구조의 등장입니다. 3D 프린트 기술을 이용하면 건축 속도를 빠르게 진행할 수도 있고, 최소한의 재료로 건축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줄일 수 있어요. 다만, 이 방식이 상용화되려면 산업 생태계의 변화나 기술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여요. 목구조는 나무 기둥과 보를 이용해 짓는 것으로, 부분적으로 보수가 쉬워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기술의 발전으로 내구성은 물론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새롭게 재평가받고 있죠.

혁신적인 사회를 위해 건축가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두 가지라고 생각 돼요. 첫 번째는 다양성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이고 두 번째는 돈 안 내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된다는 것이에요. 제가 만약 재건축한다고 하면 주택 틈새 공간이나 버려진 빈터 등을 이용한 이른바 ‘포켓 파크(Pocket Parks)’라고 불리는 소공원을 많이 만들고 1층 코너에는 도서관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이도록 설계할 것 같아요.
석유를 베이스로 문명을 구축한 지 이제 100년이 넘은 것 같아요. 석유가 있었기 때문에 에너지가 확보됐고 그로 인해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이뤘고 삶이 윤택해졌죠. 그런데 우리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포스트 석유 시대를 생각할 때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석유공사의 동해가스전 사업이나 그린 암모니아 관련 사업은 정말 환영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평소에서 정말 많이 하는 것인데, ‘반대로 생각하기’를 권하고 싶어요. 남들이 옳다고 할 때 한 번쯤은 의심하고 반대편에 서서 생각해 보는 것이죠. 그러면 사고의 폭이 굉장히 넓어져요. 긍정적인 의심은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돼요. 늘 긍정적인 의심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는 석유공사 직원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글왕보영 사진 Studio K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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