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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석유산업의 현재와 미래

우리는 자연재해나 이상기후 뉴스를 접할 때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실감하며 때로는 직접 겪기도 한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면 해수면의 상승과 더불어 기온의 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 그리고 파괴력이 큰 이상기후가 더 자주 발생하게 된다.
자연에서 많은 것을 얻던 시대를 지나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 제공자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온실가스 감축, 선택이 아닌 필수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과 온실가스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공학자이면서 발명가인 영국인 캘런더(G.W. Callendar)는 기상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당시 과거 50년간 측정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1938년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일부 과학자들과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 의해 제기되던 기후변화 이슈는 1988년 유엔 산하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설립되면서 자의든 타의든 모든 국가가 관련된 문제가 되었다. IPCC의 계속된 활동으로 교토의정서(1997년)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이전하거나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하여 효율적인 감축을 위한 시장 제도를 도입했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상징성은 우수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참여하지 않거나 감축의무가 없는 국가들로 인해 여러 한계가 있었다.
그 후 수년간 계속된 국가 간 협의에 의해, 2015년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파리협정에서는 모든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감축량을 결정하여 보고하고 이를 점검하며 5년마다 더 진전된 감축 목표를 세우도록 합의했다. 이를 통해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하여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 보다 아래로 유지하면서 1.5℃로 억제하도록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 배출전망치의 37%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탄소중립,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최근에 많이 듣는 뉴스 중의 하나는 ‘탄소중립’으로, ‘넷제로’, ‘탄소제로’ 등으로도 불린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고 배출된 가스량과 흡수 또는 제거되는 가스량을 같게 하여 실질적인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제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이 실현되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양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게 된다. 식물의 광합성으로 흡수되는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나머지 이산화탄소는 인위적으로 활용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다른 원료로 전환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비용도 비싸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7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계획들을 세우고 또 실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공정과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적용하며 석탄발전을 줄이고 이산화탄소의 포집·활용·저장 기술(이를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라고 한다)로 직접 저감하려고 한다. 정부는 2030년부터 연간 400만 톤을 지하에 저장할 계획이다.

석유기업,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기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눈으로 보이는 생태계의 변화는 탄소중립에 대한 당위성을 더 명확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탄소 국경세가 부가되면 수출 중심의 경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수출품의 가격이 그만큼 증가하므로 큰 영향을 받게 될 수 있어, 이제는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인 선도가 필요한 시기이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하에 저장하는 것이다(이를 CCS, carbon capture & storage라 함). 석유기업은 수천 미터 지하에 있는 석유를 육상에서뿐만 아니라 심해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상업화된 핵심기술과 지난 150년간의 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석유를 생산하는 반대의 과정이 CCS이며 이는 생산에 비하여 10~20배 쉬운 작업이다.
석유가 존재할 수 있는 구조를 찾는 탄성파 탐사 기법을 통하여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안정된 공간을 찾을 수 있다. 땅속으로 15km까지 시추할 수 있는 시추기술을 통해 1~2km 내외의 저장 장소까지 안전하게 시추할 수 있다. 석유가 부존하는 지층을 정밀하게 조사하는 검층과 유정 시험 그리고 채취된 시료를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게 될 지층의 물성을 파악하고 저장용량을 예측할 수 있다.
석유의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타당성 평가 기술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 주입을 위한 안전하고 경제적인 시설을 갖출 수 있게 되며 주입을 위한 시추공을 완성하게 된다. 그 후 석유를 생산하는 기술을 역으로 적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며 모니터링하면 실제적인 대규모 CCS가 가능하게 된다. 슬라이프너(Sleipner) CCS 프로젝트는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가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해상에서 석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정식 플랫폼뿐만 아니라 부유식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술은 해상에서 이루어지는 풍력 및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최적의 적용 조건을 가지고 있다. 석유 시추와 생산 기술을 이용하면 지열발전에도 쉽게 응용된다. 이를 보면 석유회사는 전통적인 석유뿐만 아니라 CCS와 신재생에너지에 특화된 에너지 종합기업이라 할 수 있고 또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 석유기업

지금은 기후변화의 대응으로 탄소중립이 강요되는 에너지전환의 시기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기업의 참여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이미 시작되었다. 탄소중립이 지속가능한 미래와 국가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역량이 필요하다.
석유산업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과 실무역량을 가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와 관련 사업은 재원을 필요로 하지만 단기간에 이익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석유 E&P 기업은 기본적으로 일일 생산량을 유지하여 이익을 창출하고 적정량의 매장량을 확보하여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이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60% 담당하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 후 지난 150년 동안 축적된 핵심기술과 운영기술을 바탕으로 CCS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하면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성장하며 소임을 다하게 될 것이다.

글최종근 교수(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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