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올해 1~8월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1.4 달러로 지난해 평균 가격인 69.4 달러에 비해 46% 상승했다.
석유 가격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킴에 따라 세계 각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유가 상승이 경제에 파급되는 경로와 영향을 국내 경제와 세계 경제로 나누어 살펴보고,
유가 상승의 원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제적 영향에 관해서도 살펴보기로 한다.
석유 가격 상승은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반응에 의해 경제에 파급되고 확산된다. 즉 유가 상승은 가계의 소비지출과 기업의 투자지출을 포함하는 국내 수요를 위축시켜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 먼저 유가 상승이 가계의 소비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재량소득 효과(discretionary income effect)와 운영비용 효과(operation cost effect)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재량소득 효과는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에너지비용이 증가하여 다른 재화에 지출할 수 있는 가계의 재량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량소득 효과는 석유 수요의 가격에 대한 반응이 비탄력적일수록 크게 나타나고, 소비지출 중 석유의 지출 비중이 클수록 크게 나타난다. 운영비용 효과는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와 보완관계에 있는 내구재의 운영비용이 증가하여 해당 내구재에 대한 지출(구입)이 제한되거나 감소한다는 것이다. 석유와 보완적인 관계를 가진 내구재로는 자동차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투자지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 상승이 투자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가 상승이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기업이 투자를 위한 지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다. 다른 하나는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재량소득이 감소한 소비자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 이로 인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여 기업이 생산과 투자지출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유가 상승에 따라 가계의 소비지출과 기업의 투자지출이 감소하면 결국은 GDP(국내총생산)가 감소하게 된다.
석유 가격 상승은 개별 국가의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유가의 상승은 석유 수입국에서 석유 수출국으로 소득을 이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 수입국은 전보다 더 많은 석유 수입 대금을 지불하지만, 석유 수출국은 석유 수출을 통해 얻는 수익이 전보다 증가하기 때문이다. 소득 이전 효과의 크기는 해당 국가의 경제에서 석유의 수입 또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에 따라 좌우된다. 또한 유가 상승의 규모가 크고 장기간 지속될수록 이러한 효과는 커지게 된다.
한편 유가 상승은 석유 수입국들에게는 교역조건 악화와 함께 물가의 상승을 가져온다. 이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는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로 인해 소비가 감소하고 공급 측면에서는 비용 증가 효과로 인해 생산과 투자가 감소한다. 석유 수입국 정부의 세금 수입 역시 감소하여 재정수지도 악화된다. 반면에 석유 수출국들에게는 이와는 정반대의 파급 효과를 유발하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유가 상승에 의한 석유 수입국 경제의 부정적 효과는 석유 수출국 경제의 긍정적 효과에 의해 상쇄되지만,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석유 수입국들이 석유 수출국들보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즉 유가 상승이 전반적인 수입 물가 상승을 유발함에 따라 석유 수입국들의 수입이 감소하여 전체 교역량의 축소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 수입국의 지출 감소가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 수출국의 지출 증가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그 원인에 따라 현저히 달라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을 가져온 원인이 공급 측면의 요인인가 아니면 수요 측면의 요인인가이다.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지정학적 사건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 석유공급의 감소에 의한 것이라면 석유 수입국 경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물가 상승과 GDP 감소, 경상수지 악화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의 호황으로 인한 석유 수요의 증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비록 석유 수입국의 물가는 상승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유가 상승은 석유 생산을 위한 투자 부족, 그리고 최대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 등 석유공급 측면의 요인에 기인한 바 크다. 따라서 석유 수입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수요 측면의 요인에 기인한 유가 상승에 비해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에 비해 GDP 단위당 투입되는 석유의 양이 감소하여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줄었다. 그것은 석유가 가스와 전력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꾸준히 대체되고 석유의 이용 효율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석유는 여전히 일상생활과 산업생산 활동에 필수불가결한 재화다.
상당수의 세계 석유 소비국 및 석유수입국 정부는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유류와 관련된 세금을 인하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분이 석유제품 최종 소비자가격에 전가되는 것을 일정 부분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신흥국에서는 유가 상승에 대응하여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주요 석유 소비국들로 구성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의 공급을 늘려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현재 하루 1백만 배럴이 넘는 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유가 상승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와 함께 IEA의 비축유 방출에 동참하고 있다.
글이달석(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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