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On

“나와 우리의 생각을 연결해보세요.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대표 PD 구범준

구독자 160만 명, 강연 영상 2,200개, 누적 조회수 3.8억 회.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Sebasi Talk’가 세운 기록이다. 달리 말하면, 배우고,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든 기록이다.
기록의 출발점에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라는 한 사람의 생각이 있었다.
더 나은 생각의 주인공, 구범준 대표이사 겸 PD를 만나봤다.

Q

감염병 대응 체계가 일상 방역으로 전환되고, 강연계가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의 대표이사이자 PD로서 많이 바빠지셨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 동안 비공개로 진행해 온라인으로 선보였던 강연을 올해 5월부터 대중 공개 강연회 형식으로 다시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반기 들어서는 강연회 횟수가 더 많아졌고요. 게다가 온라인 학습모임 플랫폼 ‘세바시랜드’까지 세계가 확장된 덕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Q

“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인가?” 이 물음을 먼저 해결하고,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세계적인 석학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이 쓴 『팩트풀니스(Factfulness)』라는 책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한스 로슬링이 생전에 집필하다가 사후에 아들과 며느리가 완성한 책이죠.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을 정리하라면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나 목적을 논하기 이전에 인간은 변화할 수밖에 없고, 변화해내고야 마는 종입니다. 변화는 곧 생존을 위한 본능이죠.
세바시는 “우리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주체가 되자”라는 생각으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다른 누군가가 바뀌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세상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15분인가?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2011년쯤 스마트폰 사용자가 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하고 생각해보니, 대중가요를 3개 정도 들을 수 있는 시간인 15분 정도가 적당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탄생했습니다.

Q

숏폼 콘텐츠의 선구자였던 셈이네요. 세바시 이후로 강연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존재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습니다.
세바시의 롱런 비결은 무엇인가요?

세바시는 강연이 아닌 강연회(講演會), 즉 강연을 위한 모임입니다. 대부분 강연은 강연자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세바시는 강연할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호흡하고, 반응하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처음 프로그램을 홍보할 때도 “세바시는 나와 당신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강연 콘텐츠 프로그램이자 캠페인이다”라고 정의했어요. 이처럼 프로그램의 주체를 제작진이나 강연자가 아닌 ‘당신’, ‘우리’로 두었고, 그 힘이 세바시를 이끌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즉, 당신, 여러분 덕분에 400석 규모 강연회를 10년 넘게 매월 2회 이상씩 꾸준히 해올 수 있었고, 오늘날 세바시가 프로그램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 개인의 노하우도 궁금합니다.
한 분야를 개척하고, 이어가고, 그 가운데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런데도 기어이 해내고야 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오래전 PD로서 업(業)의 욕구를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PD로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스스로 물은 것이죠. 그리고 답을 글로 적어 보았습니다. “의미 있고 좋은 콘텐츠를 세상에 널리 퍼트리고 싶다.”,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싶다.” 이것이 제가 얻은 답입니다. 세바시를 시작한 이유이자 지금까지 처음의 마음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고요.

Q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누구나 한 번쯤 꼭 던져봐야 할 물음이네요.
그렇다면 바라던 대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시나요?

세바시의 이야기는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우리는 어떤 문제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왔습니다. 그리고 그 답이 개인, 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고 믿습니다. 새로운 법이 발의하는데 기폭제가 될 만큼 파급력을 가지기도 했고요.

Q

대표님의 삶도 바뀌었나요?

사람은 누구나 익숙함 속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세바시 PD로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생존 욕구가 익숙함에 머무르지 못하게 한 것이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했고, 그러다 보면 알고 싶지 않았던 분야까지 두루 배워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돌아보면, 그것이 세바시 PD로서 가장 큰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에는 세바시 10주년을 맞아 세 가지 변화를 기획했습니다. 그 결과물 중 첫 번째가 『세바시 인생질문』 책 프로젝트입니다. 10년 동안 쌓은 1,300여 개 강연 중 100개를 엄선하고, 그 강연에서 다시 300개 질문을 만들어 엮은 책입니다.
두 번째는 세바시 대학입니다. 세바시에도 팬덤이 존재합니다. 오늘날의 팬덤이 그러하듯, 단순히 호감만 표시하는 집단이 아닌 콘텐츠를 함께 생산하는 주체로서의 팬덤 말이죠. 학습 욕구가 있는 팬덤과 세바시 콘텐츠를 중심으로 우리는 세바시 대학을 열었습니다. 세 번째가 플랫폼 세바시랜드입니다. 세바시랜드는 배움의 주체들이 학습 모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강연회라는 형태는 그대로지만, 세바시도 저도 끊임없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변화, 성장을 꿈꾸는 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강연이 있다면요?

“강연을 추천해달라”라는 요청을 자주 받습니다.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매일 공복에 한 편씩 보세요. 그러다 보면 1년 안에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강연이 나올 겁니다.”
세바시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성에 있습니다.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 듣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더욱더 다양한 해석과 행동이 나올 수 있죠. 제가 추천하는 강의는 구범준이라는 한 사람에게 좋았던 강의일 뿐이에요. 그것이 질문자에게도 좋은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2천 번이 넘는 강연회를 기획하다 보면, 어떨 때는 “괜히 했다”라고 여겨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 강연의 조회수가 크게 오르고, “고맙다”라는 댓글이 달려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일 수 있다는 증거죠. 그래서 저는 강연을 함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신 앞선 이야기처럼 “매일 한 편씩 보라”라고 말합니다. 매일 15분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요.

Q

여러 인터뷰를 통해 “혼자서는 성공하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라고 하셨어요.
공동체를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협력의 시대입니다. 세상은 개인 간 경쟁의 시대에서 협력의 시대로 전환됐고, 우리가 모여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는 외침은 제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이죠. 과거의 핵심 가치는 경쟁이었고, 개인이 성공하여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입시 공동체가 존재했지만, 이들은 상부상조하기보다는 엄격한 통제 아래에서 경쟁하며 사회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성공의 기준도 다양해졌고요. 개인 대 개인의 경쟁은 무용할 뿐만 아니라, 더는 세상에 좋은 변화를 끌어낼 수 없습니다. 이제는 개인과 개인의 연결,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공동체를 중시하는 이유는 우리가 더 배워야 하고, 다시 배워야 하며, 새로 배워야하기 때문입니다. 평생 학습이라고도 하죠. 평생 학습은 경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고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공동체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코호트 러닝(Cohort-based Learning), 커뮤니티 러닝(Community Learning)이 트렌드로 떠올랐고요.
마지막으로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오래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삶의 질 평가에서 한국은 ‘환경’과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중 제가 눈여겨본 것은 시민들이 얼마나 유대감을 느끼고 있는지 측정하는 ‘공동체’ 부문에서 한국이 뒤에서 두 번째인 37위를 차지했다는 결과였어요.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없다는 것이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공동체를 이룬다면, 이러한 문제도 개선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정리하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자각(自覺)이 필요합니다. “나는 정체되어 있는가?”, “나는 익숙함 속에서만 떠돌고 있지 않는가?” 자문하고 답하는 것 말입니다. 그래야만 먼저 자신의 세상을 변화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의지도 생기니까요.
의지가 생겼다면, 이것이 타인에게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변화는 혼자 할 수도 있지만, 타인과 호흡을 맞췄을 때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변화하고 싶다면,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세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다 보면 나를 넘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Q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먼저 세바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지켜온 정체성을 그대로 두되, 익숙하지 않은, 변화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 전파하는 것이 첫 번째 미션입니다.
두 번째 미션은 플랫폼 세바시랜드의 진화입니다. 학습모임 플랫폼에 걸맞은 기술과 기능을 개발해서, 모든 커뮤니티가 제대로, 즐겁게,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생명력을 키우고 싶습니다.

Q

한국석유공사 임직원도 혁신의 가치를 공유하고 스스로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직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혁신은 무(無)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혁신을 원한다면, 우선 식견(識見)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있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 먼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무엇을 바꿔야 할지 알아야 방법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을 바꿀지,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정한다면 다음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반대’입니다. 혁신에는 적(敵)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 때문에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언가 바꿔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면, 또 바꾸겠다는 사명과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충분하다면, 적을 설득하는 수고를 마다치 않길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은 다른 말로 ‘업무 집착’이라고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집착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집착이란 말에는 ‘강한 의지’가 함의되어 있거든요. 막무가내로 우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관련 정보를 충분히 조사해 근거를 마련하고, 가능성에 대해 전략적으로 설득하기까지의 의지와 끈기, 이것이 집착입니다.
따라서 우리 한국석유공사 직원 여러분도 새로운 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변화 가능성에 대해 집착하고 또 행동하고 연결되는 나와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실      사진Studio K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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