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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무엇을 의미할까?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시장의 불안과 식량 공급망 위기, 이로 인한 급격한 물가 상승은 우리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은 크게 체감하지 못할지라도, 지속되는 무역적자와 함께 앞으로 큰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되었는데 이 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아보도록 하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란?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IRA)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월 16일 서명하면서 공식적으로 발효되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보건 의료 지원을 위해 향후 10년간 4,85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달러 대비 1,420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689조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정부 총예산 608조 원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 거대한 예산의 80%는 친환경 발전, 에너지 효율 향상, 그리고 전기자동차 구매 시 세액공제에 활용된다. 특히 전기차를 구매할 때 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미국에서 조립되고 생산되어야 한다. 추가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로부터 공급받거나 재활용되어야 하며 그 비율도 2024년 50%에서 매년 10%씩 증가한다. 또한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양/음극재와 전해액 등의 비율도 2024년 60%에서 2029년 100%로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전기차의 대중화와 더불어 수송과 산업에 핵심적인 석유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석유의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감축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나?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던 미국이 IRA를 통하여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40%를 감축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자하는 법안을 발효한 만큼 기후변화 대응에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민간 부분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어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법안이라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적극적인 대응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국가 중의 하나인 중국의 참여를 촉진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법안의 시행을 통해 미국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은 IRA 법안을 통해 추가적으로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관련 미국 내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강화하면서 이들 산업에 대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다. 유럽연합의 탄소 국경세 예와 같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는 이제 환경 이슈를 넘어 산업과 통상 이슈를 통한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되고 있다. IRA에 따라 미국에서 투자하면 다양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미국 내 일자리도 늘어난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IRA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상대적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되게 된다. 구체적으로 전기차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신차의 경우 최대 7,500달러, 중고차의 경우 4,000달러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므로 그만큼 가격경쟁력(1,420원 환율 기준 각각 1,065만 원, 568만 원)이 떨어진다. 이 정도라면 경쟁이 심한 미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미국과 비교하여 국내 시장의 규모가 작고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는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외교채널과 한미자유무역협정 심지어 세계무역기구 규범을 토대로 한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차별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9월 1일,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지만 이미 미국에서 법안이 발효된 상태에서 실제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에너지업계 대응전략은 있는가?

원유와 천연가스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차에너지의 61%를 제공하고 있고 그 비율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필요한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석유 공급의 안정성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토끼를 국내 산업환경과 연계하여 잡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유가 변동에 상관없이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자원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중국은 향후 급증할 에너지 수요를 고려하여 매우 공격적으로 해외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야기된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거울삼아, 장기 전략으로 해외 자원 개발을 포함한 자원 안보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만일 석유의 공급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마비되어 다른 것을 시도할 여력이 없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와 업계는 에너지 확보를 바탕으로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최종근(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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