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vent

정답 없는 커피의 세계에서
나에게 맞는 커피 스타일을 찾다

유통기획팀 박보교 차장

캡슐 하나면 다양하게 로스팅된 커피를 즐길 수 있고, 혹여 커피 머신이 없다고 해도
스틱 하나면 아메리카노부터 카페라테, 카페모카 등 취향에 맞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요즘이다.
간편하게 커피를 마실 방법이 무궁무진한 가운데,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에 시간을 들인다는 건 그만큼 정성을 들인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그러니 쉽게 내린 커피와는 향과 맛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며 부드러운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커피가 잘 어울리는 계절 가을에 박보교 차장과 함께 핸드드립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았다.

커피 맛을 알게 해 준 핸드드립의 매력

완연한 가을 오후, 울산 남구 달동에 위치한 커피 공방에서 박보교 차장을 만났다. 평소 집에서 커피를 즐겨 내리던 그녀지만, 커피를 내리는 물의 온도는 적당한 것인지, 내리는 방법은 맞는 것인지, 또 이 커피의 맛이 제대로 된 것인지 늘 아리송했다는 그녀가 이번 ‘Special Event - 바리스타’ 편에 용기를 내어 신청한 것.
“사실 신청 공지가 뜨자마자 재빨리 신청했다가 신청 메일을 다시 취소했었어요. 웹진에 소개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가 이 체험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더라고요. 그런데 제게 다시 기회가 와서 이건 필연(?)이다 싶어 도전하게 되었어요.”
박 차장이 커피의 맛에 눈을 뜬 건 2~3년 전의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그녀 역시 처음엔 카페모카, 캐러멜마키아토와 같은 커피 맛이 나는 커피 음료를 즐겼고, 단맛이 질릴 때쯤 카페라테를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로스터리 카페에서 갓 볶은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신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선명하다고 말했다.
“커피는 쓴맛이라고 생각해서 늘 시럽이나 우유를 곁들여 먹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마신 커피엔 쓴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맛, 단맛도 있고, 향도 있었어요. ‘아, 세상에 이런 커피도 있구나, 이게 커피 맛이구나!’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원두가 가진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기고 싶어 드립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핸드 드립의 수많은 장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거창할 것 없는 장비 아니었던가. 핸드 드립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 당시 커피 맛을 알게 해준 산미가 도는 원두를 사고, 여유가 있는 날이면 커피를 내려 마셨다. 아무리 정답 없는 커피의 세계라지만 혼자 터득한 핸드 드립에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늘 의심이 갔던 그녀, 오늘만큼은 제대로 커피를 내려 보겠다는 의지가 얼굴에 내비쳐 보이는 듯했다.

알면 알수록 더 섬세해지는 커피의 맛

“평소 어떤 커피 맛의 커피를 선호하시나요?”라는 강사의 질문을 시작으로 박보교 차장만을 위한 맞춤형 커피 스타일링 강의가 시작되었다. 핸드 드립을 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와인처럼 다양한 맛이 존재하는 커피의 세계에서 나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 나가는 것, 그것이 오늘의 핵심 포인트이다.
“아시겠지만 핸드드립을 위해서는 원두, 원두를 분쇄할 그라인더, 분쇄한 원두를 넣을 종이 필터와 드리퍼, 드립 포트와 드립 서버가 필요해요. 그리고 중요한 것, 커피의 맛과 향은 원두 로스팅의 정도와 물의 온도, 그리고 내리는 시간 등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강사는 핸드드립에 필요한 도구를 시작으로 원두의 특성과 물의 온도 등 핸드드립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이어 나갔다. 보통 우리가 먹는 커피 원두는 생커피콩을 볶은 것이다. 원두는 신맛, 단맛, 쓴맛을 내는데 열을 가하는 로스팅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맛은 감소하고 단맛은 상승하다 하강하며, 쓴맛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강해진다. 원두 중에서도 강배전이라 부르는 것은 로스팅을 길게 하여 원두의 색이 진한 것은 물론 쓴맛도 강하게 올라온다. 로스팅 외에도 물의 온도에 따라 커피 맛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 로스팅 시간이 짧고 산미가 강한 원두인 경우 높은 온도인 90~93도 정도로, 로스팅을 길게 한 원두일 경우 80~85도의 물로 내리면 각각 본연의 원두가 가진 특징을 살린 커피를 내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저는 100도로 물을 끓인 후 80도 정도로 식혀서 커피를 내렸거든요. 맛이 많이 달라지나요?”, “밥도 손맛이 있듯 핸드 드립도 손맛이 있나요?” 평소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박보교 차장에게 뭐든 직접 해보는 것이 제일이라며, 강사는 평소 박 차장이 즐긴다는 산미가 있는 원두로 추출하는 법을 선보였다. 원두를 분쇄할 동안 드리퍼에 종이 필터를 넣고 린싱(뜨거운 물을 부어 종이 맛을 지우는 작업) 후 분쇄한 원두를 넣어 평평하게 만든 뒤 골고루 물을 부어 30초간 뜸을 들였다. 이후 나선형을 그리며 물을 3~4번 정도 붓기를 반복하자 정성을 담은 커피 한 잔이 내려졌다.
“산미가 먼저 느껴져요. 그렇다고 거부감이 드는 맛은 아니고요, 아까 이 원두의 향미라고 말씀하셨던 베르가못과 같은 향긋한 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향으로 한 번, 맛으로 한 번…. 몇 번이고 향과 맛을 음미하던 박 차장에게 직접 내려 볼 것을 권하자 여유롭게 강의를 듣던 그녀의 눈빛과 움직임이 갑자기 긴장한 듯 보였다.

커피가 즐거워지는 시간

같은 원두라도 내린 시간이나 물의 주입량, 온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바뀌는 커피의 맛. 강사가 내린 커피의 맛과 박 차장이 내린 커피의 맛은 어떻게 다를까.
“원두는 선생님과 같은 것으로 해볼게요. 처음이니까 빨리 내리진 못할 것 같아서 3분 이내에 내려 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물의 온도는 제가 평소 내려 마시는 85도 정도로….”
좋아하는 원두의 맛과 물의 온도, 그리고 커피를 추출할 시간 등 추출 설계를 맞춘 박 차장이 타이머를 누르고 원두에 물을 붓기 시작하자 손에 들린 드립 포트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때마다 강사는 “조금만 천천히”, “물을 좀 더 많이 부어보세요”, “지금 물을 다시 주입 하세요”라며 그녀를 북돋는 동시에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3분이 되었음을 알리는 타이머가 울리자, 드리퍼를 재빨리 걷어내고 그녀가 완성된 커피를 컵에 따랐다.
“맛이 어떻게 다를지 기대도 되고 긴장돼요”라며 한 모금 맛본 그녀의 표정이 어쩐지 알쏭달쏭하다. 커피 향이 달라지고, 아까와는 달리 쓴맛도 도드라진다는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강사도 커피를 한 모금 음미해본다.

“이 원두는 산미가 특징인 원두인데, 물의 온도가 너무 낮았던 것 같아요. 원두의 밀도가 높아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려야 원두 안까지 물이 침투해 커피 맛을 뽑아내는데, 낮은 온도로 커피를 내리니 본연의 맛이 채 표현되지 못하고 무난한 커피가 된 것 같아요.”
원두의 특성과 물의 온도에 따른 커피 맛의 변화를 찬찬히 설명해주자, 그제야 앞서 들었던 강의 내용이 이해간다는 듯 박 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그녀의 커피 스타일링일지에 꼼꼼히 물의 온도와 추출 시간, 물의 주입량의 변화에 따른 커피 맛의 느낌을 적는다.
이어 평소 집에서 남편의 커피를 함께 내리는 것을 염두 하여 한잔이 아닌 커피 두 잔을 한 번에 내리는 연습, 그리고 싱글 오리진 원두가 아닌 블렌딩 원두로 또 다른 커피 맛을 음미해보는 등 몇 번의 연습을 거듭하며 그녀의 커피 스타일을 찾기 위한 여정은 한동안 계속됐다.
“커피를 끝까지 내리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한 추출법에 따라 시간을 정해 놓고 내린다는 것이 중요하단 걸 처음 알았어요. 저는 보통 물을 쉬지 않고 주입하는 편이었는데, 시간 간격을 두며 내리니 향과 맛도 더 풍부해지는 것 같고요. 그리고 신맛의 커피를 즐겼는데, 쓴맛 단맛, 신맛이 어우러지는 밸런스 좋은 커피의 맛도 훌륭하단 걸 알았어요.”
두 시간여 동안 원두에 대한 이야기, 커피를 내리는 방법, 평소 궁금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오늘 하루, 그녀에게 커피를 내리는 것은 단순히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 이상의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분쇄부터 추출까지 모든 과정의 순간에서 한 잔의 커피를 경험한 그녀가 내릴 앞으로의 커피의 향과 맛이 더욱 기대된다.

편집실      사진Studio Kenn      장소협조커피프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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