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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바탕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 ‘자원’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다. 석기시대 이전부터 지구촌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지속돼 왔으며,
전쟁의 승패에 따라 강성대국으로 성장하거나 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창칼로 치러졌던 고대 전쟁이 주로 영토 분쟁에서 기인했다면,
첨단 기술의 각축장인 현대전은 석유·가스 등 자원과 관련된 갈등이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자원 전쟁’의 시대다.

자원전쟁의 사례 ‘무력충돌’과 ‘파워게임’

석유, 천연가스, 각종 광물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국가는 자원 공급권을 기반으로 국제 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자원 매장량이 부족하거나 아예 생산되지 않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자원전쟁’은 무력을 동원한 물리적인 전쟁이 될 수도 있고,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파워게임일 수도 있다.
미국 서부시대, 총잡이들 간의 혈투는 금광의 이권을 둘러싸고 발생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는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을 그리고 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걸프전’은 중동지역에 매장된 풍부한 원유로 인해 촉발됐다. 1961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쿠웨이트 땅에는 대량의 원유가 매장돼 있었고, 이라크가 그 원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분쟁이 점차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8년간에 걸친 이란과의 전쟁으로 궁핍해진 이라크는 마침 쿠웨이트가 접경 지역에 유전을 설치하자 이를 구실로 1990년 8월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2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은 세계적인 대공황, 제국주의 열강 간의 대립 등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일본의 자원 부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당시 일본은 세계적인 대공황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자체적으로 보유한 천연자원이 거의 없어 미국으로부터 석유의 80%를 공급받고 있는 처지였다.
이는 일본의 영토 확장 야욕을 부추겼고,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후 이를 거점으로 중국 대륙까지 넘보게 되었다. 곧이어 유럽에서 독일과 이탈리아가 전쟁을 일으키자 일본은 진주만을 급습했고, 결국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물리적인 충돌뿐만 아니라 자원과 관련된 국가 간의 기싸움과 무역분쟁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한 중국은 희귀 금속 중에서도 가장 귀하다는 ‘희토류’의 세계 1위 생산국이자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의 약 80%를 독점하고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 자동차는 물론 태양광·풍력설비 등에도 쓰이고 있다. 현대 산업에서 필수적인 광물자원이다.
2010년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벌였는데,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자 일본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고 만다. 이는 자원이 ‘총성 없는 전쟁’에서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전 세계적인 공급량 부족으로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집권 당시 미국과 다방면에서 마찰을 빚었던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로 밀당을 하면서 미국을 확실하게 견제했다. 이처럼 시기와 상황에 따라 자원은 무기가 될 수 있다.

러시아, 금융제재에 ‘천연가스 무기화’로 맞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의 비난은 물론 금융제재, 교역 중단 등의 강력한 조치를 자초한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무기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전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유럽의 에너지 뱅크’이다. 유럽연합(EU) 소속 25개국은 러시아로부터 전체 수요의 약 40%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러시아가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유럽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태양광과 풍력이 많이 공급된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에너지 공급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폴란드와 불가리아가 이를 거부하자 러시아는 지난 4월 27일 두 나라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유럽연합은 이를 ‘유럽 전체에 대한 협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이 중단된 지 이틀 만에 유럽 가스 가격은 15.7%가 올랐다. 전년 대비로는 무려 6배나 폭등한 셈이다.
이번 사태는 천연가스의 對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연합의 움직임에 시동을 걸게 했지만,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할 인프라 구축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당장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는 것만으로 유럽 전역이 들썩일 만큼 천연가스의 러시아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유럽 전체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보유한 셈이다. 문제는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유럽 전체에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 세계적인 대공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원은 인류가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는 바탕이 됐다. 그러나 이를 이권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핵폭탄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자원의 힘이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자원빈국이지만, 첨단 기술 투자와 수출산업 육성으로 약점을 극복해왔다. 그러나 이번 유럽 천연가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타국에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자원 확보 노력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할 것이다.

권준범 기자(에너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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