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Focus

에너지 전환기의 에너지 안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켰다.
화석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의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 축소와
그로 인한 공급 불안은 에너지 안보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적정한 가격에 충분한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각국의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을 위해 여전히 긴요한 과제다.

에너지 안보,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을 위한 긴요한 과제이자 국가 안보와 직결

지난해 배럴당 평균 69.41달러를 기록했던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올해 3월부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천연가스와 석탄 등 다른 화석 에너지원의 가격도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에너지 수요는 빠르게 회복되는데 비해, 그에 부응한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너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서방국의 제재로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출이 축소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과정에서 나타난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와 민간부문 모두 탈(脫) 탄소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기로 결정했지만, 화석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체계적인 전략은 미흡했던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를 위협하게 된 셈이다. 에너지 안보는 적정한 가격에 충분한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는 것으로 각국의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을 위해 긴요한 과제임은 물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수요와 공급 불균형, 에너지 안보 저해

세계 각국 정부는 2018년부터 2050년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 선언을 이어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억제하려면 탄소 배출 순 제로(net zero)가 요구된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부터다. 또한 상당수의 국가는 2025~2035년에 석유를 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 계획도 발표했다. 민간부문에서는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거대 투자자들이 석유기업들에게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도록 요구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석유 등 화석 에너지 공급을 위한 투자는 위축됐다. 그렇지 않아도 석유의 상류부문 E&P(개발과 생산) 투자는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까지 지속된 산유국들의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에 의한 유가 급락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유가 급락으로 위축되고 있었다.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 자료에 2016년 세계 석유 상류부문 투자액은 2014년의 57%에 불과했고, 이후 미미한 증가세를 보이던 투자액은 2020년에 다시 전년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기업들의 하류부문 정제설비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2010년대 중반의 유가 하락 때에는 주로 산유국의 국영석유회사들이 계획하고 있었던 정제시설 건설을 취소했다. 2020년 코로나19에 의한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 때에는 국제 석유회사들 중심으로 노후화된 정제시설을 폐쇄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EI에 의하면 현재 세계 정제능력은 코로나19 직전에 비해 하루 약 4백만 배럴이 적다.
이와 같은 공급 측 상황과는 달리 석유를 비롯한 화석 에너지의 수요는 코로나19의 영향이 감소하면서 지난해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화석 에너지의 전년 대비 소비 증가율은 석유 6%, 석탄 6%, 가스 5%를 기록했다. 석탄과 가스 수요는 이미 지난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석유 수요는 올해 연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에너지 소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화석 에너지 수요는 아직 견고하다. 따라서 화석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의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 축소와 그로 인한 공급 불안은 에너지 안보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에너지 전환 정책, 에너지 안보를 간과해서는 안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전환에 앞장섰던 유럽연합(EU) 주요국에서 에너지 안보는 핵심적인 국가적 의제로 등장했다. 특히 에너지 전환의 모범 국가로 인정받던 독일의 에너지 안보는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탈 탄소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유럽연합은 석탄과 석유 사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지리적으로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이 다른 지역에 비해 수송비가 적게 들기 때문일 것이다. 유로 스타트 통계를 보면 EU의 2020년 러시아로부터의 수입 비율은 석유 26%, 천연가스의 35%를 차지했다. 독일의 비율은 이보다 높아 석유 35%, 천연가스 65%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국의 제재가 시작되자 EU는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확보하는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독일은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 연장과 함께 설비 가동률을 높이고, 심지어 가동 중단했던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조치도 취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는 노드스트림2 가스관은 지난해 9월 완공돼 사용 승인이 보류된 상태였는데, 미국의 제재로 가동에 들어가기 어렵게 됐다.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현재 LNG 수입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독일은 두 개의 LNG 터미널을 서둘러 건설하고 카타르 등 여타 LNG 수출국과의 장기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가스 도입선 변경 등 EU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으로 향후 수년 동안 국제 천연가스와 LNG 가격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지난해 가을부터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유럽 천연가스 월평균 가격(네덜란드 TTF의 Mwh당 가격)은 2021년 1월 20.3유로에서 9월 65.6유로, 12월 113.8유로로 상승했다. 석탄 발전 축소와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부진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데 비해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전쟁은 이런 상황을 더 극명하게 드러나게 했을 뿐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 전통 화석 에너지도 부족하고 신·재생에너지도 부족한 상태를 만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세계 각국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에너지 안보를 간과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위기는 에너지 전환의 진전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안보를 저해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 믹스를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 구축과 함께 에너지원의 다원화와 에너지 공급선의 다변화가 여전히 중요하다.

이달석(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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